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양섭 기자] 노키아에게 삼성전자가 또 한번 굴욕을 안겨줬다.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노키아의 본토인 핀란드에서까지 삼성이 노키아를 밀어내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노키아가 강세를 보여왔던 인도 등의 시장에서도 삼성은 중저가 라인업을 대거 확대하며 노키아에게 눈엣가시의 존재가 되고 있다.
29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 핀란드에서 21만1000대의 휴대폰을 판매해 19만6000대를 판 노키아를 제쳤다. 노키아가 핀란드에서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경쟁사에 내준 것을 사상 처음이다. 삼성의 시장점유율은 36%, 노키아의 점유율은 33.5%다. 노키아는 지난해만해도 시장 점유율이 48%로 삼성(28%)에 비해 훨씬 앞선 상태였다.
노키아의 쇠락은 애플이 아이폰으로 시장을 장악하면서부터다. 쇠락의 직접적인 배경이 된 경쟁자는 애플이었지만 노키아는 애플보다는 삼성에게 더 적대적이다.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비교적 빠른 대응을 보여왔던 삼성은 이제 애플을 넘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의 출현으로 인한 시장 변화에 대해 노키아보다 오히려 악조건이었던 삼성이 이뤄낸 성과는 노키아 경영진에게는 '전략실패'라는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노키아는 자체 OS인 심비안을 고집하면서 시장의 냉대를 받았고, 이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재기를 노려봤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누리지 못했다.
노키아는 기존 피처폰 시장을 어느정도 유지하면서 인도 등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주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올해 초 인도 시장에 중저가 라인업을 대거 확대하며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스마트 피처폰 ′렉스′ 등 중저가폰 라인업을 발표하며 인도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그나마 중저가 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던 노키아에게 삼성은 눈엣가시인 존재가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도 시장에서도 삼성이 곧 1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에 이어 러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신흥 시장 등이 저가폰 주요 공략 대상 지역이다. 이 지역들은 그동안 저가폰 위주로 공략을 해왔던 노키아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들이다.
노키아는 삼성-애플의 소송전 구도에도 노골적으로 애플편을 들기 시작했다. 노키아는 지난 3월 미국 항소법원에 항소인 애플을 지원하는 의견서(AMICUS BRIEF)를 제출했다. 의견서에서 노키아는 "특허 보유자가 이를 침해한 경쟁자를 향해 영구적으로 판매금지를 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혁신을 키우는 것"이라며 "공익을 위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특허권을 보호해주는 것이 특허법"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키아가 삼성에게 적대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고, 또 노키아도 원천특허가 많아 삼성-애플 소송에서 애플이 이기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