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구조의 '기간 불일치' 위험성 인식
블루아울 대출기관의 채근, 유인 축소
네오클라우드 자금 공급에서도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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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인공지능(AI) 인프라 분야에서 지난 2년여간 자금력 열위 진영의 '돈줄' 역할을 해온 사모신용 시장이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동안 네오클라우드 같은 업체에 '묻지도 따지지 않고' 자금을 대줬다면 이제는 엄격해진 기준을 내밀며 선을 긋는 움직임이 보인다.
대체자산 투자 회사 블루아울이 '오라클(종목코드: ORCL)과의 협상'에서 발을 뺀 것은 사모신용 시장의 'AI 무한지원' 기류의 변화로 읽힌다. 블루아울은 오라클이 임차하기로 한 데이터센터 2곳에 이미 핵심 자금을 댄 파트너다. 기존 파트너조차 고개를 저었다는 점에서 단순 거래 불발로 읽히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간 불일치' 위험성
블루아울이 오라클과의 협상에서 철수한 것은 '거래 구조' 자체에 리스크가 있다고 봐서다. 오라클과의 임대 계약은 20년에 가깝지만 데이터센터 투자금을 상환할 재원인 오라클의 고객 계약은 수년짜리에 불과하다. 계약의 상이함에서 비롯되는 '기간 불일치' 위험성을 무게감 있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양자의 기존 계약 구조에서 블루아울이 인식한 오라클의 장기 임대와 단기 고객 계약 사이의 간극이 보인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자금을 댈 블루아울이 SPV(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시설을 소유하고 오라클이 15~19년 장기로 임차한 뒤 연산자원 대부분을 오픈AI에 임대한다. 하지만 오픈AI 계약은 5년짜리다.
이 구조가 기존 계약에서 문제가 안 된 것은 당시에는 오픈AI가 성장을 이어가 계약을 갱신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오픈AI의 계약 이행능력에 물음표가 붙기 시작했다. 매출 증가 속도를 비용 증가 속도가 압도하는 구조여서 '이대로라면 언젠가 스스로 무너질 수 도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변심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블루아울에 돈을 대는 은행들이다. 은행들은 오라클을 아마존(AMZN)·마이크로소프트(MSFT) 같은 자본력이 튼튼한 하이퍼스케일러보다 리스크가 높은 임대 대상으로 분류하고 더 엄격한 조건을 요구했다. 그 결과 블루아울의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 투자 유인이 사라졌다.
슈로더캐피털의 미셸 러셀다우 사모대출·대체신용 공동책임자는 "자산이 몇 년마다 교체될 수 있는 '마스터 트러스트(기초자산이 계약 기간 중 다른 자산으로 교체될 수 있는 구조)' 구조를 봤다"며 "심사하기 어려워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픈AI가 5년 계약 만료 후 이탈하면 투자 당시 평가한 담보가 달라지듯 기초자산이 수시로 바뀔 수 있는 구조를 경계한 것이다.
◆네오클라우드도 동일
기간 불일치의 위험성이 내포된 이 계약 구조는 사모신용 업계가 코어위브 같은 네오클라우드에 자금을 공급해 온 방식에서도 확인된다. 관련 계약의 실상을 파악한 자료들에 따르면 네오클라우드의 데이터센터 임대 기간은 통상 15년 이상이지만 고객 계약은 4~5년에 불과하다.
오라클의 사례에서처럼 사모투자사들이 건설사와 SPV를 끼워 2~3중 구조로 계약을 설계하든 직접 업체에 자금을 공급하든 형식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 고객이 이탈하면 계약 상대방이 장기간 임대료를 떠안게 돼 결국 사모투자사가 댄 돈의 회수가 불투명해진다.

▶②편에서 계속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