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사례1. 최근 시중은행 PB(프라이빗 뱅커)는 서울 강북에 사는 수십억 원대 금융자산을 보유한 김부자(40대)씨 집으로 방문했다. 퇴직연금보험 가입을 적극 권했으나 잘 안되자 케이크를 사들고 간 것이다. 이 외에도 김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외국계 은행 PB도 연금상품을 권했다. 추후 펀드 및 부동산 투자를 위해 MMF에 잠시 넣어둔 돈으로 비과세연금보험상품에 가입하라는 것. 일단 거절은 했지만 평소 알고지내던 PB인지라 김씨의 마음은 영 불편하다.
하지만 작년 기억을 더듬으면 잘했지 싶다. 증시폭락 전 주식형펀드를 해약하고 정기예금으로 갈아타려던 김씨에게 그 PB는 "앞으로 시장 더 오르는데 펀드 해지하지 마라. 지금은 장기 절세형 보험상품이나 정기예금 가입할 때가 아니다"고 했었다. 다행히 김씨는 당시 펀드를 해약해 직후 증시폭락에 따른 손실을 입지 않았지만 가슴이 철렁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PB들이 요즘은 보험상품 판매에 열을 올린다. 부동산과 주식 모두 전망이 어둡다는 조언과 함께. 과거 증권가에 스님과 아줌마가 증권사를 찾으면 상투고 증권맨들 자살소식이 이어지면 바닥이라는 말이 있는데 요즘은 은행 PB와 무조건 반대로만 하면 될 것 같다는 김씨의 말이 그냥 농담으로 지날 일은 아닌 듯하다.
#사례2. 3년여전 한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1억 4000만원 가량 받은 박가난씨(40대). 당시 대출약정으로는 해당은행 신용카드를 매달 50만원 이상 결제, 매월 10만원을 불입하는 1년만기 정기예금 가입, 월 자동이체 3건, 아파트관리비 이체 등이 있었다. 박씨는 만기가 지난 정기예금을 제외한 나머지 3가지 조건을 지금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연히 은행 대출계에게 전화를 한 박씨는 약정조건이 바뀐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신용카드 월 의무 사용액은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내려갔고, 정기예금은 만기 이후 재가입을 안해 이에 따른 가산금리가 박씨도 모르는 사이 1년 반째 계속 올라가고 있었던 것. 혜택이 많은 다른 신용카드를 두고 약정 때문에 애써 매월 50만원 이상을 결제해왔던 박씨, 정기예금 역시 만기이후 다시 가입해야한다는 설명을 은행측이 하지 않아 예금을 그대로 통장에 묵혀둔 그로선 이 같은 변경사항을 미리 고지해주지 않은 은행이 야속하기만 하다. 은행은 수많은 고객을 일일이 신경쓸 수가 없다는 변명만 늘어놨다.
위 두 가지 사례에서 나타났듯 은행을 거래하는 고액자산가, 서민 어느 쪽도 스스로 챙기지 않고 은행만 믿었다 큰 코 다치는 경우는 수두룩하다.
최근 은행들이 대대적으로 팔고 있는 '소득공제용 금융상품'의 경우 정기예금 금리에도 못미치는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대표적으로 은행이 취급하는 연금신탁상품의 최근 5년 평균배당률을 보면 3~4%대. 정기예금 평균 금리(5%)에도 못미친다.


은행연합회와 각 은행 공시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금신탁(개인연금신탁, 신개인연금신탁, 연금신탁, 퇴직신탁) 평균 배당률은 신한은행(4.48%), 외환은행(4.26%), 씨티은행(4.23%), 하나은행(4.00%), 국민은행(3.97%), 우리은행(3.97%), 농협(3.86%), 산업은행(3.71%), 기업은행(3.54%), SC제일은행(3.08%) 순이다. 이 기간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4.5%(복리 5.0%)다. 어느 은행 상품도 정기예금 금리를 못 따라간다.
지난 한해만 보면 연금신탁상품 수익률은 더 낮다. 업계 평균이 2.97%에 불과했다. 지난해 정기예금 금리(3.8%) 수준과 격차가 더 벌어진다.
은행들이 소득공제 혜택을 내세워 대대적으로 파는 이런 금융상품들이 정기예금 이율에도 못미치는 상황에서, 수수료 등 은행 배만 불리는 이 같은 상품 마케팅에 대한 금융권 전반의 인식전환과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한 PB는 "사실 보수적인 투자 스타일을 갖는 상당수 은행 고객중엔 최근 갑작스런 증시 급등으로 패닉상태에 있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요즘같은 불안한 시기에 어떤 금융상품도 자신있게 권유할 수가 없어 연금상품 같은 안정적인 상품을 권하는 경향이 다소 있긴 하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말 금융소비자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과 특수은행(농협, 기업, 산업) 10개 은행이 갖고 있는 소득공제 혜택 금융상품 수탁고는 30조원을 웃돈다. 이를 통한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규모 또한 23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금융소비자연맹 조남희 사무총장은 "정기예금 금리에도 못미치는 이런 상품을 노후대비에 좋다고 기만하는 은행들의 마케팅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며 "현재 운용되고 판매되는 소득공제 금융상품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금융당국도 뒤늦게 문제의식을 갖고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긴 하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6일 한국금융학회 심포지엄 참석 자리에서 "이제는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문제를 풀려는 시도를 해야할 때"며 "지금까지는 금융정책과 감독이 은행 등 공급자 중심이었는데 이를 반대쪽인 소비자와 시장 등 수요자 중심에서 재점검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이에 금융위는 수수료 등에 대한 비교공시 확대, 보험 및 연금상품 판매시 설명의무 강화, 불완전 판매 방지를 위한 감독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 소비자에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대표적인 예로 금융소비자보호원 조직 구성과 성격 등을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갈등을 빚고 있는데다, 올해 총선과 대선 등 선거정국과 맞물려 조직 출범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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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