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에피소드 홍보해 소비자 감성 자극 마케팅
2~3배 비싸도 불티나게 팔려..."팬덤 형성 효과"
[뉴스핌=김겨레 기자] 30만원 짜리 토스터·50만원짜리 선풍기·140만원짜리 의류관기 등 일반 제품의 2~3배에 이르는 고가 제품들이 수년 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비결은 스토리텔링이다.
발뮤다 '더 토스터'(왼쪽)와 다이슨의 날개없는 선풍기<사진=각 사> |
19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개발 단계 에피소드와 함께 유명세를 탄 가전 제품들이 일종의 팬덤을 형성해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가전업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일본 발뮤다는 토스터기를 개발하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데라오 겐 발뮤다 사장은 지난 2014년 캠핑장에서 숯불에 구워먹던 빵의 맛을 잊을 수 없어 그 맛을 찾기 위해 5000장이 넘는 토스트를 먹었다고 알려졌다.
겐 사장은 어느날 캠핑 당시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는 사실이 생각나 아이디어를 얻었다. 발뮤다는 토스터기에 스팀을 적용해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토스트를 구현했다. 발뮤다 토스터기는 '죽은 빵도 살려낸다'는 호평을 받으며 국내에서도 수입 첫 날만 5억원어치가 팔렸다.
세계 최초로 '날개 없는 선풍기'를 개발한 다이슨도 비슷하다. 다이슨 기술자들은 화장실에 비치된 핸드 드라이어에서 영감을 얻었다. 핸드 드라이어가 좁은 틈으로 주변 공기를 빨아들여 제트 기류를형성하고 강한 바람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관찰했다.
지난 2009년 처음 나온 날개없는 선풍기를 비롯해 비슷한 원리의 무선 청소기와 헤어드라이어 등 다이슨 제품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2년새 글로벌 제품 판매량은 800만대에서 1300만대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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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슬림 스타일러(왼쪽)과 삼성 액티브워시 <사진=각 사> |
국내 업체들의 스토리도 만만찮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개발한 의류관리기기 'LG 스타일러'는 기존에 없던 신개념 가전이다. 스타일러는 물을 묻히는 세탁 과정 없이도 옷의 냄새와 주름을 제거하는 제품이다.
조 부회장은 지난 2001년 세탁기연구실장 시절 출장길에 올랐다가 부인과의 통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랜 비행에 구겨진 옷을 욕실에 걸어두고 뜨거운 물을 틀어놓으면 수증기를 흡수했다가 마르면서 주름이 펴진다는 것이었다.
조 부회장은 스팀 원리를 응용해 10년 후 스타일러를 내놨다. 스타일러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판매량이 급증해 최근에는 한달에 1만대씩 팔린다. 20011년 스타일러가 처음 나왔을때 의류관리기라는 품목 자체가 생소했던 것에 비하면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매번 애벌빨래를 하는 인도 주부를 보고 영감을 얻어 '액티브 워시' 세탁기를 개발했다. 액티브워시는 세탁기 상단에 빨래판을 부착해 애벌빨래와 본 세탁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 4월 인도에 출시한 액티브 워시가 인도시장 전자동세탁기 매출을 전년 대비 45% 끌어올리자 이를 글로벌시장에도 출시했다. 액티브워시는 글로벌 시장에서 350만대 이상 팔렸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인기를 끄는 브랜드는 고유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며 "경험과 스토리가 하나씩 화두가 돼 쌓이면 팬덤이 형성되고 그때부터는 가격이 비싸도 잘 팔린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