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환율 장기화 속 소비자 보호·리스크 관리 강화
AI 내재화·디지털 전환 가속…비용 효율·리스크 관리 병행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주요 금융그룹들이 올해 경영 전략을 외형 성장보다 '체질 개선'에 맞추고 있다. 고금리·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고 규제 환경 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무리한 확장보다는 인공지능(AI) 기반 효율화와 소비자 보호 강화, 내부 통제 및 리더십 재정비를 우선 과제로 제시하는 모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올해 경영 키워드로 '선별적 성장', '리스크 관리', '인공지능(AI) 내재화'를 공통적으로 내세웠다.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 생산적 금융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AI 내재화를 통해 비용 효율성과 리스크 관리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먼저 KB금융은 '전환'과 '확장'을 키워드로 디지털과 AI 중심의 구조적 변화에 속도를 낸다. KB금융은 지난 9일 그룹 경영진 2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년 상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을 열고, '일하는 방식의 전환(Transition)'과 '새로운 시장·고객으로의 확장(Expansion)'을 올해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KB금융은 기존의 포트폴리오 구축(Build-Up)과 기업가치 제고(Value-Up) 단계를 거쳐, 올해는 고객·사회·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Level-Up' 단계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AX(AI Transformation)를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그룹 전략 전반에 내재화해 지속 가능한 수익 기반을 구축하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금융의 신뢰를 강화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양종희 회장은 "AI 기술을 전략적 무기로 삼아 비즈니스 모델과 일하는 방식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시장과 고객으로의 확장을 통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며 "모든 해답은 고객에게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은 '리더십과 실행력'을 새해 전략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신한금융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2박 3일간 '2026년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미래 신한을 위한 담대한 서사'를 주제로 혁신과 실행력 강화를 위한 끝장토론을 진행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리더의 책임과 주체적 사고를 강조했다. 진 회장은 "지속 가능한 일류(一流) 신한을 위해 리더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경영진이 혁신의 불씨가 되어 미래 경쟁력을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중점 과제로 AX·DX 가속화, 생산적 금융 실행력 강화, 금융소비자 보호, 미래 전략산업 선도를 제시했다.
우리금융은 '소비자 보호'를 새해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전면에 내세웠다. 우리금융은 지난 11일 지주 조직개편을 통해 '소비자보호부문'을 신설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를 지주에 단독으로 선임했다. 은행 등 자회사 CCO가 지주 역할을 겸직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지주 차원의 독립된 소비자보호 컨트롤타워를 구축한 것이다.
우리금융은 지주 소비자보호부문을 중심으로 은행·증권·보험 등 전 계열사의 소비자보호 정책과 운영 현황을 총괄·관리할 방침이다. 첫 지주 CCO로는 ESG경영부 고원명 부장이 상무로 승진해 선임됐다. ESG 분야에서 지속가능경영과 이해관계자 보호 업무를 담당해온 인물로, 그룹 차원의 소비자보호 기준과 체계 정비를 맡게 된다.
지주 조직개편에서는 글로벌전략부 신설, 사업성장부 재편, CFO 교체 등 전략·재무·디지털 전반에서 체질 정비에 방점이 찍혔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오는 16일 예정된 경영전략회의에서 구체적인 경영 전략을 직접 제시할 예정이다. 바 있다.
하나금융은 '디지털 금융 경쟁력 확보'를 중점 과제로 내세웠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금융의 패러다임이 재편되고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사용·환류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 발전과 은행에서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 가속화 등 금융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디지털 금융 강화를 통해 '판을 바꾸는 혁신'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함 회장은 이달 중순 임직원 간담회에서 새로 신설한 외환사업단과 S&T본부를 통한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강조할 예정이다.
NH농협금융의 올해 경영 슬로건은 '성장 로켓 점화로 미래 금융그룹 도약'이다.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은 오는 26일 예정된 신년경영전략회의에서 농식품 펀드를 통한 정책금융 확대와 생성형 AI 활용, 에이전트 AI 구축 등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제시할 계획이다.

각 시중은행들도 이달 중 경영전략회의를 잇따라 연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지난 5일 '2026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올해 전략 목표로 '가속력: 미래를 향한 경쟁(Race to the Future)'을 제시했다. 정 행장은 "보다 명확한 방향성과 방법을 갖고 가속력을 내야 한다"며 생산적 금융 활성화, 고객 중심 솔루션 체계 완성, 실효적 AX·DX 추진 등을 강조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이달 17일 '전략회의 2026'을 열고 고객 신뢰 강화와 사회적 가치 창출, 영업 방식의 발전적 전환, 차별화된 역량과 실행력의 원천 구축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도 오는 23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2026년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올해 경영 메시지와 그룹별 사업 계획을 발표한다.
금융권 전반에서는 올해를 공격적인 외형 확대보다는 신뢰 회복과 내부 역량 강화의 전환점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와 내부 통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데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고환율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영향이다.
이들 금융사는 단기 수익 확대보다 소비자 보호와 통제 체계 강화를 중장기 경쟁력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AI 내재화를 통한 비용 효율화와 리스크 관리 강화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디지털 금융 환경에 대한 대응을 병행하는 방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금융권 전반에 위기의식과 함께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AI 내재화를 통해 효율성과 통제력을 높이고 기업금융을 비롯한 핵심 사업 중심으로 경쟁력을 다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