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보다 더 지속적인 '부정적 공급 쇼크' 야기"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미국 경제의 양호한 성장과 인플레이션 안정을 바란다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밀어붙이는 불법 이민자 추방에 완강하게 저항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고용시장 내 이민 노동자의 퇴장이 완연해지고 있는 가운데 도이치방크(DB) 글로벌 외환 전략팀의 조지 사라벨로스 전략가는 "미국 경제의 진짜 문제는 관세보다 이민 감소"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6일(현지시간) 노동부의 월간 고용동향 발표에 몇 시간 앞서 공개한 보고서에서 "모두가 트럼프의 관세 영향에 주목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의 '리얼 스토리(real story)'는 이민의 붕괴에 있다"고 밝혔다.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의 월간 이민자 유입 규모는 수년전 평균과 비교해 90% 넘게 감소했다. 사라벨로스는 "이는 200만 명 이상의 '경제활동 인구(labour force) 증가 둔화'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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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방크는 이민의 붕괴가 미국 경제가 직면한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진=도이치방크] |
사라벨로스 전략가는 "이러한 (경제활동인구 환산) 수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보다 이민자 급감이 미국 경제에 더 지속적인, '부정적 공급 충격'을 야기할 것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 경제는 한동안 견고한 성장세와 (높은 GDP 성장률에도 불구)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상승률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사라벨로스에 따르면 이는 모두 고용시장내 이민 노동자의 가파른 증가 덕분이었다.
그 무렵 해외 출생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지 않았다면 임금발 인플레이션 위험은 한층 심화됐을 테고, 이들의 소비활동에 의한 성장 기여분도 기대할 수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다.
사라벨로스는 "그러나, 이제 이민 환경은 급변했다"며 "90% 넘게 급감한, 최근의 이민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미국 경제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해까지 경험했던 '높은 고용 증가와 낮은 임금'이라는 골디락스 조합에서 멀어져 미국의 성장률은 둔화하고 임금 상승 압박(끈적한 인플레이션 위험)은 지속되거나 심화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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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생 경제활동인구의 월별 증감 동향 [사진=연방준비제도] |
실제 미국 고용시장에서 퇴장하는 이민 노동자들의 행렬은 지난 4월과 5월 고용지표에서 두드러졌다.
해외 출생 경제활동인구는 지난 4월 전월비 71만5000명 급감한 데 이어 5월에도 29만8000명 감소했다. 일자리를 잃거나 그만둔 다음, 더 이상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노동시장을 이탈한 해외 출생 노동력이 두달 사이 10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가계대상 조사에서 취업자수가 크게 줄었음에도, 5월 실업률이 전월과 같은 4.2%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고용시장내 공급이 이민 노동자의 퇴장(해외 출생 경제활동인구의 급감)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구직활동을 단념한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불법 이민자 색출에 대한 공포가 자리했을 수 있다.
한편 사라벨로스가 예상한 대로 이들의 퇴장은 임금 상승률을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미국의 5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비 0.4% 올라, 4월치(0.2)와 예상치(0.3%)를 모두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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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급감했던 해외출생 경제활동인구는 이후 가파른 증가 곡선을 보여 왔다. 그러나 트럼프 취임 이후 그래프의 방향은 크게 반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방준비제도] |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