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국내 반도체 기업의 핵심 기술을 중국 업체로 유출한 사건에서 관련자들이 잇따라 기소되거나 실형이 확정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공정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어 유출 시 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산업 기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범죄로 평가된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박경택 부장검사)는 9일 특허 관련 기밀정보를 유출하는 대가로 100만 달러를 챙긴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전 직원을 구속 기소했다. 이 직원으로부터 정보를 넘겨받아 삼성전자와 수백억 원 규모의 특허 계약을 체결한 NPE(특허수익화전문기업) 대표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반도체 핵심 기술 유출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미 법원에서 중형이 선고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삼성전자 D램 공정 기술 유출 사건이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삼성전자 부장 김모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각각 징역 2년 6개월과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김씨는 2016년 중국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로 이직하면서 삼성전자의 국가핵심기술인 18나노(nm) D램 공정 정보를 유출해 제품 개발에 사용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 회사의 중요 자료를 빼내 중국 기업의 장비 개발 등에 활용했다"며 "국가 산업 경쟁력에 큰 악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 공범을 확인하고 기소 절차를 이어갔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안동건 부장검사)는 2025년 5월 삼성전자 전 직원 전모 씨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국가핵심기술 국외 유출)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전씨는 중국 D램 반도체 회사인 CXMT로 이직한 뒤 개발비 약 1조 6000억 원 규모로 평가되는 삼성전자의 D램 공정 기술을 부정 취득해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CXMT로부터 사인온 보너스와 스톡옵션 등을 포함해 약 6년간 29억 원 상당의 금전적 대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SK하이닉스 기술 유출 사건에서도 관련자들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해 6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SK하이닉스 협력업체 A사 부사장 신모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연구소장과 임직원들에게도 징역 1년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고, 회사에는 벌금 10억 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SK하이닉스의 10나노급 D램 반도체 제조 공정 핵심 기술인 HKMG(High-K Metal Gate) 기술과 반도체 세정 레시피 등을 중국 반도체 업체에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또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가 개발한 초임계 세정장비 도면 등 반도체 장비 관련 영업 비밀을 취득해 장비 개발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 및 영업 비밀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검찰은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이 단순한 기업 범죄를 넘어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기술 유출 사건의 경우 해당 기술이 중국 기업의 제품 개발에 활용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매출 감소 등 피해 규모가 수조 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pmk145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