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 국감에 대형 건설사 5곳 대표 출석
"재발 방지 위해 조직·제도 전면 개편"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절반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다는 지적 속에, 주요 건설사 대표들이 사고 책임을 인정하는 한편 개선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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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조태제 HDC 현대산업개발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년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5.10.13 ryuchan0925@newspim.com |
13일 조태재 HDC현대산업개발 CSO(최고안전책임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두 번의 대형 사고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2월과 5월에 HDC현산 건설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조 CSO는 "사고 이후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기본과 원칙에 따른 절차와 시스템을 개선했다"며 "안전 예산을 확보하고 제도를 정비했지만 중대재해와 일반재해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근로자의 사소한 실수나 부주의에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풀프루프'(fool-proof, 오류 방지 설계) 수준의 안전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영준 현대건설 전 대표는 "건설 현장 안전사고에 대해 큰 사회적 책임을 느낀다"며 "매년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제로'(0)를 달성하지 못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예산과 시스템, 제도를 법적 기준 이상으로 추진 중이며, 근로자들이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과 작업열외권을 확대해 중대재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올 2월 세종포천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청룡천교 건설현장 붕괴 사고로 4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우정 대표는 "사고 이전부터 지금까지 깊은 책임 의식을 갖고 있으며 희생자와 유가족, 부상자, 간병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향후 추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회사 내부의 안전·품질 기준 자체를 높이고 있다"며 "조직과 예산, 관리 체계를 강화해 안전이 곧 생존의 기본 수단이자 최고의 가치임을 모든 임직원이 인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 또한 사과의 뜻을 전했다. 포스코이앤씨 건설현장에선 올 1월과 4월, 7월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잇따른 중대재해로 이재명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면허 취소'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송 사장은 "중대재해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대표이사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경영성과보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는 "과거 잘못에 대한 책임을 피할 이유는 없다"며 "중대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가능한 안전대책을 중심으로 예산·인력·제도를 전면 검토해 작년 하반기부터 시행한 결과, 중대재해가 큰 폭으로 줄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중대재해가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건설현장의 특성상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대재해 문제에 한해선 건설사는 말 그대로 죄인이기에 날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며 "사고 발생 시 건설사의 책임론을 언급할 때는 보다 면밀한 분석이 선행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맹성규 국토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는 국민 생명과 안전이라는 국가의 첫 번째 책무와 연결되는 중대한 과제"라며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전체의 절반에 육박해 가장 개선이 시급한 분야"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보완조치를 논의해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가 근절될 수 있도록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출석한 증인으로 출석한 회사는 2020년 이후 중대재해 또는 시민재해로 사망자가 15명 이상 발생했거나 형사 기소된 이들 중에서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