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5일 인천 송도서 'APEC 디지털·AI 포럼' 개최
'초연결 인프라'·'디지털 공공서비스'·'AI 신뢰 프레임워크' 등 논의
공공의료 AI, 스마트 교육, 전자정부 등 한국 사례에 참석국 높은 관심
[인천=뉴스핌] 양태훈 기자 =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고성능·고신뢰 네트워크와 함께하는 글로벌 협력이다."
송상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5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APEC 글로벌 디지털·AI 포럼'에서 이같이 밝히며, AI 인프라 구축과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의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세계은행이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전날 열린 'APEC 디지털·AI 장관회의'의 연장선에서 APEC 회원국 간 디지털 전환 및 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포럼에는 정부 관계자, 국제기구, 글로벌 기업,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이번 포럼은 ▲디지털·AI 연결성과 복원력 ▲포용을 위한 디지털 공공서비스 ▲AI 혁신 전략 등 세 가지 주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세션별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AI를 활용한 공공서비스 혁신 사례를 공유하고, 디지털 기술의 책임 있는 사용과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토론이 펼쳐졌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송상훈 정보통신정책실장은 AI 시대의 네트워크 필요성을 강조하며, 과거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를 이끌었던 교통망과 인터넷 인프라 구축 경험을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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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APEC 글로벌 디지털·AI 포럼' 현장. 송상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양태훈 기자] |
송 실장은 "AI는 인간뿐 아니라 기기와 에이전트가 사용자로 등장하는 시대를 만들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려면 초고속·초연결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며 "한국은 CDMA 상용화, 초고속 인터넷 도입 등을 거쳐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을 구축해 왔으며,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AI 인프라 시대에도 국제사회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4년간 사이버 위협 신고 건수가 3배 증가했고, 피해액도 30% 이상 늘었다"며 "AI는 전문 기술 없이도 악성코드를 생성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AI 기반 탐지 시스템과 맞춤형 보안 지원, 글로벌 연대를 통한 공동 대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압둘 카림 파키르 빈 알리 말레이시아 통신멀티미디어위원회 전무는 자국의 5G 보급률이 인구 기준 82%에 도달한 가운데, 농어촌 지역 대상 AI·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원격진료 서비스 등을 통해 포용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압둘 카림 전무는 "말레이시아는 AI와 IoT를 농업, 보건, 교육 분야에 적극 적용하고 있다"며 "특히 국가 정보접근센터(NIDC)를 통해 200만 명 이상에게 인터넷과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AI for the People'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AI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 결과 4만 8,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있었다"며 "이런 모델은 APEC 국가 간 협력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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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APEC 글로벌 디지털·AI 포럼' 현장. 왼쪽부터 케이시 토커슨 세계은행 전문관리자, 압둘 카림 파키르 빈 알림 말레이시아 통신멀티미디어위원회 전무, 김영훈 AWS 한&일 정책협력 총괄부사장, 페이 칸 청 대만 CyCraft Technology 창립자, 윌슨 화이트 구글 공공정책부문 부사장, 양승현 SK텔레콤 AI R&D 센터장. [사진=양태훈 기자] |
이어 김영훈 AWS 한국·일본 정책협력 총괄부사장은 AI 인프라 구축에서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AWS의 아태 지역 리전 운영 현황과 한국 내 협력 사례를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AI 인프라 구축은 민관 협력이 핵심"이라며 "AWS는 아태 지역 11개 리전을 운영 중이며, 한국에서는 SK텔레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AWS는 저전력 설계와 탄소 인지형 컴퓨팅 기술을 도입하고 있으며, 한국·태국·일본 등지에서는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속 가능성 기반의 인프라 투자를 강조했다.
나아가 "AI는 인프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전략적 투자, AI 인재 양성, 데이터 접근성과 책임 있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세션에 패널로 참여한 페이 칸 청 CyCraft 창립자는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AI 기술의 양면성을 강조하며, 위협 탐지와 방어 체계의 고도화를 위한 협력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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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APEC 글로벌 디지털·AI 포럼' 현장. [사진=양태훈 기자] |
페이 칸 청 창립자는 "AI는 보안 위협을 고도화시키는 동시에 그 위협에 대응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며 AI 기반 포렌식, 탐지 시스템 고도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AI로 악성코드를 만들 수 있는 시대"라며 "공격자가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모델을 훈련시키는 방식도 현실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AI를 통한 보안에는 '검증 체계'가 가장 중요하다"며 "보안 기술 자체보다 이를 정기적으로 시험하고 유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이는 국제적 협력을 통해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윌슨 화이트 구글 공공정책부문 부사장 역시 AI의 사회적 기여 가능성과 공공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윌슨 화이트 부사장은 "구글은 'AI Opportunity Fund'를 통해 비영리기관과 중소기업에 기술과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며 "AI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회와 복원력을 만들어내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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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APEC 글로벌 디지털·AI 포럼' 현장. 쑹 지준 중국 산업정보화부 차관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양태훈 기자] |
또 "구글은 유네스코, APRU 등과 협력해 AI를 활용한 공공 문제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알파폴드의 경우 신약 개발을 가속화했고, AI 기반 홍수 예측 시스템은 최대 7일 전 조기경보를 제공해 생명을 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페이 칸 청 창립자와 윌슨 화이트 부사장이 글로벌 협력과 공공영역 내 AI의 역할을 강조한 데 이어, 양승현 SK텔레콤 AI R&D 센터장은 민간 기업 차원에서의 협력과 기술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양승현 SK텔레콤 AI R&D 센터장은 "AI는 이제 통신뿐 아니라 고객 응대, 교육, 의료 등 전방위에 접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기반 무선망(RAN) 최적화 기술을 통해 네트워크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상담원 업무를 보조하는 통화 요약·추천 시스템, 실시간 자막 생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실증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AI 기술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기 위해선 민관이 함께 현실에 맞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국내 기업의 강점을 살려 특정 분야에서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기업이 AI 선도자가 되긴 어렵지만,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정부가 정책적 기반을 마련한다면 효과적인 혁신이 가능하다"며, 민간의 실증과 정부의 제도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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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APEC 글로벌 디지털·AI 포럼' 현장. 왼쪽부터 고윤석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글로벌협력본부장, 제이슨 알포드 세계은행 한국사무소장, 배민 LG CNS 전무, 김득중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원장, 샌디 쿤바타나간 오픈AI 아태정책총괄. [사진=양태훈 기자] |
이어진 세션에서는 '포용을 위한 혁신적 디지털 공공서비스'를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기조연설을 맡은 쑹 지준 중국 산업정보화부 차관은 디지털 기술이 경제 성장의 동력이며, APEC 국가 간 인프라·데이터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쑹 차관은 "AI와 디지털 신원, 클라우드 인프라는 경제 성장의 토대"라며 "우리는 개방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이 필요하며, 젊은 인재의 교류와 AI 표준 마련도 긴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중국은 농촌 의료·교육·행정에 디지털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다른 개발도상국과 공유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패널로 참여한 제이슨 알포드 세계은행 한국사무소장은 디지털 불평등 해소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국제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이슨 알포드 소장은 "30억 명 이상이 여전히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포용적 디지털 전환을 위해선 디지털 ID, 전자결제, 데이터 교환 플랫폼 등 인프라 투자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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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APEC 글로벌 디지털·AI 포럼' 현장. [사진=양태훈 기자] |
그는 "세계은행은 정책 컨설팅, 투자 보증, 민간 협력 등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 격차 해소를 지원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도 AI 생태계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환경을 만들고, 민간이 혁신과 자원을 더하면 디지털 전환은 가능해진다"며 "핵심은 협력과 정책 의지"라고 강조했다.
배민 LG CNS 전무는 한국의 건강보험, AI 영어 학습, 스마트스쿨 등 공공 혁신 사례를 공유하며 기술의 포용성을 강조했다.
배 전무는 "기술은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하며, 디지털 소외 없는 설계가 필요하다"며 "전자정부법 제정과 같은 제도적 기반 마련 경험을 APEC 국가들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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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APEC 글로벌 디지털·AI 포럼' 현장. [사진=양태훈 기자] |
이에 김득중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원장은 AI 기반 의료 솔루션 '닥터앤서' 사례를 소개하며 "30개 질환에 대한 45종의 AI 솔루션을 개발해 실제 병원에서 활용 중이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원장은 "우리는 AI 헬스케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개인정보 보호임을 인식하고 있다"며 "데이터 비식별화, 저장 체계 구축 등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며, 다른 APEC 국가와 협업도 기대한다"고 전했다.
샌디 쿤바타나간 오픈AI 아태정책총괄은 AI에 대한 신뢰 확보를 위한 '다층적 안전 설계' 접근을 강조했다.
샌디 쿤바타나간 총괄은 정책 학습·후처리·사용자 피드백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설명하며 "이 모든 단계가 반복돼야 책임 있는 AI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미네소타, 펜실베이니아, 로드아일랜드 주의 행정 AI 도입 사례를 언급하며 "AI가 공무원 업무를 줄이고 시민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아가 "정부는 하드웨어만이 아닌 컴퓨팅 파워, 데이터 개방, 인재 전략 등을 포함한 AI 인프라 정책을 세워야 한다"며 "이는 기술·사람·정책이 함께 가는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 현장에 마련된 기업 전시회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이스트소프트 등 국내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언어모델(LLM), 실시간 통역, 키오스크 기술 등을 선보였으며, 메타, 구글, 비자 등 글로벌 기업들도 AI 결제 솔루션 등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dconnec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