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93% 항생제 내성 "우려된다"
처방 요구·자가 복용 중단도 발생
의료인 "요구·증상 악화에 처방"
질병청, 항생제 관리 사업 1년째
전문가 "관리 동력 달아야 할 때"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국민 10명 중 7명이 감기에 항생제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감기나 콧물, 독감, 코로나19에는 항생제 복용이 필요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복용법으로 5년 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가 3만2300명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9일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항생제 내성 아카데미' 열고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 국민 10명 중 7명, 감기에 항생제 복용…의사 30% "환자 요구로 처방"
질병청은 올해 국민 1000명과 의료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국민은 항생제 내성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의사 처방 없이 복용하는 등 잘못된 방식으로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92.9%는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을 경우 내성이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응답자 77%는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하다고도 답하면서도 17.9%는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할 수록 효과가 좋아진다고 생각했다. 특히, 응답자 72%는 항생제 복용이 감기에 도움이 된다고도 답했다.
의사에게 항생제를 처방해달라고 요구한 경우도 25.1%에 달했다. 63.4%는 항생제 복용 중 증상이 나아지면 처방된 항생제 복용을 중단했다. 의사의 처방 없이 항생제를 복용한 경우도 16%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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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 [자료=질병관리청] 2025.11.20 sdk1991@newspim.com |
의료인도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에 인지하면서도 환자의 요구 등에 따라 불필요하게 항생제 처방을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20.8%는 감기 등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항생제를 처방한다고 답했다. 처방하는 이유로 '환자 요구'가 30.4%로 가장 많았고 '환자 증상 악화가 우려된다'가 24%로 다음을 이었다.
문송미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기 등 바이러스 감염은 스스로 나을 수 있는 병"이라며 "(감기와 달리) 편도선염은 세균 때문에 항생제를 써야 한다"고 했다. 문 교수는 "(의료인 입장에서) 이 간극을 구분하기 어렵지만, 이틀만 더 기다리면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의료인도 환자도 조금 기다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나리 질병청 항생제내성관리과장은 "국민에게 항생제의 용도와 적정 사용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지속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인의 잘못된 처방 관행을 줄이기 위해 의료진 대상 교육 기회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5년 뒤, 항생제 내성 사망자 3만명 넘어…전문가 "관리 체계, 동력 달아야 할 때"
만일 한국이 지금부터 항생제 내성에 대한 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 2030년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는 3만23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노령 인구 증가세가 가파르고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좋다 보니 다른 나라보다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률이 빠르게 증가한다. 한국은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항생제 사용량 2위다.
질병청은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ASP)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78개소는 의료기관 내 의사와 약사 등으로 구성된 전담 관리팀을 구성해 같은 병원 내 의사가 처방하는 항생제 종류와 용량의 적절성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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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송미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19일 서울역 회의실 공유와 공감에서 '항생제 및 항생제 내성에 대한 이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청] 2025.11.20 sdk1991@newspim.com |
ASP 시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문 교수는 "반코마이신(vancomycin)은 항생제 중에서도 최후의 보루 같은 항생제"라며 "저희 병원에서는 이 항생제를 처방할 경우 자동으로 제한된다"고 했다. 그는 "제가 시시각각 확인한 뒤 만일 '처방하지 않음(NO)'을 누르면 처방할 수 없고 '처방 가능(YES)'을 누르면 3일~7일 정도 처방할 수 있다"고 했다.
문 교수는 "약물 용량의 조정은 의사보다 약사가 더 전문가라 약사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같은 시스템을 만들 때까지 10년이 걸렸다"고 했다. 그는 "그 결과 우리 병원은 항생제 전체 사용량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우리 병원은 내성 노출이 줄어들어 안착되는 상황이지만 다른 병원은 악순환으로 떨어지기 직전으로 다시 회복하는 상황"이라며 "이제 움직임이 시작됐으니 동력을 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dk199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