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 "이번 대선은 계엄 심판…지도부 물러나야"
친윤계 "환골탈태 필요하나 친윤계도 지지세 부족"
[서울=뉴스핌] 신정인 박서영 기자 = 국민의힘이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가운데 당권을 두고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 간의 내홍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친한계는 곧바로 대선 패배 책임론을 앞세워 '지도부 총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친윤계는 쇄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중도층을 포괄할 새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친한계에 대한 경계심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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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선대위원장들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있다. (왼쪽부터) 양향자, 안철수, 김용태, 나경원, 권성동. 2025.06.03 mironj19@newspim.com |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30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12월까지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대선은) 국민께서 '불법 계엄'과 '불법 계엄 세력을 옹호한 구태 정치'에 대해 단호한 퇴장 명령을 내리신 것"이라며 "구태 정치를 완전히 허물고 국민이 먼저인 정치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3선 송석준 의원도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지도부는) 당에서 목소리 내기도 전에 당연히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기본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선거 결과를 돌아보고 잘못된 것을 찾아서 확실하게 환골탈태 정치를 해야 될 때"라며 "앞으로 당이 어떤 행보를 하느냐에 따라 새 희망을 길을 갈지, 더 큰 폭망의 길을 갈지 달려있다"고 했다.
한 친한계 의원은 "이번 선거는 계엄에 대한 심판"이라며 "지도부는 이번에 사퇴를 하지 않으면 양심이 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향후 당 개혁 방향에 대해 얘기하는 과정에서 친윤계가 많이 저항할 것이다. 쉽게 반성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고 우려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권성동 원내대표를 겨냥해 "권성동 의원님, 고민하지 않으셔도 된다. 정답은 명확하다. 이제 정말 떠날 때다. 오늘(4일)을 넘기지 말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대선 기간 벌어진 친윤 지도부의 정치적 꼼수는 70만 당원의 얼굴을 부끄럽게 만들었다"며 "스스로 낡은 구태 정치와 절연하고, 쇄신하는 정풍 운동에 나서야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 그 첫걸음은 권성동 등 친윤 지도부의 책임"이라고 했다.
친윤계에선 지도부 책임론은 불가피하나, 친한계 역시 지지세 결집력이 약하다고 보고 있다.
친윤계 TK(대구·경북)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지도부의 책임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고, 특히 권영세·권성동 모두 대구·경북에서 책임론이 강하다"며 "현재 대구·경북은 친윤이 전면에 나서서 누굴 밀어주는 식으로 비치면 굉장히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한계는 세력을 떠나서 이번 선거 행보를 보면 국민들의 지지나 공감대를 얻기 쉽지 않다"며 "일부 젊은층 팬덤은 있겠지만 한동훈 대표는 대구·경북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고 했다.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께서 주신 무거운 민심의 회초리를 겸허히 받겠다. 저희 당이 뼛속까지 바뀌어야 한다는 준엄한 명령일 것"이라며 "무엇이든 다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처절한 환골탈태의 혁신을 해야 한다. 계엄과 탄핵은 물론, 더 거슬러 올라가 윤석열 정부 2년 반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윤재옥 의원도 페이스북에 "모든 결과는 오롯이 저와 우리 당의 부족함 때문이다. 국민께서 내려주신 회초리를 겸허히 받들겠다"며 "뼈아픈 성찰과 깊은 반성으로 더 단단히, 더 낮은 자세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도부는 이날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거취와 관련한 입장 표명 없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등 외부 일정만 소화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5일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지도부 재편 방안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allpas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