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초저가 스킨케어 출시…다이소식 '가격 파괴' 전략
다이소, 144% 성장세…편의점·마트까지 초저가 경쟁 합류
LG생건·아모레도 5000원대 제품…내수 시장 공략 강화
올리브영, 압구정·성수·강남 등 프리미엄 체험 매장 확대
초저가 vs 프리미엄, K-뷰티 유통 시장 '투트랙 경쟁' 본격화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국내 뷰티 유통 시장이 '초저가'와 '프리미엄'이라는 양극단 전략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다이소가 10대를 겨냥한 초저가 화장품으로 급성장한 데 이어 무신사 스탠다드가 2030세대를 타깃으로 스킨케어 라인을 론칭하면서 판도가 흔들리자 CJ올리브영은 글로벌 관광객을 겨냥한 프리미엄 체험형 매장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소비자층의 다변화와 함께 K뷰티 유통 시장이 본격적인 양극단 경쟁 구도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스탠다드는 최근 8종으로 구성된 스킨케어 라인을 선보였다. 판매가는 ▲클렌징폼 3900원 ▲토너 4900원 ▲세럼 5900원 등 모든 제품이 3900~5900원대에 형성됐다. 기초 라인 전체를 구매해도 2만원을 넘지 않는 파격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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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스탠다드 뷰티 스킨케어 라인 신규 론칭. [사진=무신사 제공] |
이는 패션 브랜드 고객을 자연스럽게 뷰티 소비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무신사는 이번 스킨케어 출시를 시작으로 선케어·바디케어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할 계획이다. 최근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이 30곳 가까이로 늘면서 고객이 직접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접점도 크게 확대됐다. 서울 주요 매장에서는 외국인 고객 매출 비중이 40~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글로벌 확장 가능성도 주목된다. 초저가 기초 라인은 다이소가 개척한 '가격 파괴 모델'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무신사가 다이소식 전략을 통해 뷰티 사업을 확장해 간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뷰티 시장에서 다이소의 약진은 뚜렷하다. 지난해 화장품 매출이 전년 대비 144% 급증하며 초저가 뷰티 시장에서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3900~5900원대 제품군은 10대 학생들에게 '용돈 화장품'으로 자리 잡았고 이 성공을 계기로 편의점·대형마트까지 앞다퉈 초저가 화장품을 출시했다. GS25, CU 등 주요 편의점은 기초 스킨케어 라인을 선보이며 학생·직장인 수요 흡수를 노리고 있고 대형마트 역시 자체 브랜드(PB) 화장품을 내세워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국내 화장품 대기업들도 초저가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각각 5000원 미만의 기초 제품 라인을 출시했다. '럭셔리 K-뷰티' 이미지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던 양사가 내수 시장에서는 초저가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가 제품은 진입장벽을 낮춰 처음 화장품을 접하는 고객을 쉽게 끌어들이고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특성이 있다"며 "프리미엄 전략을 쓰는 올리브영 같은 기업에는 상당한 압박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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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압구정로데오점 외관. [사진=CJ올리브영 제공] |
초저가 열풍 속에서 H&B시장 1위인 CJ올리브영은 정반대 전략을 택했다. 올리브영은 최근 강남 압구정로데오점을 260평, 3개 층 규모의 글로벌 미용관광 특화 매장으로 리뉴얼 오픈했다. K뷰티 브랜드 체험 공간을 강화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집중 유치해 'K-뷰티 허브'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올리브영은 앞서 올리브영N 성수나 센트럴 강남 타운 같은 체험형·프리미엄 매장들을 전략적으로 육성한 바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명품 브랜드 랑콤을 입점시키며 고급 뷰티 라인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초저가 시장이 고객 저변 확대에 주력한다면 올리브영은 프리미엄 이미지와 글로벌 시장을 앞세워 차별화를 꾀하는 셈이다.
국내 뷰티 유통업계는 양극단의 전략이 동시에 전개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다이소와 무신사가 초저가 공세로 젊은 층을 흡수하는 사이 올리브영은 프리미엄 체험형 매장을 통해 K-뷰티의 글로벌 허브를 지향하고 있다.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진 만큼 가격·품질·경험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