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부터 5일째 우리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앞에는 노조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아침마다 108회의 절을 올린다. 최근 우리투자증권이 단행한 대부서제(Group) 중심의 조직개편 때문이다. 실적 부진자들을 한 곳에 모아두는 리테일RM그룹 신설이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더욱이 이번 리테일RM그룹이 임시적으로 만들어진 태스크포스팀이 아니라 WM사업부에 속한 조직으로 상시화된 점에서 노조측 반발은 거세다.
노조측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직원들을 가족으로 대한다는 박종수 사장이 직원들에게서 단물만 빼먹고 필요없으면 언제든 내칠수 있는 회사 비품처럼 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측은 최근 지점장 보직해임자를 중심으로 한 16명을 리테일RM그룹으로 발령했다. 실적부진자들을 한 곳에 모아 재교육을 통해 뛰어난 직원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직원들은 별로 없어 보인다. 결국 이같은 과정이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과거 박 사장의 전력도 노조의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박 사장은 과거 대우증권 사장 시절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업계 최초로 특수영업부서인 '종합영업팀'을 신설했고 이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대우증권 관계자는 "외환위기이후 대우사태를 맞으며 너무나 힘들었고 수많은 임직원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다만 당시엔 모두가 책임지는 상황이었는데 요즘같은 시장상황에서 임원은 그대로 앉아있고 직원들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어서 적절치 못한 행태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란 지적도 덧붙였다.
박 사장은 이어 옛 우리증권과 LG투자증권 합병 당시에도 양사 55명을 '고객개척TFT'라는 특수영업팀을 만들어 발령한 바 있으며 희망퇴직을 명분으로 상당수가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양사 노조 합병을 조건으로 6~7개월만에 해체되긴 했지만 박 사장의 이같은 전력이 직원들로선 불안감을 갖기에 충분한 이유라는 게 노조측 설명이다.
특히 임원진 규모와 면면은 대부분 유지하면서 객관적으로도 어려워진 시장환경을 도외시한 채 직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 역시 형평성에 어긋나고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사실 이번 우리투자증권의 인사를 보면 임원급 변동은 미미했다. 임원 2명이 옷을 벗고 1명은 자연퇴직, 3명이 신규선임되면서 임원 숫자는 그대로다. 또 지주사를 중심으로 우리투자증권 경영진 또한 최근 연봉 10% 감축을 단행했지만 여타 은행권이 임원을 줄이고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고통분담을 하는 양상과는 온도차를 보였다.
경기침체가 해소될 기미는 여전히 없다. 이렇듯 글로벌 경제 자체가 힘든 상황 속에서 능력없는 임직원들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자본시장 논리일 수 있다. 옆 자리 부장이, 지점장이 근무태만의 모습을 보이면 사내 분위기를 해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는 합리적인 선에서 해결할 문제고 이를 무리없이 해결하는 것 또한 경영진의 능력이다. 이 모든 과정이 경영진과 직원들 양측에 형평성 있게 적용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G사, H사 등 여타 증권사들도 소위 '열등반'을 만들어 경쟁을 촉구해놨지만 모두 성과없이 끝났던 사례도 많았다. 자존심이 구겨진 이들을 한데 모아놓고 경쟁을 시켜봤자 회사측의 의도를 받아들이고 신명나게 영업을 펼칠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지방을 빼고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108배 절을 하는 이들도 있다. 안으로는 장기를 튼튼하게 하고 척추를 바르게 하며 혈과 기의 흐름을 개선해 신체를 균형 있게 잡아주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정신과 마음을 안정시켜주는데도 그만이란다.
하지만 요즘같이 춥디 추운 겨울에 아침마다 108배라는 고행을 택한 노조간부들의 결심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노조 또한 조직내 갈등을 키우는 108배가 아닌 화합과 발전을 위한 심적 고통의 시간이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