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와 잇단 계약…삼성, 초격차 경쟁 본격화
오픈AI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합류로 AI 인프라 동맹 강화
글로벌 네트워킹 효과 '톡톡' 삼성 성장 동력 회복 견인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무대에서 잇단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며 리더십 복귀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애플과 테슬라에 이어 오픈AI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까지 합류하며 삼성은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경쟁의 전면에 나섰다. 업계는 이 회장의 네트워킹 역량이 그룹 전체 성장 동력 회복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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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뉴스핌DB] |
1일 삼성전자는 오픈AI와 글로벌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는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해 반도체·데이터센터·해양 기술 역량을 총동원하는 협력 체계를 마련했다.
이 회장은 이를 통해 AI 산업의 핵심 프로젝트로 꼽히는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삼성전자가 직접 참여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약 700조 원)를 투입해 초대형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글로벌 사업으로,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약을 통해 초고성능 저전력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오픈AI가 전망한 수요만 해도 웨이퍼 기준 월 90만 매에 달한다. 삼성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그래픽 전용 고속 메모리(GDDR), 초대용량 D램, 고속 반도체 저장장치(SSD)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AI 학습과 추론 전 과정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삼성SDS는 AI 데이터센터 설계와 구축, 운영을 맡고, 국내 최초로 오픈AI 기업용 서비스를 리셀러 자격으로 판매·지원해 기업 고객들이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해상에 설치하는 플로팅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을 추진한다. 이는 냉각 비용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데이터센터 모델로, 글로벌 AI 인프라 혁신의 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이재용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협력 성사의 중요한 기반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그는 애플과 테슬라로부터 잇달아 대규모 반도체 수주를 따냈다. 애플은 아이폰 등 주요 제품에 탑재할 차세대 칩을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하기로 했고,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위한 'AI6' 칩을 삼성의 2나노 공정으로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두 건의 계약 규모는 수십조 원대에 이른다. 내년 가동을 앞둔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이 물량을 소화하는 핵심 거점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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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OpenAI 대표와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LOI(의향서) 체결식'에서 악수하는 모습. 삼성은 OpenAI의 전략적 파트너사로서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해양 기술 등 각사의 핵심 역량을 결집시켜 전방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사진=삼성전자] |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올해 들어 글로벌 무대에서 숨 가쁘게 행보를 이어가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아이다호에서 열린 선밸리 콘퍼런스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경영진과 교류했고, 워싱턴을 방문해 한·미 통상 현안 조율에도 힘을 보탰다. 지난 7월 대법원 무죄 판결로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뒤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셈이다.
삼성의 대형 수주와 글로벌 협력 확대는 실적 개선 흐름에도 직접적인 힘을 보태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매출 82조7000억 원, 영업이익 10조7000억 원으로 전망된다. HBM 출하량 급증과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이 수익성을 끌어올린 가운데, 테슬라·애플·오픈AI와의 연이은 협력 성과가 실적 모멘텀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재용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고객 신뢰 회복과 신규 수주 확대를 이끌며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했다고 분석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을 이어가며 파운드리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며 "애플, 테슬라, 오픈AI라는 굵직한 고객사 확보는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는 사례이자 향후 수익성 회복의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오픈AI 협력이 정부의 'AI 3대 강국 도약'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본다. AI 산업은 초대형 연산 인프라와 메모리 반도체가 핵심 축으로, 삼성의 기술력과 공급망 안정성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중요한 기반이 된다. 동시에 ESG와 탄소중립, 인재 육성까지 포괄하는 장기 비전은 책임 있는 혁신 모델로서 의미가 크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