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내국세 20.79% 자동배분 구조인 교육교부금 개편을 두고 학령인구 감소 상황에 맞는지 본격 논의했다.
- 한쪽은 학생 감소에 따른 예산 절감과 재정 유연성을, 다른 쪽은 저출생 시대 1인당 투자 확대와 교육재정 안정성을 주장했다.
- 전문가들은 총액 논쟁을 넘어서 학령인구·교육수요·지역격차를 반영한 '적정 교육비'와 배분 구조 재설계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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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돌봄·기초학력 투자 확대 요구…'교육 질' 해법 찾기 쟁점
전쟁은 중동에서 시작됐지만, 대한민국의 교실 예산으로 불통이 튀었다. 전쟁 대응을 명분으로 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파장이 초·중·고교 재정의 핵심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로 옮겨 붙었다.
쟁점은 교육교부금 구조다. 내국세의 20.79%를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는 현행 구조가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도 유효하냐는 것. 현 정부가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내세운 상황과 맞물리면서, 반세기 가까이 유지된 교육교부금 제도가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과, 저출생 시대일수록 학생 한 명에게 더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는 현행 구조가 유지될 경우 '학생은 줄어도 교부금은 2배 이상 불어날 수 있다'는 장기 재정 시뮬레이션까지 제시되면서, 논쟁은 단순한 증감 싸움을 넘어 재정 설계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문제를 '예산을 얼마나 줄이거나 늘릴 것인가'의 프레임으로만 다루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교부금 논쟁의 본질은 총액이 아니라 학생 수와 교육 수요, 지역 여건을 어떻게 반영해 재원을 배분하며 어떤 용도로 운용할 것인가에 있다는 것이다.

◆ "학생 줄었으니 예산도 줄여야" vs "더 투자해야"
29일 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는 현행 교부금 구조가 지금의 인구·재정 환경에 여전히 적합한지를 두고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학생 수와 무관하게 일정 비율의 재원을 자동 배분하는 현행 방식이 비효율과 재정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앞서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의에 관해 "2012년 초선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내국세 비중 상향을 주장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10여년 사이 학령인구는 크게 감소했고 내국세는 증가해 지방교육 재정은 중앙 및 지방정부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향후 국민적 공론화를 거쳐 대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 수는 장기간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성평등가족부의 '2026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올해 학령인구는 678만5000명으로 지난해(697만8000명) 대비 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총인구 대비 비중은 13.5%에서 13.1%로 0.4%포인트(p) 떨어졌다. 학령인구는 오는 2070년에는 전체 인구의 7.8% 수준인 290만900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같은 기간 교부금은 내국세 20.79% 연동 구조에 따라 경제 규모에 맞춰 꾸준히 증가했다. 교부금 규모는 2015년 39조4000억원에서 2025년 70조2000억원으로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는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76조4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학생은 줄어드는데 예산만이 늘어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재정·경제 기관 등은 교부금 산정 방식을 바꾸면 상당한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을 내놓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2022년 관련 보고서를 통해 교부금 산정 방식을 내국세 연동에서 벗어나 학령인구·학급 수·물가·소득 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꿀 경우, 2021년부터 2060년까지 최대 1100조원대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아울러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021년 발표한 교부금 관련 연구 보고서를 통해 내국세 대신 경상 국내총생산(GDP)에 연동하면서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는 개편안을 적용하면, 40년간 약 1000조원의 재정을 아끼면서도 1인당 교육투자 수준은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같은 재정 절감 규모는 다른 의무지출을 둘러싼 갈등과도 직결된다. 정부는 의무지출을 10% 줄여 국정과제에 필요한 재원 50조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교부금 개편을 핵심 카드 가운데 하나로 올려놓고 있다. 공적연금·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 등 복지 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내국세의 20.79%를 '고정'해 둔 교육재정이 국가재정 운용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반면 교육계에서는 학생 수 감소를 곧바로 교육재정 축소 논리로 연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맞선다. 지난해 4월 전국시도감교육협의회는 교부금 관련 간담회를 열고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자연 감소분을 고려하더라도 학급·학교 수 변화가 학생 수 변화에 탄력적이지 않은 교육재정의 '구조적 비탄력성'이 재정소요 감소로 직결되지 않기 때문에 미래 교육투자에 필요한 재원은 안정적인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학급 단위로 교육을 조직하는 이상, 학생이 줄어도 학급·교원·학교 수는 같은 속도로 줄지 않는다는 현실도 강조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디지털 교육 확대와 기초학력 보장, 특수교육 강화, 돌봄 서비스 확대 등 교육 현장의 역할이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도 교육계가 내세우는 논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등은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학령기 이후 평생교육·직업교육 수요가 커지고 있어, 정규 학교 교육뿐 아니라 전 생애 교육을 위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대신 학생 1인당 투자 수준을 높여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기초학력·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저출생 시대에는 한 명의 학생이 미래 노동시장과 국가 경쟁력에서 차지하는 가치가 커지는 만큼, '적정 교육비' 기준을 지금보다 높게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교육재정 논의의 초점을 단순한 '학생 수'에서, 장애·다문화·농어촌 등 '고수요 학생'에 대한 맞춤형 지원 수준으로 옮겨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 '20.79%' 그대로 둘 것인가…재설계론 부상
논쟁의 핵심은 결국 '교육에 얼마를 쓰느냐'보다 '어떤 기준으로 재원을 배분하느냐'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교부금은 내국세 규모에 연동되는 구조로, 세수가 늘면 학생 수와 관계없이 교부금도 증가하고 세수가 줄면 교육 수요와 무관하게 감소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학령인구 변화나 교육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와 국회 일각에서는 학생 수와 교육 수요, 지역 여건 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교부금 배분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예정처는 교부금 산정 방식에 학령인구·학급 수·물가·소득 등을 반영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KDI는 내국세 대신 경상 GDP와 연동하면서 학령인구 비율에 따라 조절하는 개편안을 제시했다. 이는 모두 총액을 무조건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인구·경제 지표를 반영해 증가 속도를 조정하자는 식의 접근이다.
지방교육재정과 일반 지방재정 간 '칸막이'를 완화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된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공동으로 재원을 조성해 교육사업에 투입하는 '공동사업비'나 '교육지원특별회계' 제도 도입, 장기적으로는 지방교부세와 교부금을 통합하는 안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 교육세 배분 구조를 손봐 술·담배·자동차 등에 부과되는 교육세를 유·초·중·고뿐 아니라 대학·유아교육·평생교육에 고르게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같은 교육재정 안에서도 단계별·영역별 벽을 낮추자는 취지다.
반면 교육계에서는 재정 안정성이 훼손될 경우 교육정책의 연속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교부금이 정부 재정 상황에 따라 수시로 조정될 경우 농산어촌 학교 통폐합과 교원 정원 관리, 고교학점제·AI교육 등의 중장기 정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등교육 재정 연구에서도 대학 재정지원이 경기 변동에 따라 급격히 늘었다 줄었다 하면, 구조개혁 대신 '땜질식' 대응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재정은 성격상 한 번 줄이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안정적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논리다.

◆ 해답은 총액 아닌 배분…'적정 교육비' 찾아야
전문가들은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가 단순한 재정 절감 수단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교육개혁 성공의 핵심은 효과적인 교육재정으로, 미래 교육 수요와 적정 교육재정 간 균형을 고려한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 절감 여부보다 어떤 분야에 얼마를 투입할지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과잉 vs 부족'이라는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학령인구와 교육의 질, 지역 격차를 고려한 '적정 교육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같은 예산이라도 어떤 기준으로 나누느냐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 확대가 필요한 영역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되는 분위기다. AI 교육과 디지털 전환,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 기초학력 보장, 돌봄 확대 등 미래 교육 수요에 대한 투자는 확대해야 한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비교적 일치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유·초·중·고에 치우친 교부금을 대학·직업·평생교육으로도 분산하는 것이 '저출생 시대 교육재정 재설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교부금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예산을 깎을 것인가'를 넘어 '저출생 시대에 어떤 교육재정 체계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학생 수 감소를 선(先)으로 놓고 재정을 줄일 것인지, 미래 교육 수요를 선으로 놓고 기존의 칸막이와 비효율을 손질할 것인지에 따라 같은 숫자도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게 된다. 논쟁의 해답은 총액이 아니라, 얼마나 촘촘한 설계와 디테일을 갖춘 교육재정 체계를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해석이다.
교부금 연구 전문가인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교부금 총량은 경상 성장률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늘리되, 학령인구 비중 변화와 같은 인구·교육 여건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며 "재원 배분의 비효율을 줄이고 지방교부세와 교부금의 통합·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재정의 칸막이를 낮춰야 저출생 시대에 맞는 교육투자 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