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IF 동향 '주목'…아직 대규모 이동 신호는 없어
"초저금리 시대의 마지막 축 흔들린다"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글로벌 채권시장의 '조용한 안정판' 역할을 해온 일본이 변곡점에 서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CNBC는 20일(현지시간) 일본 국채(JGB) 수익률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일본 자금이 해외 채권시장에서 이탈할 경우 미국 국채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 채권 금리가 구조적으로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 日, 미 국채 최대 해외 보유국…"수요 줄면 금리 뛴다"
일본 투자자와 기관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국채 보유 세력 중 하나다. 2024년 말 기준 일본은 외국인이 보유한 미 국채 가운데 12.4%를 차지하며 최대 보유국에 올랐다. 보유 규모는 1조 달러를 넘는다.
일본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아시아 주요국의 국채도 대거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자금이 해외로 향했던 배경에는 자국의 초저금리 환경이 있었다. 미국·독일·영국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과 정치·경제적 안정성을 제공해 일본 기관투자가의 주요 투자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일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채권은 가격과 수익률이 반대로 움직인다. 한 국가의 재정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채권이 매도되고 수익률은 상승한다.

◆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변동성 확대
일본 국채 수익률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지만, 지난해 10월 사나에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계획이 발표되면서 매도세가 촉발됐다.
현재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약 2.12% 수준이다. 최근 다소 진정됐지만, 앞서 3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년간 일본 10년물과 미국 10년물 간 금리 격차는 약 115bp 축소됐다. 영국과의 격차는 92bp, 독일과는 45bp 줄었다. 일본과 해외 채권 간 금리 매력 차이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 "日 자금 귀환, 글로벌 채권 금리 밀어올릴 것"
자산관리회사 디베어 그룹의 나이절 그린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수익률 상승의 파급 효과가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기관들은 수년간 국내 수익률이 미미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며 "지속적으로 더 높은 국내 채권 수익률은 투자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은 일본이 구조적으로 미 국채와 주요 선진국 채권의 핵심 매수자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만약 일본 자금의 일부라도 자국 채권으로 돌아간다면 글로벌 채권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은 한 세대 동안 저축을 해외로 수출해 왔다"며 "그 저축이 국내에 더 많이 머문다면 글로벌 채권시장은 조용한 안정판을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일본 보유 비중이 큰 미국 국채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재정 여건이 취약한 유럽 국가들의 국채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 BOJ 추가 인상 가능성…"점진적 변화 전망"
MUFG의 글로벌 시장 리서치 총괄 데릭 할페니는 일본 투자자들이 자국 채권 비중을 늘리는 것이 "충분히 합리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특정 수익률 수준이 촉매가 되기보다는 일본 경제 운용에 대한 신뢰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일본은행(BOJ)은 2024년 장기 부양정책을 종료한 뒤 여러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올해 1월에는 기준금리를 0.75%로 동결했지만, 시장에서는 추가로 두세 차례 인상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리 상승과 물가 둔화가 병행되면서 일본 국채 투자 심리는 점차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자금 이동은 충격이 없는 한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GPIF 동향 '주목'…아직 대규모 이동 신호는 없어
일본 공적연금(GPIF)은 3분기 말 기준 자산의 50%를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이 중 절반 가까이가 해외 채권으로, 약 72조8000억엔(약 4700억 달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GPIF와 같은 연기금의 자금 흐름을 주시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해외 자금 회수 움직임은 데이터상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초저금리 시대의 마지막 축 흔들린다"
일본은 그동안 국내 투자자가 대부분의 국채를 보유하는 구조 덕분에 가격에 둔감한 안정적 수요 기반을 제공해 왔다. 이로 인해 글로벌 채권시장은 일본을 '예측 가능한 안정 요인'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일본 금리가 구조적으로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경우, 선진국 전반에서 "초저금리가 영구히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변동성을 일시적 교란이 아니라 체제 변화(regime shift) 가능성으로 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일본이 글로벌 채권시장의 조용한 균형추 역할에서 물러날 경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채권시장은 새로운 금리 환경에 적응해야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