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촉발된 중동발(發) 유가 쇼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평소 막후에서 로우키(low-key) 행보를 보이던 '실세'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 유가 안정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기름값 낮출 모든 방안 가져오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5일(현지시간) 익명의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와일스 비서실장이 최근 백악관 참모들에게 "휘발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집무실로 가져오라"고 긴급히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백악관이 유가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돌멩이를 들춰보고 있다(looking under every rock)'"고 전했다.
이는 이란 공습 이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상 급등하고,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최고치인 갤런당 3.20달러 선을 돌파하며 위기감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행한 국정연설에서도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기름값이 낮아졌다"는 점을 최대 치적으로 내세워 왔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휘발유값이 20센트 이상 급등하며 바이든 전 대통령 임기 말 수준을 넘어섰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예상치 못한 유가 인상 속도와 폭에 당혹감이 번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 유류세 면제·군사 대응 등 검토
백악관은 대응 방안으로 '가솔린세(유류세) 일시 면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의회 입법 절차가 필요하고, 정유사와 주유소가 세금 감면분을 소비자 가격에 얼마나 반영할지 불확실하다는 한계가 있다.
군사적 옵션도 논의 테이블에 올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에 미 해군의 직접호위를 제공하고, 국제개발금융공사(DFC)를 통해 해운 보험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미군을 동원해 중동 내 에너지 인프라를 직접 방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자국 내 미군 주둔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성사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백악관 내에서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대이란 강경파가 주도권을 쥐고 있어, 유가에 민감한 경제 라인의 입지는 좁아진 상태다. 한 관계자는 "현재는 전쟁 드라이브를 거는 매파들의 목소리가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 한국도 휘발유 리터당 1800원 돌파
중동 사태의 여파는 한국에도 즉각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의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00원을 넘어 약 3년 7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자, 정부는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사상 첫 '석유 최고가격 지정' 검토에 착수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나아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비축유 방출을 준비하고, 에너지 수급 경보 단계를 상향 조정하는 등 비상 대응체제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끝나면 유가는 이전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며 시장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배럴당 100달러 시대' 재진입에 대한 불안감은 한·미 양국 모두에서 확산하고 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