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울산 HD현대중공업을 찾아 K-조선 안전·미래 비전을 점검했다
- HD현대는 2030년까지 4조5000억원을 투입해 스마트조선소·AI·로봇 기반 안전 생산 체계 구축에 나섰다
- 고부가 선박 수주 경쟁에서 작업장 안전과 ESG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며, 정부도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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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4.5조 안전 투자·FOS 프로젝트로 스마트조선소 전환
용접 로봇·AI 기반 안전관리로 작업자 위험 노출 최소화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아빠 올 때 치킨! 다치지 말고."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한 울산 HD현대중공업 야드 곳곳에 걸린 이 문구는 오늘날 K-조선이 나아갈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주 호황을 맞은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이 이제 '더 많이, 더 빨리' 짓는 생산능력을 넘어, 현장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생산 체계와 이를 뒷받침하는 첨단 기술로 확장되고 있다.
대형 선박 건조 현장은 거대한 블록과 크레인, 고소 작업, 용접·도장 공정이 동시에 이뤄지는 대표적인 고위험 산업 현장이다. 한순간의 부주의가 인명 피해와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선업계는 스마트조선소와 로봇, AI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을 앞세워 작업 환경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 '고위험 조선소' 바꾸는 4.5조 투자…안전도 경쟁력
HD현대중공업은 1972년 설립된 국내 최초 대형 조선소이자 세계 최대 규모 조선소다. 현재 14개 도크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 LPG 운반선, 암모니아 운반선 등을 건조하고 있다. 축구장 6~8개 규모의 도크에서는 초대형 선박 블록과 대형 크레인, 용접·도장 작업이 동시에 움직인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경쟁력을 떠받치는 공간이지만, 그만큼 체계적인 안전 관리가 요구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조선소는 산업 현장 중에서도 사고 위험이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선박 한 척은 수십만 개 부품과 대형 블록을 결합해 완성된다. 원청과 협력사 인력, 대형 장비, 고소 작업, 화기 작업이 같은 공간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다. 어느 한 공정에서 안전 관리가 흔들리면 작업자 안전은 물론 납기와 품질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HD현대가 그룹 차원에서 안전을 최우선 경영 과제로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HD현대는 지난해 9월 2030년까지 5년간 총 4조5000억원 규모의 안전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선소 현장의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작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안전 설비 확충, 위험 공정 자동화,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등에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안전 전환은 스마트조선소 구축과 맞물려 추진되고 있다. HD현대는 2021년부터 조선 부문 계열사를 중심으로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FOS는 조선소를 디지털 트윈, AI, 로봇 기반의 미래 첨단 조선소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로, 2030년까지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 구현을 목표로 한다.
FOS 1단계의 핵심은 실제 조선소를 3D 가상공간에 구현한 디지털 트윈 플랫폼 '트윈포스'다. 트윈포스는 조선소 현장의 정보를 디지털 데이터로 가시화해 건조 공정 상황과 설비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생산 계획과 안전 지침 등을 일원화해 관리하면서 작업자가 공정 정보와 안전 정보를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용접은 이것이 하는구나"…대통령도 주목한 AI 로봇
로봇과 AI 적용도 같은 흐름이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12월 생산 공정 자동화와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조선소 주요 생산라인에 로봇·비전·AI 기반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고, 이를 실제 작업 환경에서 검증해 최적 공정 모델로 표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이 현장에서 살펴본 조립 크레인형 용접로봇도 대표 사례다. 이 로봇은 대형 판넬 블록의 조립 생산성과 저숙련 작업자의 용접 능률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시스템이다. 전면에 설치된 비전 센서와 내부 AI 모델을 활용해 작업 영역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용접 경로와 작업 정보를 생성한 뒤 연속 용접을 수행한다.
회사 관계자는 "센서를 통해 용접을 시작할 지점과 종료할 지점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시작점과 종료점을 스캔한 뒤 용접을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넣는 것까진 사람 손으로 하고, 거기다가 용접은 이것이 하는구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로봇의 학습 방식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2022년부터 썼다고 하니 상당히 오래됐다. 그때도 이미 인공지능에 의한 학습을 썼던 것이냐"고 물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그때는 DX 정도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AX까지 들어가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조립 크레인형 용접로봇은 다수의 로봇을 작업자 1명이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CAD 프로그램 연동 기술도 적용돼 작업자 개입을 최소화하고, 저숙련 작업자도 고품질 용접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조선소에서 용접은 고열과 화기, 반복 작업이 동반되는 대표적 고위험 공정인 만큼, 이 같은 로봇 시스템은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작업자의 위험 노출을 줄이는 기술로도 의미가 크다.
간담회장 전시물에서도 안전·자동화 전환 흐름은 이어졌다. 현장에는 AI 기술을 활용하거나 운반이 가능한 용접 로봇, 도장 VR 기기 등 선박 건조 과정에 활용되는 최신 장비들이 배치됐다. 용접과 도장은 조선소에서 작업 강도와 위험도가 높은 공정으로 꼽힌다. 업계는 로봇과 가상현실 기반 교육 장비를 활용해 작업자의 위험 노출을 줄이고 숙련도 편차를 낮추는 방향으로 생산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 선주가 보는 건 선박만이 아니다…안전이 수주 경쟁력
최근 K-조선은 LNG 운반선과 암모니아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고부가 선박일수록 설계와 건조 난도가 높아지고 현장 작업의 복잡성도 커진다. 이 대통령도 카타르 등이 발주한 LNG 운반선의 건조 상황을 확인하고, 노르웨이가 발주한 LNG 운반선 내부를 시찰했다. 고난도 선박일수록 품질 관리와 함께 안전한 작업 환경의 중요성도 커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조선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안전 투자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선주들이 납기와 품질뿐 아니라 ESG와 작업장 안전 수준을 주요 평가 요소로 보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안전한 작업장 구축은 기업 이미지 차원을 넘어 수주 경쟁력과 직결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대통령도 현장 노동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시찰을 마친 뒤 "세계 최고 수준의 K-조선 경쟁력은 무엇보다 현장 노동자들의 숙련된 기술과 헌신 덕분"이라며 "대한민국 조선산업이 미래 시장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수주 호황을 맞은 K-조선은 다시 세계 시장의 중심에 서고 있다. 그러나 다음 단계의 경쟁력은 더 많이, 더 빨리 짓는 데서만 나오지 않는다. 고난도 선박을 안정적으로 건조할 기술력과 함께 현장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갖추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