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협회·노인종합복지관협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공모전 수상 작품집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젊어서 그렇게 애를 먹이던/ 영감 때문에/ 철교에서 몇 번이나 뛰어내리려 해도/ 자식들 눈에 밟혀 못했다// 그래도 어제 요양 병원에 가서/ 영감한테 뽀뽀했더니/ 영감이 울었다'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는 이 시는 올해 90세의 현금옥 할머니의 시 '영감 생각'이다. 올해 73세의 김용훈 할아버지는 '봄꽃'이라는 시에서 '필 때는 저마다 더디 오더니/ 질 때는 하르르 물러가더라'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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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꽃은 오래 머물지 않아서 아름답다'. [사진 = 문학세계사] 2025.05.07 oks34@newspim.com |
이 시들은 한국시인협회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공동 주최한 제2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에서 입상한 작품들이다. 공모전 수상 작품집 '꽃은 오래 머물지 않아서 아름답다'(문학세계사)가 나왔다.
65세부터 100세까지의 지원자가 총 8,500여 편의 응모작을 제출했고, 이 중 대상 1편, 최우수상 1편, 우수상 10편 등 77편의 엄선된 시가 책에 실렸다. 작년 1회 공모전에 5,800여 편이 접수된 것과 비교해 열기가 더 뜨거워졌다. 수록작들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시니어들이 쓴 시답게 늙어가는 몸에 대한 생각과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슬픔, 자녀를 향한 애틋한 사랑 등을 담아냈다. 길지 않은 시에 인생의 통찰을 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심사위원을 맡은 나태주 시인은 "노년을 사시는 분들에게는 젊은 분들이 갖지 못한 삶에 대한 경륜이 있고 지혜가 있다. 또한 인생을 꿰뚫어 보는 통찰이 있을 수 있다"고 평했다. 한국시인협회 김수복 회장은 "시니어들의 시는 젊은이들이 도저히 갖지 못하는 강점이 있다"면서 "그것은 시간이 주는 경험이라는 보고"라고 말했다. 값 1만6,800원.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