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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소송전의 개정 상법 첫 판례…법원, 소수주주 청구권 '한계' 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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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톤-태광산업 EB 발행 가처분 기각
법원 "자사주 활용은 경영판단 존중 영역"
이사의 충실의무 '주주 전체 보호'로 제한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개정 상법에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조항을 놓고 회사와 주주의 법적 다툼으로 관심을 모았던 태광산업과 트러스톤자산운용 간 교환사채(EB) 발행 가처분 소송에서 태광산업이 이겼다. 법원은 충실의무의 범위를 주주 전체의 이익 보호로 국한했다. 일부 기관 투자자 등 소수 주주의 소송이 주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번 판결은 기업 지배구조를 둘러싼 소송 지형에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태광이 지난 6월과 7월 이사회를 통해 결의한 3186억원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과 관련해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기한 두 건의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이번 가처분은 단순한 발행 적법성 논란을 넘어, 개정 상법 주주 충실의무 조항이 실제 분쟁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가늠할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책임 범위가 일반 주주 이익 보호로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법원이 어떤 기준을 제시할지가 시장의 관심사였다.

쟁점은 교환사채 발행이 저가로 이뤄졌는지, 발행 목적이 지배주주 경영권 강화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개정 상법 충실의무 조항을 근거로 소수주주가 발행 금지나 무효 확인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다.

트러스톤은 이번 교환사채 발행이 주당 순자산가보다 낮은 가격에 이뤄져 사실상 저가 발행에 해당하며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교환사채 발행에 활용한 것은 주주환원 취지를 회피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구조상 지배주주 지배력 강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태광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세종은 변론에서 교환가액은 거래소 시가에 10%를 할증한 수준으로 주당 순자산가보다 낮다고 해서 저가라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태광은 이미 충분한 지분으로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발행 목적은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교환사채 발행은 신주발행이나 전환사채와 법적 성격이 달라 동일한 권리를 유추 적용할 수 없고 충실의무는 총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일 뿐 개별 주주의 요청에 따라 확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세종의 주장을 받아들여 두 건의 가처분을 모두 기각했다. 교환가액이 시가 기준에 10%를 가산해 산정된 점을 들어 선관주의 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태광이 경영권 분쟁 상황이 아니며 대주주 지분도 충분해 발행 목적을 특정 주주의 지배력 강화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충실의무에 대해서는 주주 전체의 정당한 이익 보호에 한정되며 개별 주주가 이를 근거로 회사에 금지청구권이나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자금조달 수단과 규모 결정은 이사회의 경영판단 영역에 속하며 법령과 정관 요건에 부합하는 한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번 판례는 개정 상법 충실의무 조항 첫 적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원은 경영판단 존중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소수주주의 권리 확대 기대와 달리 충실의무의 적용 범위를 주주 전체에 국한했다. 이번 사건은 향후 유사 소송에서 중요한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충실의무 위반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나 주주 가치 훼손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정황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수주주 입장에서는 입증 부담이 커진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주 활용이나 자금조달 방식 선택에서 이사회의 재량권이 보장된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을 두고 시장에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한편으로는 향후 기업들이 자기주식을 단순한 자금조달 수단을 넘어 지배력 유지 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주주행동주의 진영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인해 자사주 활용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을까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선관의무 부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아쉬운 대목"이라며 "개정상법의 취지까지 지나치게 자구적으로 해석된 점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반면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기업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소송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자금조달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onewa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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