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가계부채 관리 등 불확실성은 변수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4월부터 본격 시작되면서 채권시장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수십조 원 규모의 외국인 패시브 자금 유입이 예고된 가운데, 미국·이란 전쟁 여파와 가계부채 관리 강화, 한전채 발행 우려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시장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WGBI 추종 자금 472억 달러…매월 8.5조원씩 8개월간 유입
FTSE(영국 주가지수)는 3월 16일 한국의 WGBI 내 비중을 1.89%(1월 말 기준)로 공식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반기리뷰에서 제시됐던 2.08%보다 소폭 낮아진 수치다. WGBI를 추종하는 전 세계 자금 규모는 약 2조5000억 달러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 채권시장으로 유입 가능한 규모는 약 472억 5000만 달러(1월 말 환율 기준 약 68조 원)로 추산된다. 이를 8개월로 나누면 매월 약 8조5000억 원의 패시브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 거론됐던 선제적 자금 유입 여부에 대해선 KB증권은 회의적인 시각을 내놨다. WGBI 추종 자금은 기본적으로 패시브 성격이며, 한국의 편입 비중이 처음으로 제시된 것이 3월 5일이라는 점에서 사전 유입 자금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 비중은 4월 0.24%를 시작으로 매월 단계적으로 확대돼 11월 1.89%에 도달할 예정이다.
WGBI를 추종하는 자금의 30%는 일본계로 알려져 있는데, 일본계 자금 전체가 'WGBI ex Japan'을 추종할 경우 한국 유입 규모는 486억 달러, 'WGBI ex Japan, China'를 추종하는 일본 GPIF 자금까지 포함하면 506억 달러로 늘어나 기본 추산치를 웃돌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 안정화 의지, WGBI 자금엔 '매수 기회'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국고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채권시장 안정화 의지를 보이는 점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GBI 편입국 중 한국의 2년물 금리와 기준금리 간 스프레드는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전쟁 이후 금리 상승 폭도 네 번째로 크다. 이는 WGBI 추종 자금 입장에서 포트폴리오 내 한국 국채 비중을 벤치마크 대비 높게 가져갈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KB증권은 "WGBI 자금 유입으로 국고채 전반의 수급이 보완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준금리 대비 금리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WGBI 추종 자금이 매수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크레딧 채권에 대한 수혜는 즉각적이지 않겠지만, 국고채 금리 하락이 나타난다면 후행적으로 상위등급 크레딧 영역도 강세 전환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크레딧 시장은 관망세…4월 약세 기조 불가피
4월 크레딧 시장에 대해선 신중론이 우세하다. 3월 들어 크레딧 스프레드는 여전채를 중심으로 확대됐으며, 특수채·은행채 중장기 일부 영역에서만 소폭 축소됐다. 분기 말 비율 관리 목적의 기관 매도세가 일시적으로 스프레드를 끌어올린 측면은 있지만, 채권형 펀드(MMF 제외) 설정원본이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점은 구조적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에너지 인프라 공격을 4월 6일까지 유예했고, 이창용 한은 총재의 마지막 금통위가 4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그때까지는 시장의 경계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기 초에는 단기 영역 위주로 수급이 회복될 수 있으나, 중장기 영역의 유의미한 회복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한전채 발행 확대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잠재 변수로 남아 있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첨단채 등장…새로운 수급 변수
금융당국은 3월 말~4월 초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 1.8%보다 낮게 설정하고, 주담대 위험가중치(RWA)를 25%까지 추가 상향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 제한 조치도 검토되고 있어 은행채 발행 여건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면 긍정적 수급 요인도 등장했다. 3월 25일 첨단채가 1년물 3000억 원 규모로 처음 발행됐으며 초도 발행에서 양호한 수요가 확인됐다. 향후 매주 발행될 예정이며 올해 발행 규모는 10조 원 초반에 그칠 전망으로, 당초 우려됐던 15조 원 전량 발행에 따른 수급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4월 크레딧 전략으로 "특수채·은행채·회사채·카드채 등 유동성 높은 상위등급 위주의 접근이 유효하며, 크레딧 포지션은 벤치마크 대비 중립 수준을 유지하면서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빠르게 해소되고 WGBI 자금의 유의미한 유입이 확인된다면, 확대됐던 스프레드가 빠르게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dedanh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