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사이클서 타은행보다 앞서…전열정비 기회
[뉴스핌=원정희 기자] 150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환율이 연말이 다가오면서 점차 내리막길을 걷자 하나금융지주 주력자회사인 하나은행은 누구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하나은행은 통화옵션계약을 맺었던 태산LCD 때문에 지난 3/4분기 첫 적자를 냈다. 그러나 환율이 하향안정되면 평가손이 줄어들어 적립했던 충당금을 환입하거나 적어도 추가 손실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문제만 해결되면 기존의 대출 익스포져를 감안할 경우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하나은행은 오히려 내년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실제 다른 은행보다 먼저 리스크관리에 들어갔고 먼저 부실이 터진 점은 신용사이클에서 남들보다 빨리 빠져나와 전열을 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환율 하락세…태산LCD 최악은 지났다
하나은행은 태산LCD로 쓴맛을 톡톡히 봤지만 분기적자를 감수하고 과감히 상처를 도려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줄여줘 오히려 시장에 긍정적인 사인이 됐다.
당시 주가반등은 물론이고 이 때부터 하나은행에 대한 각종 루머가 사그러드는 덤도 얻었다.
지난 9월말 환율 1207원을 기준으로 해 4600억원의 태산LCD 평가손을 입었고 이 가운데 50%를 충당금으로 쌓았다.
지난 12월24일 현재 환율은 1306.5원이다. 은행 안팎에서는 환율이 100원 오를때마다 추가로 1500억원~1600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율이 현재대로 1300원 초반대에서 움직인다손 치더라도 하나은행이 올들어 분기별 충당금 적립전 이익이 1/4분기 4282억원 2/4분기 5090억원, 3/4분기 3109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또 1300원대 환율에 대해서도 여전히 높다는 인식이 커 추가 하락 가능성이 예상됨에 따라 그 밑으로 떨어지게 되면 오히려 기존에 쌓아 놓은 충당금을 환입할 수 있게 된다.
성병수 푸르덴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이 1200원 이하로 떨어진다면 파생상품 포지션을 청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되고 4/4분기엔 소폭 흑자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이제 터질 것 없다는 자신감, 리스크관리의 힘
하나은행은 환율이 가장 큰 변수이자 리스크였으나 이 부문이 어느정도 해소되면 다른 대형은행과 비교해 걱정거리는 크지 않다는 점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
특히 내년 은행권은 금융과 실물간에 위기 전이로 기존에 크게 늘려놨던 대출에서 얼마나 부실이 터지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이에 따른 대손비용이 내년 은행 순익과 경영성패를 판가름할 정도로 주요 잣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고 구조조정의 첫 칼을 대야 하는 건설사 혹은 부동산 PF쪽에서 얼마나 부실이 터질지 관심이 모아지는데 하나은행은 상대적으로 관련 익스포져가 크지 않다.
금감원 자료 등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9월말 PF잔액은 2조1491억원(ABCP포함)으로 전체 원화대출금의 2.7% 수준이다. 6월말 기준으로도 2.8%에 불과한다.

반면 우리은행은 11.3%, 국민은행이 7.3%, 신한은행 6.7%, 외환은행 6.0% 순이었고 기업은행이 하나은행보다 낮은 2.2% 였다.
아울러 키코 등 통화옵션상품 관련 익스포져도 태산LCD를 제외하곤 크지 않다.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하나은행의 키코 계약잔액은 6억달러이며 실현손실과 평가손실을 합친 총 손실은 827억원이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잔액은 21억달러이며 무려 4089억원의 손실을 냈다. 신한은행은 3272억원, 외환은행이 3225억원의 손실을 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손실규모와 잔액이 적은 상황이다.
다만 지난 2006년 10조4000억원(잔액)까지 늘린 소호대출의 건전성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소호를 포함한 중소기업대출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4.76%로 높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추가 악화로 고정이하여신비율로 내려앉을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초부터 집중적으로 리스크관리를 시작하면서 올 9월말 현재 소호대출 잔액은 9조원으로 줄어든 상태고 전체 익스포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점이 불안감을 덜어주고 있다.
은행 담당 한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자기자본에서 소호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은행 평균이 160% 수준인데 하나은행의 경우 120%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태산LCD건으로 문제가 크게 터지긴 했지만 그나마 더이상 터질게 없다는 점에선 불확실성을 줄여주고 또 상대적으로 기회요인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구용욱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소호를 시작으로 크레딧 사이클이 남들보다 먼저 나빠졌고 또 먼저 관리에 들어갔다"며 "지난해부터 리스크관리를 시작했기 때문에 크레딧 사이클서 남들보다 빨리 벗어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