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장애인을 위한 날이 있기는 했나요?"
흰지팡이의 날인 15일 광주 동구 문화전당역 앞에서 만난 송창원 씨는 점자블록 위를 가로막은 무언가를 흰지팡이로 더듬으며 말했다. 송씨를 가로막은 건 다름아닌 공유 전동킥보드였다.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킥보드를 점자블록 위에 세워두고 떠나버리면서 시각장애인들이 전동킥보드에 걸려 넘어지는 사례까지 일어나고 있다.

송씨는 최근 점자블록 위에 세워진 킥보드에 넘어진 경험을 했다. 송씨는 "그때 넘어지면서 차도쪽으로 넘어졌는데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예전에도 혼자 다니는 건 무서웠지만 넘어진 이후로는 밖에 나갈 때마다 더 긴장된다"고 말했다.
매년 10월 15일은 시각장애인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가 1980년에 선포한 흰지팡이의 날이지만 4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송씨는 여전히 시각장애인의 보행권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유킥보드보다 더 무서운 건 광주시 도로 곳곳에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이라며 "킥보드야 어떻게 흰지팡이로 발견한다고 쳐도 점자블록 방향이 잘못되면 차도로 향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시청·구청에서는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아시아문화전당 인근에는 야외 취식을 금지로 차단막이 점자블록을 가로막고 있고, 광주 동구청 청사 앞에는 시각장애인도 알아보기 힘든 구형 점자블록이 설치 돼 있었다.
파손되고 방향이 잘못된 엉터리 점자블록으로 시각장애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광주 동구는 현행 파악조차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동구 관계자는 "어디가 파손 됐는지, 방향은 어떻게 잘못됐는지 파악이 안됐다"며 "기존에 잘못 설치된 부분들이 있어서 전수조사를 통해 일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kh1089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