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투입해 만남 장려하지만 결혼까지는 '글쎄'
전문가 "구조적 문제로 결혼 포기한 계층 지원해야"
정부에 기대하는 정책은 육아휴직 확대와 급여지원
[세종=뉴스핌] 이유나 기자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혼인율을 높이기 위해 미혼 남녀 만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효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실제 결혼까지 이어지는지 집계되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만남 주선보다 주거·경제·육아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결혼 장려 지자체 만남 주선 사업, 성혼율은 깜깜이
9일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각 지자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지자체 미혼 남녀 연애 결혼 장려 사업으로 만난 커플이 결혼으로 이어진 경우는 파악되지 않았다.
세종시는 올해와 지난해 '미혼남녀 인연 만들기' 사업을 위해 예산 6000만원을 투입해 대화 조성, 미니데이트, 커플 미션 등을 진행했다. 해당 사업의 취지는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제고와 결혼 친화적 환경 조성, 저출생 대응 정책과 연계 효과 기대였지만, 성혼 커플은 집계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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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rplexity] 2025.07.10 yuna7402@newspim.com |
대구시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온·오프라인 만남 이벤트 등 미혼남녀 만남 행사 운영을 위해 예산 9800만원을 투입했다. 해당 사업은 저출산 극복 환경 조성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결혼 여부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
포항시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미혼 남녀 커플 매칭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예산 1억4400만원을 투입했다. 해당 사업은 건전한 만남 주선과 결혼 친화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추진됐지만, 지자체가 파악하고 있는 결혼까지 이어진 커플은 1쌍뿐이었다.
최근 정부가 지자체 결혼 만남 사업에 지원을 약속했지만,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지자체 결혼 만남 프로그램 담당 공무원들과 정책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수도권 집중과 청년 인구유출 등으로 지역 내 청년 간의 만남 기회 자체가 부족한 구조적 상황에서,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만남과 결혼지원 사업은 정책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정부는 지자체의 이러한 노력을 적극 지원함과 동시에,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구조적 과제에도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혜정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인구연구센터장은 "행사 참여자들은 이미 만남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사람들로, 정부 개입 없이도 자발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계층"이라며 "진정한 정책 대상은 경제적 불안정이나 구조적 장벽으로 결혼을 포기한 계층이어야 하나 현재는 이미 결혼 의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단순히 만남의 장만 제공하고 있어 정책 개입의 필요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일침했다.
◆ 전문가 "결혼 장려 위해 경제·주거·육아 지원이 절실"
이에 전문가들은 결혼 장려를 위해 단순한 만남 주선보다는 경제·주거·육아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 센터장은 "단순한 만남 기회 제공보다는 경제적 지원과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이 더 직접적인 정책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지자체의 만남 프로그램이 예산 낭비를 피하고 실질적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책 대상을 재정의하고, 경제적 지원, 주거 안정, 육아 지원 등 종합적인 결혼·출산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통합 설계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2040세대 결혼 출산 심층 인식조사' 결과, 결혼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미혼남녀 중 38.6%가 정부 정책과 기업 지원 확대 시 결혼 의향을 바꿀 수 있다고 했으며, 정부에 가장 기대하는 정책으로는 육아휴직 확대와 급여지원(73.4점)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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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rplexity] 2025.07.10 yuna7402@newspim.com |
만남 주선보다 공공기관 공간 제공, 공공임대 주택 확대와 같은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혼인 알선 업체는 민간에 이미 충분히 많이 있고 활성화돼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개입한다고 해서 (혼인율에)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혼인율을 높이기 위해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공공기관 강당 등을 예식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것, 공공임대주택 확대, 영유아들의 놀이공간 확보 등 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저고위 관계자는 "상당수 지자체에서는 결혼 촉진보다는 청년 지원 관점에서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자체 만남 프로그램 모델이 확산하면 성과 평가를 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은 그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yuna74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