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5년은 법조일원화 취지 퇴색하는 것" vs "취지 퇴색 아니다"
지난해 10년 이상 경력자 지원 8%에 그쳐…"현실도 고려해야"
[편집자] 법조일원화의 골간인 판사 임용의 법조 최소 경력 7년 적용이 3년 유예됐다. 법조일원화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현실적인 문제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법조일원화의 논란 배경과 원인 등을 짚어보고 법조계에서 바라보는 대안 및 해법 등을 분석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하게 됐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이달 23일 일선 법원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에서 전체판사회의가 열렸다. 주된 안건은 장기미제사건 처리를 위한 방안이었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민·형사 사건의 1심 처리기간은 모두 지난해보다 늘었고, 특히 민사 장기미제사건은 1심 소액사건부터 2심 민사 항소에 이르기까지 대폭 상승했다.
배경에는 이른바 '사법수요'의 증가가 있다. 여기에 공판중심주의 강화와 사건의 복잡성 증대 등 요인이 작용하는 데 반해 법관 정원은 좀처럼 늘지 않으면서 법관의 업무 과중은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을 비롯해 법조계는 법관 증원에 모두 찬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보 변호사 단체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역시 법관 증원에는 적극 찬성하고 있지만 증원 방법이 '기준 완화'라는 데에는 반대하고 있다.
![]() |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관계자들이 '법조일원화 무력화' 재시도 반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2.07 hwang@newspim.com |
◆ 민변 "법조일원화 취지 퇴색 안 돼" vs 법원 "취지 퇴색 아냐"
법조일원화는 과거 사회 경험 없이 사법연수원 수료 후 바로 판사로 임용돼 국민의 법감정과 괴리돼 있다는 비판 하에서 실시된 제도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당초 10년으로 정한 법관 임용 최소 경력기준을 유예하는 것은 이러한 취지를 퇴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변은 지난 7월 한 차례 최소 경력기준을 5년으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발의 과정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변은 "법관 임용 경력요건에 최소 법조경력 기준을 상정한 것은 2011년 로스쿨 체제 도입 이후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연륜이 있는 법조인을 법관으로 임용해 관료화된 법관사회의 폐쇄성, 서열주의, 특권의식, 전관예우 등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판사 수급 문제는 시험 중심의 법관 임용 절차 개혁, 판사 정원 확대 등 별도의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5년의 법조 경력은 전관예우 근절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대형로펌 등이 5년이라는 기간을 기다렸다가 소위 '후관예우'를 위해 예비적 법관을 합법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우려마저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실제로 변호사 등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경우 이전에 근무했던 법무법인이나 기관 등 동료 변호사나 지인 등 범위와 폭이 더 클 것"이라며 "오히려 법관 임용 법조 경력이 10년 이상으로 높아지면 후관예우 위험성이 더 커진다"며 반박했다.
또 "법관 임용 법조 경력을 5년으로 하자는 것은 법조일원화가 우리의 현실에 맞게 정착되도록 하기 위해 '최소' 문턱만 낮추고자 한 것"이라며 "실제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법조일원화를 논의했고 해당 위원회에서는 모두 법조 경력을 5년 이상으로 할 것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 |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 10년 경력 가진 법조인, 과연 판사 택할까…"현실 고려해야"
문제는 법관 임용 최소 경력을 10년으로 했을 때 얼마나 많은 인력이 지원할지 여부다. 실제로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최소 경력을 5년으로 하는 현행 방안을 유지하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10년이면 이미 직업적으로 안정화 돼 있는데, 원래부터 판사가 꿈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변호사로서의 높은 연봉을 버리고 모험을 택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법관 임용에 지원한 법조인 중 10년 이상의 경력자는 전체 인원 중 8.2%에 그쳤다.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11.7%, 8.7%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법관의 업무 과중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더 이상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법관 업무부담 및 그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를 보면 판사의 48%는 주 52시간을 초과 근무하고 있고, 과반수가 주 3일 이상의 야근 및 주말근무를 하고 있다. 법관 중 63%가 직무 수행으로 인해 신체 건강 악화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약 52%는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최근 법복을 벗은 법관 출신 변호사 B씨는 "판사로서 자긍심도 있었고 직업 만족도도 컸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니 그 많은 업무량과 동기들에 비해 적은 월급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