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준공형 토지신탁, NCR 적용 확대…위험액 한도 신설
일부 신탁사 NCR 미달…전문가 "신탁사 사업 위축 우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금융당국이 부동산신탁사의 책임준공 건전성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부동산 개발 사업의 주요 자금줄이었던 차입형 토지신탁 시장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특히 신탁사가 직접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추진하는 차입형 토지신탁의 경우, 재무 건전성 부담이 가중돼 업계 전반에 걸쳐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NCR 적용 확대…위험액 한도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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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 |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금융당국이 부동산신탁사의 건전성 규제를 개선하고 위험액 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본격 시행하면서 신탁사들의 차입형 토지신탁 위축이 예상된다.
이번 규제 개선의 핵심은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산정 기준을 개선하는 것이다. NCR은 부동산신탁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15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경영 개선 요구 등이 조처된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사업비 조달 및 개발 사업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사업 과정에서 위험을 떠안게 되며, 높은 신탁 보수율이 책정된다. 특히 책임준공형 관리신탁의 경우, 시공사의 부실로 인한 위험을 신탁사가 떠안을 가능성이 있었다. 기존에는 신탁사의 책임준공 의무에 대한 NCR 위험액 반영이 관리형 토지신탁에만 한정됐다. 때문에 신탁사가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차입형 토지신탁에 책임준공확약이 결합된 경우, NCR 위험액 산정에서 해당 위험이 제외되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부동산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질 경우, 토지신탁의 유형(관리형, 차입형)과 상관없이 신용 위험액을 NCR에 반영하도록 변경됐다.
또한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대비 토지신탁 위험액 한도 100%를 새롭게 도입했다. 그동안 부동산신탁사의 토지신탁 사업에는 별도의 한도 규율이 없어, 신탁사의 관리 능력 범위를 초과하는 사업 수주를 사전에 점검하고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신탁사의 관리 능력 범위 내에서 사업 수주가 이뤄지도록 토지신탁의 총 예상 위험액을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하는 한도 기준을 신설했다.
이 한도는 즉시 적용되는 대신, 신탁사들에게 충분한 준비 기간을 주기 위해 2027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2025년 말까지는 150%, 2026년 말까지는 120%, 그리고 2027년 말부터는 100%로 한도가 점진적으로 축소된다. 이는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 한도가 이미 100%로 제한돼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부동산신탁업의 건전성 관리 수준을 타 금융투자업과 유사하게 맞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일부 신탁사 NCR 미달…전문가 "신탁사 사업 위축 우려"
이러한 규제 강화로 인해 신탁사들은 2027년까지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에 대해 고심 중이다. 대부분 금융당국의 규제 기준을 넘기고 있지만, 일부 신탁사는 기준치에 미달하며 경영 개선 조치를 받아,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 확대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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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무궁화신탁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NCR 69%를 기록하며 각종 경영 개선 명령 조치를 받았으며, 지난해 업계 내 영업이익 1위를 기록하며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에 집중할 것을 내세웠던 하나자산신탁은 이번 시행안 개정으로 현재의 NCR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계획을 상당 부분 수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생 3사(신영부동산신탁·한국투자부동산신탁·대신자산신탁) 중에서도 NCR 비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영부동산신탁은 지난해 말 기준 1397%의 높은 NCR을 유지하며, 신생 3사 중 유일하게 1000%를 넘는 건전성을 보였다. 반면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862%의 NCR을 기록했다. 규제 기준인 150%를 크게 상회하지만, 신영부동산신탁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규제 강화로 NCR 산정 시 위험액이 증가하면 현재 NCR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신규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 수주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649%로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한 대신자산신탁은 지난해 4분기 251억원의 영업적자와 22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실적 악화는 NCR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규제가 신탁사들의 부실화를 초래하고 사업에 제약을 둘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 법무학과 교수는 "차주들이 대주에서 차주들의 채권 회수를 담보하기 위해서 신탁사에게 보증이라는 제도를 씌우면서 부실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최근 금융사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건설사와 신탁사에 책임준공을 요구하는 특수 관행이 있다"며 "이런 관행이 계속될 경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어려워지면 신탁사가 부담을 떠안고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