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정책공약집 발표…수수료 인하·ETF·토큰증권 등 포함
국내 거래소, 해외 대비 수수료율 낮은 편…'수수료 무료' 혜택까지
정부까지 인하 유도시 수익성 비상…신사업진출도 법 개정 '높은 벽'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가상자산 거래수수료 인하 공약을 공식화했다. 국내 가상자산업계는 점유율 확보를 위해 수수료 무료 이벤트까지 간헐적으로 진행하는 등 투자자 혜택이 크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정부까지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고 나선다면 수익성 방어가 어려운 만큼 시장 활성화보다 투자자 표심 잡기에 급급한 공약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28일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을 발표했다. 공약집에는 가상자산·연계상품 제도화 및 안전한 투자기회 보장 차원에서 가상자산 거래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약집에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재명 후보는 인하 목표를 0.015%까지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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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가상자산 거래수수료 인하 공약을 공식화했다. 사진은 최초의 가상자산 실물 교환 거래가 이뤄진 '비트코인 피자데이'를 맞이한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빗썸 라운지 강남본점 내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는 모습. 2025.05.22 leemario@newspim.com |
이날 기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거래수수료는 마켓에 따라 다르지만 각종 이벤트 적용 시 0.04~0.05% 수준에 머물러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는 일반주문 기준 KRW마켓은 0.05%, BTC마켓은 0.25%의 수수료율을 각각 적용한다. USDT마켓의 기본 수수료율은 0.25%지만 다음 달 5일까지 0.04%의 수수료만 받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빗썸의 원화마켓 거래수수료는 0.04%로 국내 최저 수준이며, BTC마켓은 수수료 쿠폰 등록 고객에 한해 무료화했다.
이는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와 비교했을 때 낮은 축에 속한다. 이날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Binance)는 일반 사용자의 현물거래 기준 0.10%의 거래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바이비트(Bybit) 역시 VIP에 해당하지 않는 투자자의 현물 거래 수수료율을 0.10%로 책정했다. 무기한 상품 및 선물 거래에 대한 수수료는 0.06%, 파생상품 거래수수수료는 0.03%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코인베이스(Coinbase Exchange)의 거래수수료율은 최대 0.60%다.
거래수수료 인하 공약에 업계의 걱정이 큰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와 비교했을 때 국내 가상자산 거래수수료는 기본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점유율 격차가 큰 시장환경상 수수료 할인 경쟁도 극심한 편이라 정부까지 거래수수료 인하를 유도한다면 수수료 수익을 얻기 더욱 힘든 구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가 불안한 만큼 수익원이 다양하지 못한 현실도 해당 공약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점이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이른바 '업권법'이 없는 데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규정한 가상자산 사업 범위가 제한적이라 수익구조 다변화에 쉽지 않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규제적 한계로 해외 거래소들처럼 파생상품 거래나 마진 거래 등 다양한 수익원을 만들기 어려워 수수료가 사실상 유일한 수익원"이라며 "대형 거래소는 인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가상자산거래 외 분야 신사업 진출을 도모할 수 있겠지만 중소형거래소는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로서도 비트코인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 발행·상장·거래를 허용하고 토큰증권의 제도권 거래 활로를 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같은 공약들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제안한 내용이다. 하지만 업계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해 갈 길이 멀어서다. 예컨대 자본시장법이 개정돼야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이 가능하고, ETF 유동성 공급이 합법적이려면 이용자보호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트코인 ETF는 민주당의 제22대 총선 공약이었음에도 제대로 된 논의도 오가지 않았다. 국민의힘도 총선 당시 토큰증권 법제화를 공약에 포함했지만 진전시키지 못하다 대선 정국이 닥치자 다시 들고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과 다양한 공약은 감사한 일이지만 사실 선거철마다 반복된 모습이었다"며 "투자자 표심에 집중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