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취한 것도 아니고 향후 경기 하방위험에 대해 언급하지도 않는 어중간한 '중립' 태도에 시장은 실망했다.
민간고용 보고서와 국내총생산(GDP), 지역제조업지수 지표 결과에 기대감을 드러내며 랠리를 펼치던 뉴욕 주식시장은 FOMC 성명서가 나온 뒤 싸늘하게 굳으면서 하락 전환했다.
인플레 전망에 대해 낙관한 성명서 덕분에 재무증권 금리는 반락했으며, 미국 달러화는 주요통화 대비로 약세를 기록했다.
FOMC는 앞으로 어떤 방향이든 열어두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지만, 시장은 계속 향후 정책운용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쉽게 보면 '금리동결&관망' 기간이 길어질 수 있겠지만, 매번 어떤 정책 스탠스 혹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해석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연준 관측 전문가들은 이번 성명서에 대해 "다분히 정책적인 배려와 의도가 포함된 것이지만, 앞으로 정책 결정은 이런 의도보다는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이 더 나빠질 것인지 여부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8대 2로 25bp 금리인하, "필요시 대응"
3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4월 정규 정책회의를 통해 다수결로 기준금리를 기존 2.25%에서 2.00%로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금리인하 결정은 지난 해 여름 위기가 발생한 이래 7번째로, 이제껏 공세적인 금리인하 기조에 비하면 온건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결정은 지난 번 회의와 마찬가지로 찬성 8, 반대 2로 이루어졌다. 금리동결을 주장한 리처드 피셔(Richard Fisher)와 찰스 플로서(Charles Plosser) 총재가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은 지난 달 0.75%포인트 금리인하 결정 때에는 '좀 더 완만한 금리인하'를 요구하며 반대한 바 있다.
이 결정에 따라 연준리(FRB)는 만장일치로 재할인율 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인하하는 것을 승인했다. 재할인율 인하를 신청한 곳은 뉴욕, 클리브랜드, 애틀랜타, 샌프란시스코 등 모두 네 곳.
정책성명서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큰 스트레스 상태에 놓인 것으로 평가했으나, 일단 경기가 깊은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충분한 정도의 충격 완화 및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및 유동성 대책을 실시한 것으로 자체 평가했다.
특히 이번 성명서에서는 경제활동에 대한 위험요인에 대해 언급하면서 여전히 경기를 부양하는 쪽이 인플레이션보다는 우위에 있음을 시사했지만, 지난 달과는 달리 "경기 하방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는 표현이 삭제됐다.
대신 "큰 폭의 금리인하와 시장 유동성 강화를 위한 조치들의 결합으로 완만한 성장을 도모하고 위험을 완화시켰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또한 향후 정책 운용에 대해서는 "경제와 금융시장 동향을 살피면서 필요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지난 달과 비교할 때 '적시에(timely manner)'란 표현을 삭제했다.
이 부분은 올들어 3월까지 공세적으로 대응했던 것과 같은 금리인하의 긴급성 같은 것은 일단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성명서에서 경제 활동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취약하다(remain weak)"며, "가계 및 기업 지출이 줄어들고 고용시장이 더 약화됐으며, 금융시장은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성명서는 고용시장 약화가 임금 상승과 따라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연히 완만해질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지는 못했다.
"비록 최근 근원 인플레이션이 완만해졌지만, 에너지와 여타 상품가격이 상승했고 일부 기대인플레이션 지표가 최근 강화됐다"는 점을 우려했다.
결국 당분간은 상황을 관망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FOMC는 섣부르게 추가 금리인하의 문을 완전히 닫거나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10월 동일하게 금리인하를 중단하려고 했다가 실패한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월가 '실망감' 드러내
FOMC성명서가 나오기 전 178포인트나 상승했던 다우지수는 마감시간까지 짧은 시간동안 급격히 후퇴, 결국 수면 아래서 마감했다. 지난 며칠간 조정국면을 견디며 좋은 결과를 기대했기 때문에 실망감은 컸다.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11.81포인트, 0.1% 하락한 1만 2820.13을 기록했다. S&P500지수 역시 상승을 포기하고 전일대비 5.35포인트, 0.4% 후퇴한 1385.59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13.30포인트, 0.6% 하락한 2412.80에 거래됐다.
다우지수는 GFM과 P&G의 실적 호재 및 주가 상승으로 하락 압력이 상쇄되었지만, 나스닥지수는 SAP의 실적 악재가 작동했다. 다우지수 내 씨티그룹은 45억 달러 규모의 보통주 증자 계획을 내놓고 주가가 4% 급락했다.
10년 국채 금리는 3.73%까지 0.09%포인트 하락했으며, 2년물 금리도 2.26%로 동일한 폭 하락했다.
미국 달러화는 주요통화 대비로 약세를 기록한 가운데, 달러/유로가 1.56달러 선을 회복했고 엔/달러는 103엔 선으로 내려섰다. 국제 금 시세는 상승했지만, 미국 주간 재고 증가 소식이 겹친 상황이라 국제유가는 3달러 이상 하락하다가 낙폭을 2달러 선으로 줄여 마감했다.
◆ "예상한 결과, 중립적.. 정책의도 보단 객관적 상황이 중요"
이번 FOMC 정책 결정이나 성명서 기조에 대해 월가 경제전문가들은 "의외의 결과는 없었으며, 성명서 내용도 상당히 투명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기와 금융시장의 여건이 아직 좋지 않다고 보는 쪽에서는 한계도 분명히 지적했다.
전체적으로는 '경기 하방위험' 문구 삭제에다 '근원 인플레 완화 지적'으로 인해 정책 판단 기조는 "좀 더 중립화됐다"는 평가지만, 이런 정책 의도가 가미된 내용보다는 현실적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객관적인 사정이 향후 정책 결정의 바탕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데이빗 그린로(David Greenlaw)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논평을 통해 "이번 금리인하 주기의 마지막 금리인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경제가 부양책 효과를 다 소진하고 '더블딥(double dip)' 양상을 보인다면 연준은 분명히 다시 금리인하를 재개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롭 카넬(Rob Carnell) ING뱅크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하방위험' 문구를 삭제한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물 경제가 불가피하게 둔화될 것이란 사실을 인정하기 거부한 것은 결국 역화(逆火, blackfire)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디어글로벌(IDEAglobal)의 조지프 브루셀러스(Joseph Brusuelas) 이코노미스트는 "조용하지만 매우 투명한 방식으로 버냉키 사단은 최근 쟁점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있음을 인정했다"며, "피셔 총재와 플로서 총재의 주장이 위원회 내부에서 견인력을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성명서 기조는 실업률 상승이나 에너지 및 상품가격 상승을 인내하면서 상당기간 금리를 동결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며, "연준은 총수요 둔화가 물가압력을 잡아주고, 그 동안 공세적인 금리인하와 유동성 대책 그리고 재정부양책 등이 경기를 부양할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안 셰퍼슨(Ian Shepherdson)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콘은 "서프라이즈는 없었다"며, 그러나 "불과 4월 초에 버냉키가 여전히 위험은 하방 쪽이라고 말했는데 한달도 되지 않아 이 부분을 삭제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연준의 의도'가 아니라 구체적인 거시지표 및 금융시장의 동향이 될 것이며, 만약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연준은 다시 금리인하에 나설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