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형 선고 받고 복역하던 에르란데스 석방
트럼프에 보낸 서한에서 '바이든 정권 피해자' 호소 후 사면 받아
베네수엘라 마약선 공격과 정권 압박과 모순적 비판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 음모 혐의로 징역 4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해 온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사면된 뒤 석방됐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2일(현지 시간) 미국 교정국 재소자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전날 웨스트버지니아주 헤이즐턴 교도소에서 석방된 것으로 표시됐으며, 교정국 대변인도 석방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을 발부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기간(2014∼2022년)을 포함한 오랜 기간 동안 콜롬비아·베네수엘라 등에서 들여온 코카인을 미국으로 밀반입하는 데 관여하고, 마약 조직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됐다. 미국 당국은 에르난데스가 관여한 코카인 밀매 규모가 최소 400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6월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징역 4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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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로저 스톤이 전달한 '4쪽 편지'가 사면 돌파구 역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에르난데스의 '전면 사면'을 예고했다. NYT는 그 배경에 에르난데스가 보낸 4쪽 분량의 편지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편지는 트럼프 대통령 측근 로저 스톤을 통해 전달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를 받은 지 몇 시간 만에 사면 검토 사실을 발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편지에서 에르난데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Your Excellency)"라 부르며 노골적인 칭송을 이어갔다. 그는 자신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박해"를 받은 희생자라고 주장하며, "대통령님의 회복력에서 큰 힘을 얻었다"고 적었다.
편지를 전달한 로저 스톤은 미국 내 보수파의 대표적 네거티브 선거 전략 전문가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숨은 공신이자 측근이다. 그 역시 과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에르난데스에 대한 '완전한 사면'을 예고하면서 "내가 깊이 존경하는 많은 사람에 따르면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매우 가혹하고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에 마약 전쟁 벌이면서 최대 규모 밀매 공범을 사면? 논란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미국 내에서 거센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최근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추진하는 명분으로 마약 밀매를 내세웠고, 실제로 마약 운반선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증폭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에서 "미국으로 400톤의 코카인을 들여온 범죄자를 사면하면서 베네수엘라를 마약 문제로 압박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라며 "진짜 목적이 마약 차단이었다면 사면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NYT도 에르난데스 사면과 석방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남미 지역에서 '대마약 전쟁'을 강조해온 기존 메시지와 충돌할 뿐 아니라, 외국 지도자들의 개인적 호소가 백악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추가 논란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kckim1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