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F부실 처리 동시에 저축은행 등 금융 구조조정 소용돌이도
[뉴스핌=한기진 기자] “워크아웃 38개사 퇴출 27개사.”
25일 채권은행들을 대표로 신용평가결과를 발표한 우리은행 이종휘 행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65개사가 구조조정된다.”
“시장의 혼선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업 이름을 공개해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이 행장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발표장에는 이종휘 행장, 민유성 산업은행장, 강정원 국민은행장 등이 참석, 채권단의 구조조정의지에 무게를 더했다. 구조조정의 운명을 맞이할 건설 조선 해운 및 대기업의 윤곽이 드러났다.
◆ “명단 공개없다” 단호한 채권은행
채권은행들은 이날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1985개 업체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구조조정 대상에 건설사 16곳, 조선 3곳, 해운 1곳, 금속 전기 등 대기업 45개사가 선정했다”고 말했다.
건설사 가운데 워크아웃(C등급)이 추진될 곳은 벽산건설, 신동아건설, 남광토건, 중앙건설, 한일건설, 청구, 한라주택, 성우종합건설, 제일건설 등 9개고, 퇴출(D등급)될 기업은 성지건설, 금광기업, 풍성건설, 남진건설 등 시공순위 100위권 2개사 등 7개 건설사가 포함됐다.
조선사는 1곳이 C등급, 2곳 D등급을 받았고, 대기업 가운데 금속비금속 제조 10개사와 전기전자 5개사 등 27개사가 C등급을 받았다.
C등급에 선정된 업체는 조기에 경영정상화될 수 있도록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D등급 업체는 채권단 지원없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야 한다. 사실상 홀로서기에 성공하지 못하면 퇴출의 길밖에는 없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워크아웃에 들어갈 업체에 대해서는 은행의 채권 회수 등 금융제한 조치가 없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또 일시적인 유동성 애로를 겪고 있는 B등급 건설사에 대해서는 자금조달 등 어려움을 겪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권 자율로 대주단 협약 운영기한 연장을 추진한다.
이해선 기업재무개선지원 정책관은 "A 등급에서 일시적으로 등급이 떨어진 B등급 기업의 경우 대주단과 협의해 만기연장 등 혜택 받을 수 있다"며 "적극적인 구조조정 관리체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결과 따른 책임•MB 구조조정 주문에 신중 거듭기해 평가
지난해 신용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건설사중 퇴출 업체가 나오자, 비난의 화살이 은행들에 집중됐다. 신용평가를 잘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향후 신용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은행들을 압박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7일 은행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기업구조조정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이달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무책임하게 주택시장에 뛰어들어 많은 이들에게 부담을 준 건설사는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러자 시장에서는 ‘은행들의 신용평가결과는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 대상업체를 가린다는 것은 상당한 경영부담을 안는 일이다. 워크아웃 대상으로 판명된 기업에 대한 여신은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기 때문에 실적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평가를 맡은 실무진들이 골머리를 앓을 수 밖에 없었던 게 이유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건설사의 경우 지난해 수준에서 C D등급 업체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주변의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독자적인 판단외에, 정부의 의지 등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이번 구조조정대상 기업 특히 건설사를 가려내면서 여러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위험에 처한 저축은행들의 구조조정도 동시에 꾀할 수 있게 돼서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부실 PF채권 3조9000억원에 대해 총 2조8000억원을 들여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금융당국은 대상 저축은행들에게 재무구조개선, 대주주의 자격요건 강화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부진했던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이번 조치로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