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추경에 떨던 시장은 수급부담을 되도록 줄여주려는 정부의 시그널에 안도감을 내보이고 있다. 미국이 국채를 매입해 주기로 결정한 것처럼 한국은행도 국고채를 사줄 수 밖에 없다는 기대감도 시장 안정에 한 몫하고 있다.
우선 최대 50조원설까지 나돌던 슈퍼추경규모가 27조~29조원으로 대폭 줄어든 점은 상당히 우호적인 뉴스이다. 이 가운데 공적기금의 여유자금 7~8조원, 세계잉여금 2조원, 한국은행 잉여금 1.5조원 등이 추경예산의 일부를 담당하고 나면 추경용 적자국채 발행규모는 17조원 내외로 줄어든다.
이 뿐만 아니라 정부는 적자국채가 시장에서 원활히 소화될 수 있도록 변동금리부채권(FRN)을 발행하고 이를 MMF에서 편입할 수 있도록 듀레이션을 이자 지급일 단위로 산정할 수 있는 감독규정상의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추경용 국채발행 물량이 시장에서 원활히 소화되고 단기화된 자금을 경기진작에 활용하기 위해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국고채 1년물 발행도 시장에 일단은 우호적인 뉴스이다.
다만 이 모든 것은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요하다. 사실 추경예산이 편성된 것도, 추경용 적자국채가 발행된 것도 아니다. FRN이나 국고채 1년물 발행이 결정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시장은 점차 강세로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정부가 추경편성에 따른 시장의 불안을 줄여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의 구체성이나 실효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이런 방안은 시장의 불안을 정부가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의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주고 있는 점이 상당히 긍정적"이라면서 "정부가 내놓은 안이 구체적이거나 실효성이 크거나 하지는 않지만 추경편성에 따른 시장의 불안을 정부가 손놓고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을 강세로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의 국고채 매입에 대한 기대감 역시 크다. 전날 미국 FOMC가 상당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키로 한 가운데 국고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조치를 취하면서 국내에서도 한은이 국고채를 매입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강하게 형성됐다.
사실 한은이 국고채를 매입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된 것은 그리 새로운 게 아니다. 국고채를 직접 인수해주는 직매입이라면 모를까 유통물시장에서 국고채를 사들이는 단순매입은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고, 한은도 시장이 불안할 경우 국고채를 단순매입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금통위에서 한은 총재는 "국채발행이 채권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때 앞으로 경제상황, 물가 등 여러가지 거시경제상황에 적합한 활동이 이뤄지도록 간접적으로 뒤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국고채 단순매입을 시사한 바 있다.
시장이 불안하면 국고채를 매입하고 시장이 안정을 보이면 굳이 국고채를 사주지 않아도 된다는 게 한은의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어쩌면 정부나 한은은 고도의 심리전을 이용해 시장의 안정을 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시장을 안정시킬 의지가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시장이 안정되는 상태가 됐을 때 액션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시장과 당국의 탐색전과 같다. 마치 게임이론과 같은 것"이라면서 "당국은 시장을 안정시킬 의지가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시그널링하면서 시장을 안정시키고, 시장이 안정되면 필요한 조치들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고 불안정하면 하고자했던 조치를 취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도 "사실 금리가 오르고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인데 이 부분을 정부가 개입을 통해 조정하는 것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정부가 구체적인 시장 조정안을 내놓기 전에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있는 게 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