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로 촉발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다음 주 열린다.
최근 사법부에 대한 외부 공격과 내부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대선 직전 열리는 회의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이 뜨겁다. 회의 소집과 개최 결정, 안건 공개 과정까지 지켜보는 눈이 많은 만큼 드러나는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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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화 사회부 기자 |
임시회의 소집 요구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자 투표 시한 연장 끝에 겨우 정족수를 채우는가 하면 언론에 낸 안건 보도자료와 실제 법관들에게 통지된 안건 원안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의견 수렴 방식이 다른 각 법원 대표의 '대표성' 문제도 다시 불거졌다.
법관대표회의 개최가 결정된 후 한 법관은 기자에게 "회의 소집에 26명이 찬성해 정족수를 채웠다는 기사가 대부분이더라. 다르게 보면 다수인 70명이 반대한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한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기간에 돌입한 상태에서 법관대표회의가 경솔한 처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회의를 대선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회의 내용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모여 사법행정 및 법관 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할 수 있는 회의체다. 이번 안건인 '재판 독립'과 '사법 신뢰' 문제도 그동안 법관대표회의에 상정됐던 여러 안건과 결을 같이 한다.
이재명 후보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등 판사 개인의 신상을 터는 일이 빈번해지던 2023년 12월 열린 정기회의에서는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공격행위에 대해 법원 차원에서 대응한다는 의안을 가결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사건과 유사하게 판사의 정치적 성향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드러낸 것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번지자 판사의 SNS 이용 기준 마련에 대한 안건도 올라왔다.
당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사가 과거 정치 성향을 드러낸 글을 게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법관대표회의에서 전향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법관 스스로 SNS를 이용할 때 공정성에 유의하자는 내용의 안건만 통과됐고 대법원이 법관의 SNS 이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자는 의안은 찬성 46명, 반대 46명으로 부결됐다.
2020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 당시 징계 사유였던 '판사 사찰 의혹' 대응방안이 안건으로 채택됐지만 부결됐다. 회의 의결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회의 소집부터 안건 상정까지는 목소리가 큰 소수가 주도하지만 결과를 내기까지는 다수의 문제 인식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오는 26일 전국에서 모일 법관 126명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 유의미한 의견이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목소리 큰 사람만 이기는 게 아니라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