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가 이기고 있다고 믿고 미국 제재로 큰 타격 없을 것이라고 판단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8일까지 휴전에 나서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에 굴복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우크라이나의 4개 지역을 모두 점령하겠다는 목표를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이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새로운 제재를 가하고, 중국과 인도 등 러시아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에 100% 관세를 매기는 2차 제재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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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11월 30일(현지 시간) 남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결의는 러시아가 승리하고 있다는 믿음과 미국이 추가 제재를 해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곁들여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푸틴은 트럼프를 화나게 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미국·유럽 등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에겐 전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의 목표는 러시아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4개 지역 즉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평화 협정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에 본사를 둔 군사 분석 센터인 블랙버드 그룹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3개월 동안 올 들어 최대 규모의 영토 점령에 성공했다. 7월에만 502㎢의 땅을 차지했다. 러시아 군사참모본부는 최근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군의 방어선이 2~3개월 안에 무너질 것이라고 보고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하지만 이런 점령지 확대가 전체 우크라이나 영토를 감안할 때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 군은 작년 초 이후 5000㎢를 점령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두 번째 소식통은 로이터에 "트럼프의 제재 위협이 고통스럽고 불쾌하지만 재앙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모스크바 내부에선 미국이 우리에게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최후통첩을 실행할 지도 미지수"라며 "그는 이전에도 이런 식의 위협을 한 적이 있고, 그런 다음 행동하지 않거나 마음을 바꾼 적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트럼프의 위협에 굴복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