우크라전·중동분쟁 탓 패트리엇 미사일 등 비축 부족
예산 확보·구매 보장 등 걸림돌…비현실적 목표 지적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 국방부가 중국과의 잠재적 충돌에 대비해 미사일을 비롯한 핵심 무기 생산을 2~4 배 이상 늘리도록 방산업체에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크라이나전쟁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미국의 첨단 미사일 보유량이 급감한 가운데 군수업체를 대상으로 전례없는 미사일 생산 확충 속도전에 나선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지난 6월 주요 미사일 제조업체와 부품 공급사들을 불러 미사일 생산 가속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군 당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이란-이스라엘 충돌로 미사일 비축 부족 문제가 드러났다며 미사일 공급망 전반을 점검하고 생산 능력 확대를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당시 회의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을 포함해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보잉 등 대형 방산업체는 물론 안두릴같은 방산 스타트업, 그리고 로켓 연료와 배터리 같은 핵심 부품 공급업체들이 참석했다. 미사일 제조사들은 이 회의에서 향후 6개월, 18개월, 24개월 동안 단계적으로 생산량을 현재의 2.5배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상세히 제시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또 민간 투자유치 방안이나 제3자 제조사에 대한 기술 라이선스 허용 계획도 제출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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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고고도 지역방어(THAAD) 요격미사일이 성공적인 요격 시험 도중 발사되고 있다. 사진은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이 제공한 것으로, 촬영일자는 미상이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WSJ은 스티브 파인버그 국방부 부장관이 '탄약 생산 가속 위원회(Munitions Acceleration Council)'를 직접 챙기며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장거리 대함 미사일(LRASM), SM-6 미사일, 프리즘(PrSM) 미사일, 합동공대지장거리미사일(JASSM) 등 첨단 미사일 12종의 생산 확대를 독려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한 패트리엇 미사일은 생산 병목이 가장 심각한 분야로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은 내년까지 약 2000기의 PAC-3 패트리엇 미사일을 인도할 계획인데 이는 현재의 네 배 수준이다.
하지만 예산 확보와 구매 보장 등이 트럼프 행정부의 야심찬 미사일 증산 속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지난 7월 추가로 250억 달러(35조 원)의 미사일 구매 예산이 확보된 상태지만, 전문가들은 수십억 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군수업계는 정부의 확실한 구매 보장 없이는 대규모 투자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WSJ은 행정부 안팎에서 미사일 2~4배 증산 목표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 미사일을 완전히 조립하는 데에만 2년이 걸릴 수도 있는 데다 새 공급업체가 납품한 미사일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시험하고 인증하는 데만도 수 개월의 시간과 수억 달러의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