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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비사업의 공사도급계약 해제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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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섭 화우 변호사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재건축과 재개발 등의 정비사업이 성공으로 귀결되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소요된다. 특히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인가를 받고, 이주 및 철거를 완료하여 새로운 건물의 착공에 들어가기까지는 장기간에 걸쳐 온갖 험난한 난제를 해소하여야만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도급공사비 결정, 공사 도중의 공사비 인상 등 조합과 시공자 사이에 갈등요인이 늘어나면서 조합이 일방적으로 시공자를 교체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사실 시공자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상당 기간 동안 정비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불가피한데, 그럼에도 조합은 이를 무릅쓰면서까지 시공자를 교체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그 계약에 별도의 해제사유가 있거나, 상대방이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하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되는 시공자 교체 건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사안에서 법원은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 등의 사정이 아닌 민법상 도급인의 임의해제 규정(제673조)에 따라 공사도급계약의 해제를 인정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안효섭 화우 변호사 [사진=화우] 2023.06.16 peoplekim@newspim.com

물론 도급인이 임의해제 규정을 근거로 공사도급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는 수급인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지만, 실제 하급심에서 인정되는 손해액은 당초 수급인이 기대한 수준보다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합과 시공자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금융기관 등과 체결하는 표준사업약정에는 공사도급계약의 변경을 위해서는 당사자들 사이의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규정이 있기 마련인데, 위 규정을 근거로 도급인의 해제권 행사를 제한한 하급심 판결은 소수에 불과하다.

사견으로는 당사자 사이에 상호 합의 하에 체결된 계약을 도급인이 민법상 임의규정에 의하여 해제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의문이 있다. 특히 당사자들이 치열한 협상을 거쳐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공사도급계약에 해제사유가 열거되어 있다면, 오히려 이는 민법상 임의규정을 배제하는 합의로 봄이 상당하다고 생각된다.

더욱이 조합과 시공자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한 정비사업의 중요한 당사자인데, 민법상 임의해지권의 행사는 이와 같은 다른 당사자들의 의사는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관련하여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매우 중요하여 민법상으로 당사자들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이 원칙(민법 제689조)인 위임계약의 경우에도 대법원은 당사자들이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민법 제689조와 다른 내용으로 해지사유 및 절차, 손해배상책임 등을 정하였다면 민법 제689조가 이러한 약정과는 별개 독립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정에서 정한 해지사유 및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당사자간 법률관계도 약정이 정한 바에 의하여 규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여, 임의해제권 행사 주장을 배척한 바 있다.

이상과 같이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중요하여 임의해지가 원칙인 위임계약에 있어서도 위임계약의 내용에 따라 민법상의 임의해제권이 배제될 수 있다면, 공사도급계약도 마찬가지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하루빨리 이 부분 쟁점에 관한 논의가 정리되어 정비사업의 지연 문제가 조금이나마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효섭 화우 변호사 


2013년~ 법무법인(유) 화우

2022년~ 도시재생실무위원회 민간위원

2019년 일본 게이오대학교 법무연구과 (법무석사, LL.M.)

2013년 제2회 변호사시험 합격

2013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010년 고려대학교 법학과

2001년 전남 순천고등학교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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