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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존중 혹은 자신감...최태원 회장이 삼성을 대하는 자세

기사입력 : 2024년11월05일 13:12

최종수정 : 2024년11월05일 14:40

반도체 1,2위 바뀔 것 같다는 질문에 "삼성이 훨씬 많은 기술 갖고 있다"
신중한 답변 속 경쟁사에 대한 존중과 자신감 함께 담겨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끊임없는 혁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모두 필요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때로는 싸우거나 굳이 가까울 이유가 없었던 4대 그룹 총수들의 이야기는 과거가 됐다. 지금은 사석에서 '호형호제'하며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한정된 국내시장을 가지고 치열하게 싸우던 시절은 지났고 지금은 세계시장을 겨냥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모델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막역해 보이기까지 하는 4대 그룹 총수들 간 우애는 지난 5일 '맏형'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삼성을 향한 발언에도 잘 묻어난다.

서영욱 산업부 차장

◆SK하이닉스, 올해 영업익 삼성 반도체 넘어설 듯
삼성 언급에 신중했던 최태원 회장

'SK AI 서밋'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은 다소 민감한 질문을 받았다. '연말이면 실적 상으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추월해 반도체업계 1,2위가 바뀔 것 같다. 삼성과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최 회장은 "다른 회사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누가 더 잘한다고 말을 하는 것은 좀 아닐 수 있다"며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삼성은 저희보다 훨씬 많은 기술과 많은 자원들을 갖고 있다"며 "삼성도 AI의 물결을 잘 타서 훨씬 더 좋은 성과를 잘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신중한 답변이었지만 판이 뒤집힌 현재 반도체시장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일단 실적을 놓고 보면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영업이익 기준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실적을 뛰어넘었다. 3분기에 SK하이닉스는 7조300억원을,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이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가 15조3845억원, 삼성전자 DS부문이 12조2200억원이다. 큰 반전이 없는 한 연간 영업이익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DS부문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까지 모든 사업 분야를 다루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에 집중한 SK하이닉스 보다 영업이익이 뒤처졌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영향이 크다.

◆"삼성이 기술과 자원이 더 많은데"...삼성도 사활 걸었다

"삼성은 저희보다 훨씬 많은 기술과 많은 자원들을 갖고 있다"고 한 최 회장의 발언도 사실에 가깝다. 삼성전자도 일찌감치 HBM 연구를 시작했다. 원천기술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램 뿐만 아니라 종합반도체기업인 만큼 모든 반도체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삼성전자다. 전문가들도 기술 방식의 차이일 뿐 꼭 SK하이닉스 기술이 삼성전자 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HBM 투자를 지속하지 않았던 이유도 당시에는 GPU나 AI 반도체가 득세할 것이란 전망이 어려웠을 것이란 의견도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삼성이 HBM에 실기를 한 번 했다고 해도 이를 만회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잘 나가던 D램과 낸드에만 안주한 현실, 실패를 두려워하며 실종된 벤처정신,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리스크가 큰 사업은 보고하지 않는 보신주의 등 지금의 삼성 위기론을 만든 원인이 작용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SUMMIT) 2024'에서 '함께하는 AI, 내일의 AI(AI together, AI tomorrow)'를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SK]

최 회장의 말대로 삼성도 AI 반도체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낼 것은 분명하다. 지금도 구글이나 AMD 등에 기존 HBM 제품을 납품하고 있고 엔비디아에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퀄테스트(품질검증)를 진행 중이다. 지난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3E 제품 테스트의 중요한 단계를 완료했다"고 언급, 조만간 공식화될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HBM4(6세대)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HBM 전담팀을 꾸리고 내년 하반기 HBM4 양산에 초점을 맞췄다. HBM4부터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맞춤형' 기능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과 아예 다른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가 HBM4 공급 6개월 당겨달라더라"...자신감 보인 최태원 회장

SK하이닉스의 최대 경쟁자는 삼성전자다. 그럼에도 "삼성이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란 최 회장 발언의 속내는 SK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전날 SK하이닉스는 HBM 최대 용량인 48GB(기가바이트)가 구현된 16단 HBM3E를 내년 초 엔비디아를 비롯한 고객에게 샘플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최 회장이 직접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HBM4 공급 일정을 6개월 앞당겨 줄 수 있냐"고 부탁해 "해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HBM을 가장 많이 사들이는 엔비디아와의 끈끈한 파트너십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셈이다. 젠슨 황 대표도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함께한 HBM을 통해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진보를 지속할 수 있었다"며 SK를 치켜세웠다.

젠슨 황 대표의 요청대로 SK하이닉스가 HBM4 납품을 6개월 가량 앞당긴다면 차세대 HBM 시장 주도권도 SK하이닉스가 쥘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의 칩을 완벽하게 연결해주는 TSMC와의 3각 체제도 굳건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그렉 브로크만(Greg Brockman) 오픈AI 회장 겸 사장에게 SK AI 서밋(SUMMIT) 2024'에 전시된 실시간 뇌파 분석을 통해 뇌전증 발작을 감지하는 AI 플랫폼 디바이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SK]

◆삼성·SK에 모두 필요한 것은...미래 대비한 꾸준한 '혁신'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도 장기적으로 시장 상황을 판단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HBM에 올인한 지금 상황은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AI 거품론', '반도체 겨울론'이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는 이상 시장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D램은 가격 변동이 커 부침이 심한 시장이다. SK하이닉스도 불과 지난해만 해도 7조7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물론 HBM 뿐만 아니라 PIM(Processing-in-Memory), CXL(Compute eXpress Link), AI SSD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며 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끊임없는 혁신이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모두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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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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