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가 조선과 유럽, 6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서사와 한국적 미학으로 세대, 국적을 뛰어넘은 K뮤지컬의 확장을 선도한다.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가 공연 중이다.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 기념작이자 EMK뮤지컬컴퍼니의 열 번째 창작 뮤지컬로 조선 세종 시대 흔적없이 사라진 장영실의 마지막 행적에 상상력을 더해 모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국내 순수 창작 공연으로 무대화됐다.

동명의 소설을 뮤지컬로 제작한 '한복 입은 남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역사적 인물의 이면을 새롭게 들여다본다. 무대는 조선시대 세종과 장영실의 에피소드부터, 명나라를 오가며 장영실이 조선의 역법을 연구하는 과정,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 조선을 떠나게 되는 내용까지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섞어 그럴싸한 서사를 완성했다.
장영실 역의 전동석은 오랜만에 신작 무대에 서면서 공연 팬들의 호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킬앤하이드'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등 굵직한 필모를 채워온 그는 뛰어난 보컬 기량과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입궁 전후로 해맑은 영실의 캐릭터부터 유럽으로 떠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섬세한 연기로 울림을 전한다. 특히 풍부한 성량과 단단한 목소리로 부르는 깊고 짙은 넘버 소화력이 일품이다.

신성록은 백성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과학을 발전시킨 세종의 애민 정신을 매 신에 담았다. 오로지 백성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것에 관심을 쏟으며,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능력을 귀히 여기는 세종의 어진 성품이 그의 연기를 통해 전달된다. 영실을 살리기 위해 약소국의 군주로서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은 객석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모두를 뭉클하게 한다.
이 뮤지컬에선 한복을 비롯해 경복궁 처마, 궁궐의 풍경 등 아름다운 볼 거리를 제공한다.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 역시 절로 끌릴 수밖에 없는 미적 요소가 무대에 가득하다. 세심하게 디자인된 조명 효과 역시 전통적인 무대 미술과 어우러져 극적인 효과를 더하기도, 객석을 더없이 깊은 감정에 빠져들게 하기도 한다.

여기에 장영실이 유럽으로 건너가 어린 다빈치와 교류한다는 흥미로운 '팩션(Faction)' 설정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참신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마치 '대장금'이나 '허준' 같은 옛날 사극을 보는 듯 빨려 들어갔다가도, 유럽으로, 현대로 배경이 바뀌면서 완전히 새로운 극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국내에서 뜨거운 흥행에 성공한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배출한 이성준 음악감독의 음악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세종의 등장 때 쓰인 '대취타'나 '밀양 아리랑' 같은 전통 음악 모티브의 음악을 현대적인 오케스트라 사운드 및 팝 감성과 결합시켰다. 세종과 영실의 솔로 넘버에선 절절한 인물들의 감정이 그대로 객석에 전이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한복 입은 남자'는 그간 '레베카'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의 유럽 뮤지컬로 한국 뮤지컬 시장 확장에 기여해온 EMK뮤지컬컴퍼니의 새로운 시도가 어떤 방향을 찾아갈지 기대감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엑스칼리버' '웃는 남자' '베토벤' 등 창작 뮤지컬도 그동안은 외국 작품을 주로 제작해왔던 이들은 K컬처 열풍에 힘입어 K뮤지컬의 확장을 선도하는 흐름에 올라탔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구호를 뮤지컬 분야에서도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jyy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