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공급 핵심 파트너 참여
데이터센터 협력 확대…플로팅·서남권 모델 추진
한국,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에서 전략적 위상 확보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과 SK가 오픈AI의 초대형 글로벌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전략 파트너로 합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양사 계열사들은 해상·서남권 데이터센터 협력을 맡아 핵심 역할을 분담한다. 한국은 이번 동맹을 계기로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경쟁에서 전략적 위상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서울 서초사옥에서, SK는 종로 서린빌딩에서 각각 오픈AI와 협약식을 열고 협력 의향서를 체결했다. 삼성에서는 삼성전자·삼성SDS·삼성물산·삼성중공업이, SK에서는 SK하이닉스·SK텔레콤이 참여했다. 이번 체결로 두 그룹은 오픈AI가 추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전략 파트너로 공식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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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OpenAI 대표와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LOI(의향서) 체결식'에서 악수하는 모습. 삼성은 OpenAI의 전략적 파트너사로서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해양 기술 등 각사의 핵심 역량을 결집시켜 전방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사진=삼성전자] |
◆AI 핵심 인프라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합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오픈AI를 중심으로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 글로벌 기술·투자 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약 700조 원)를 투입해 초대형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차세대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뒷받침하는 것이 목표다. 오픈AI는 이 과정에서 웨이퍼 기준 월 90만 매의 고성능 D램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 세계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글로벌 AI 산업의 막대한 수요를 보여준다.
삼성과 SK는 각각의 강점을 살려 협력 체계를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역량을 모두 갖춘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 고성능·저전력 메모리를 공급한다. SK하이닉스는 세계 1위 D램 매출 기업답게 HBM 공급 파트너로 참여해 초대형 수요를 맞출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양 날개로 협력
삼성전자는 패키징 기술과 메모리·시스템반도체 융복합 솔루션까지 포함해 오픈AI에 차별화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 삼성SDS는 AI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에 나서며, 국내 최초로 오픈AI 기업용 서비스 리셀러 자격을 확보해 챗GPT 엔터프라이즈 판매와 기술 지원을 맡는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해상에 설치하는 플로팅 데이터센터 개발에 협력해 냉각 비용 절감과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동시에 노린다.
SK하이닉스는 AI 전용 메모리 기술과 공급 역량을 인정받아 HBM 공급을 책임지게 됐다. 웨이퍼 기준 월 최대 90만 장 규모의 공급 요청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서남권에 오픈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공동 구축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형 스타게이트'를 실현하고, 기업과 소비자 대상 AI 활용 사례 발굴로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울산에서 추진 중인 'SK AI 데이터센터'와 연계해 동서 AI 벨트를 형성하는 구상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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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메모리 공급 의향서 및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SK] |
◆한국, AI 인프라 핵심 허브 부상
삼성과 SK의 행보는 단순히 개별 기업 차원의 협력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과 SK가 나란히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한국은 글로벌 AI 인프라 사업에서 핵심적 존재감을 확보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HBM 공급을 맡게 된 것도 상징적이다. 세계 최정상 반도체 기업 두 곳이 동시에 참여하면서,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AI 산업의 핵심 공급망을 장악할 기반을 다졌다.
데이터센터 협력 역시 공통된 흐름이다. 삼성은 플로팅 데이터센터로, SK는 서남권 전용 데이터센터로 참여하지만 모두 AI 학습과 추론을 뒷받침할 인프라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이는 글로벌 AI 전환 속에서 한국이 테스트베드이자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과 SK는 이번 협력이 정부가 추진하는 'AI 3대 강국 도약'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와 통신, 플랫폼 경쟁력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오픈AI와 연이어 협력하면서 국가 차원의 AI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태는 구도가 형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SK가 동시에 오픈AI의 전략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필수적인 위치를 확보했다는 의미"라며 "AI 산업의 경쟁 구도가 아니라 글로벌 동맹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