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털고 '절치부심'...충당금 1조 반영
6세대 D램 공정 선제 적용…수율 60%까지
이달 말 샘플 공급에 역량 집중...'맞춤형' 승부수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올 2분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은 삼성전자의 돌파구는 결국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HBM4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며 본격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에 충당금을 대거 반영하며 리스크를 털어낸 만큼, HBM4로 반드시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2분기 실적에서 약 1조원에 달하는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발표에서 이례적으로 "메모리 사업은 재고평가 충당금과 같은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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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
재고평가 충당금은 재고 가격이 하락해 미래에 원래 가격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클 때 미리 비용으로 반영해두는 회계 처리다. 이번 충당금에는 현재 엔비디아의 퀄(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는 HBM3E 12단 개선 제품 이전의 기존 HBM 재고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와 AMD 등 빅테크가 최신 HBM3E를 요구하면서 기존 제품 일부는 팔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반영한 셈이다.
지난 HBM 사업의 부담을 상당 부분 털어낸 삼성전자는 HBM4 성공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HBM4에서 경쟁사보다 한 세대 진화된 6세대 D램(1c) 공정을 적용한다. 1x·1y·1z·1a·1b에 이어지는 공정으로, 세대가 높아질수록 용량과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인다. 1c 공정은 지난달 말 양산 전환에 필요한 기술 기준을 충족했다는 내부 양산 승인(PRA)을 획득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HBM3E에서 고전한 이유를 D램 공정에서 찾고 있다. 경쟁사들이 D램 1b 공정으로 HBM을 양산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1a로 성능 구현을 시도하다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에서다. 삼성전자는 HBM4 공정에서는 경쟁사보다 앞선 공정을 선제 적용, 반전을 꾀한다. 경쟁사는 HBM4에도 1b 공정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1c 공정으로 전환하면서 설계를 원가 보다 품질에 무게를 뒀고 수율도 약 60%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속도와 전력 효율을 개선해 고질적 문제였던 전력 소모를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HBM4에서 베이스다이(Base Die, 맨 아래 깔리는 칩)를 자사 4나노 파운드리 공정으로 생산해 향후 맞춤형(custom) 수요에도 대응할 계획이다. HBM은 베이스다이와 코어다이(Core Die, 위에 쌓이는 칩) 간 호환성이 중요한데, 삼성전자는 지난 4월부터 조립 검증을 진행해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에서 내달 초 샘플을 공급, 고객사에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주요 경영진들은 지난달 공급 협상을 위해 엔비디아 미국 본사를 찾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HBM4를 세계 최초로 고객사에 전달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HBM4를 본격적으로 공급하는 시기를 내년 2분기로 전망하고 있는 만큼, 샘플 공급 시기가 많이 늦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새 공정이 적용되는 만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변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