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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미술계 결산]미술시장 침체에도 서울 '아시아 아트허브'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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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현대미술 세계로 뻗어가,유망작가에 러브콜
3회차 '프리즈'에 광주·부산비엔날레 겹쳐 활기
세계 미술전문가 집결,반면에 경매시장은 싸늘

[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2024년 우리 미술계는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든 '프리즈서울'(9월4~7일) 여파로 여름부터 가을까지 온나라가 미술로 들썩였다. 특히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미술제인 광주비엔날레가 금년들어 30주년을 맞은 가운데 프리즈와 같은 시기에 개막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했다.

또 부산비엔날레도 엇비슷한 시기에 막을 올렸고, 전국의 주요 미술관들도 야심찬 기획전을 선보여 미술열기를 달아오르게 했다.

[서울=뉴스핌] 2024년 9월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프리즈서울 2024'에 참가한 영국 화이트큐브의 부스. 올해 프리즈서울은 작년 보다 참가화랑이 10개가 줄어 전세계에서 110개 화랑이 부스를 차렸다. 출품작은 수십억 원대 고가 블루칩 보다는, 판매가능한 작품들이 주를 이뤄 1,2회에 비해 다소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2.25 art29@newspim.com

▲유망 작가, 세계무대 진출 가속화

이처럼 매머드한 미술이벤트가 한꺼번에 막을 올리고, K아트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며 글로벌 주요 미술관의 관장과 큐레이터, 아트컬렉터, 프레스 등 미술관계자들이 대거 내한했다. 이에 세계 미술계의 이목이 한국으로 집중된 한 해였다. 고무적인 것은 한국을 찾은 미술전문가들이 한국 미술가들의 작업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그 결과 독창성을 갖춘 유망한 한국 미술가들의 세계 진출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가을 이미래와 양혜규는 영국 굴지의 미술관인 테이트모던과 헤이워드갤러리에서 각각 개인전을 가졌고, 이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MET) 파사드에 4점의 대형 작품을 설치하며 미국 미술계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내년에는 서도호 작가가 테이트모던에서 솔로쇼를 여는 등 더 많은 한국 미술가가 국제 무대에 진출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올해로 30주년을 맞아 9월 개막한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유럽의 스타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가 예술감독을 맡아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라는 타이틀로 12월1일까지 열렸다. 2024년에는 부산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제주비엔날레(~2025년 2월16일)도 개최됐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2.25 art29@newspim.com

또한 2024년 한국 현대미술은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특별전, 공식병행전 등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개최한 해였다. 국내 톱 갤러리들의 주도로 유영국(PKM갤러리), 이배(조현화랑), 이성자·신성희·이승택(이상 갤러리현대) 등의 작품전이 특별전 형식으로 열리는 등 베니스에서 한국현대미술 전시가 총 10건에 이를 정도로 러시를 이뤘다.

이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최고의 현대미술제인 베니스에서 한국 미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하지만 일부 부실한 프로젝트도 포함돼 보다 면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뉴스핌]미국을 대표하는 톱 갤러리인 페이스갤러리의 마크 글림처 회장. 마크 글림처는 부친인 아니 글림처(1960년 뉴욕서 페이스갤러리 창업)와 함께 올가을 한국을 찾아, 3년째 참가 중인 프리즈서울을 둘러보고, 서울점에서의 특별한 전시를 진두지휘했다. 페이스갤러리는 이태원의 서울점에서 마크 로스코x이우환 2인전과 왕광러 개인전을 장외전시로 선보이며 많은 미술애호가를 끌어들였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2.25 art29@newspim.com

▲미술을 경험하고 즐기는 '아트슈머' 등장    

한편 프리즈서울과 키아프서울은 미술의 대중화와 생활화를 앞당기기도 했다. 미술품 수집가를 뜻하는 아트컬렉터와는 다른 '아트슈머'(예술소비자)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미술을 일상에서 즐기는 이들이 크게 는 한 해였다. 즉 아트컬렉터들이 예술품을 투자와 감상의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과는 달리, 아트슈머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대상으로 미술을 바라보는 것이 특징이다. 이로써 MZ세대를 비롯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미술애호가들이 부쩍 증가한 2024년이었다.

[서울=뉴스핌] 프리즈서울, 키아프서울과 발맞춰 같은 기간에 서울 청담동의 송은이 막을 올린 '피노 컬렉션' 전시 전경. '컬렉션 초상화:피노 컬렉션에서 엄선된 작품들'이란 타이틀로 세계적인 아트컬렉터이자 크리스티 경매의 소유주인 프랑수아 피노(케링그룹 명예회장)의 컬렉션 1만여점 중 60점을 선보인 이 기획전은 2024프리즈서울의 장외전시 중 가장 돋보이는 전시 중 하나였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2.25 art29@newspim.com

올해는 정부까지 나서서 세계적인 미술장터인 프리즈서울 기간을 '대한민국 미술축제'로 선포하며 미술 열기 확산에 팔을 걷어부쳤다. '상업적 이익 추구'가 최대 목표인 노련한 서구 아트페어 기업에 우리 정부가 공적 기금까지 쏟아부으며 측면 지원한 것에 대해 일각에선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키아프리즈'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고, 서울이 '아시아의 아트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다면 '보다 큰 그림을 그리며 힘을 집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큰 한해였다.

미술애호가와 아트슈머들을 올들어 더욱 들뜨게 한 것은 프리즈서울 기간 중 '장외 전시'와 색다른 아트파티 등이 어느 해보다 화려하고 풍성했다는 점이다. 2024년 '키아프리즈' 기간에 세계 정상의 아티스트인 니콜라스 파티(호암미술관)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 아니카 이(리움미술관)를 필두로 △엘름그린&드라그셋(아모레퍼시픽미술관) △피노컬렉션(송은) △마르쿠스 뤼페르츠(대전 헤레디움) △접속하는 몸:아시아 여성미술가들(국립현대미술관) △서도호(아트선재센터)전 등이 열렸다.

[서울=뉴스핌] 한국을 대표하는 리딩 갤러리인 국제갤러리는 올해 프리즈서울 기간 중 함경아 작가와 마이클주 작가의 개인전을 비중있게 선보였다. 사진은 '유령 그리고 지도'라는 제목으로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진 작가 함경아.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2.25 art29@newspim.com

또한 갤러리 전시도 볼만 했다. △마크 로스코x이우환(페이스갤러리) △데릭 애덤스(가고시안) △가브리엘 오조르코(화이트큐브) △션 스컬리X바젤리츠(타데우스 로팍) △제이슨 보이드 킨셀라(페로탕) △레픽 아나돌(푸투라 서울) △나리 워드(리만머핀) △존배(갤러리현대), △함경아x마이클주(국제) △유영국(PKM) 등 주요 작가들의 전시가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서울, 아시아 아트허브로 발돋움

지난 2022년 프리즈서울의 상륙 이후 올들어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는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이로써 서울이 '아시아의 아트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한 해였다. 물론 매년 3월에 열리는 아트바젤 홍콩이 아직은 아시아의 아트페어로는 최고의 매출과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명실상부 인터내셔널한 아트페어인 것은 분명하다. 중화권 슈퍼리치 등 최상위 미술품 수집가들을 고객으로 10년 넘게 확보하며 위용을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과 한국의 강점은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미술관과 아트센터, 화랑 등 미술인프라가 홍콩에 비해 훨씬 풍부하게 다져져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서울과 수도권에는 괄목할만한 비영리 미술공간과 아트센터가 속속 문을 열어 인프라적 측면에서는 아시아 최강임을 다지게 했다. 또 역량있는 현대미술 작가들을 아시아에서 가장 폭넓고, 탄탄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현대미술 프로젝트와 유통만 놓고 볼 때는 서울이 일본 도쿄를 앞지르고 있어 수년 내로 아시아 최고의 아트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한국은 국제적 경쟁력과 시스템, 파워를 갖춘 현대미술 갤러리들의 활약이 두각을 보이고 있고, 나름대로 자기 색깔을 갖춘 중소 갤러리까지 가세하고 있어 가능성은 매우 큰 셈이다. 문제는 정치사회적 안정, 해외 거물급 컬렉터와의 유기적인 네트워킹 등이 선결과제로 해결되어야 이룰 수 있는 목표다. 최고가 작품에 지갑을 척척 열 수 있는 아시아 최고의 슈퍼컬렉터들을 고정적으로 확보해 든든한 버팀목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관건인 셈이다. 

[서울=뉴스핌] 서울 용산의 아모레퍼시픽미술관(관장 전승창)이 프리즈서울 개막에 맞춰 포문을 연 엘름그린&드라그셋의 전시 '스페이스'에 몰린 한국의 기자들. 이 아티스트 듀오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수영장, 주택, 식당 등을 실제처럼 절묘하게 조성하고, 현대 사회의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다각도로 비틀고 탐구한 작업을 선보여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2.25 art29@newspim.com

이른바 강소 갤러리로 불리는 젊은 갤러리 중에는 뛰어난 기획력과 국제감각, 작품 선구안및 추진력으로 올해 확실한 성과를 거둔 곳이 여러 곳이다. 금년에 이들 강소 갤러리 또한 고환율과 경기침체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낸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새로 진입한 젊은 컬렉터들의 호응을 받으며 미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이들은 특히 해외 아트페어와 해외 옥션에서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내년을 기약하게 했다. 

▲경매시장, 5년내 최저 낙찰액, 최저 낙찰률 기록

그러나 문제도 없지 않다. 심각한 미술경기 침체와 고환율의 장기화는 서울이 아시아 아트허브로 발돋움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미술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이고, 특히 경매시장은 일년 내내 찬바람이 불며 불황에 허덕였다.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 김영석)가 발표한 '2024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연말 결산'(서울옥션, 케이옥션 등 국내 경매사 10곳)에 따르면 올해 미술품 경매 낙찰총액은 약 115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약 1535억원 △2022년 약 2360억원 △2021년 약 3294억원 △2020년 약 1153억원에 비해 지난 5년 내 최저 수준이다.

낙찰 총액뿐 아니라 출품작, 낙찰작, 낙찰률, 개인 낙찰총액 등 모든 부문에서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해 심한 불황임을 드러냈다. 김영석 이사장은 "올해 미술시장은 사회 전반의 총체적인 경기 둔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면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미술시장 경기회복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스핌] 2024년 9월 신세계가 서울 신세계갤러리 청담에서 프리즈서울 개막에 맞춰 선보인 스털링 루비(52)의 개인전. '먼지 덮인 계단 위 쉬고 있는 정원사'라는 부제로 스털링 루비의 미공개 신작(회화 콜라주 조각 설치미술 등) 60여점이 나왔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2.25 art29@newspim.com

한편 미술계의 오랜 요구사항이었던 미술진흥법이 7월부터 시행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년마다 기본계획, 중장기 방향을 설정해 미술 생태계 전반을 진흥하는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그간 물품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관리된 국가기관 소유 정부미술품도 이 법에 따라 관리되고, 이를 위해 공공미술품 관리 전문기관인 '공공미술은행'이 설치된다. 이어 미술서비스업 신고제(2026년), 재판매보상 청구권(2027년)이 잇따라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미술품 공정유통과 질서 조성을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그림 렌탈로 연8%수익' 유혹,1600억원대 '폰지사기' 

2024년도 국내 미술시장은 미술품 사기사건이 연달아 터지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했다. 미술품 투자거래업체 갤러리K의 '아트테크' 사기 행각은 가히 메가톤급이었다. 지난 9월부터 투자자의 고소와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윤곽이 드러났는데 피해액은 약 1600억원대로 파악됐다. 고객이 갤러리K를 통해 그림과 조각을 구입하면 이를 기업이나 사무실, 병의원 등에 렌트(대여)해 수익을 내고, 그 수익금을 고객에게 나눠준다는 사업모델이었다. 또 고객이 현금화를 원할 경우 구입한 작품을 원래 가격대로 재매입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갤러리K는 초기에는 수익금을 지급하는 듯했으나 실상은 대여실적이 미미하기 짝이 없어 적자가 눈덩이처럼 누적됐다. 결국 고객의 투자금을 다른 투자자를 유치하는데 쓰는 '돌려막기'로 자금을 유용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고객이 구입한 그림도 실체는 없고, 디지털로 이미지만 제시했음이 밝혀지는 등 가공할만한 사기행각을 일삼으며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했던 셈이다.

아트테크를 통해 '은행금리를 뛰어넘는 연 8%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퇴직금을 몽땅 밀어넣거나 전세금을 빼서 투자한 고객들이 속출했고, 고소 고발이 줄을 이었다. 또 청담동 모 화랑에서도 또다른 사기사건으로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가뜩이나 냉랭한 국내 미술품 시장을 더욱 움츠러들게 하는 사건이 이어진 2024년이었다.

게다가 수년 전부터 계속되어온 정상급 작가 이우환 화백의 가짜그림 파동 등 위작사건이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가짜가 더 늘었다'는 입소문이 확산된 한 해였다. 이같은 위작논란은 국내 미술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거래를 더욱 위축시켰다. 이런저런 악재들로 인해 메이저 화랑과 일부 강소화랑을 제외한 대다수 화랑들은 '전시를 열어도 고객이 찾지 않는다. 위작논란에 그림값까지 자꾸 떨어지니 누가 발길을 주겠나. 개점휴업 상태다'며 불황을 호소했다. 영세화랑 중에는 심한 불경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폐점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이밖에 '적은 돈으로 피카소, 앤디 워홀 같은 유명작가 작품을 살 수 있다'는 선전문구를 내걸었던 미술품 조각투자도 올들어 '3년 보유했으나 원금이 반토막났다'는 등의 피해사례가 연달아 공개되면서 많은 문제점을 노정시켰다.

▲세계적 작가 리차드 세라, 빌 비올라 타계 

2024년에도 많은 미술인이 우리 곁을 떠났다. 한국화가 오태학·하태진, 서양화가 함섭, 조각가 백현옥, 서예가 권창륜이 타계했다. 해외에서는 거대한 철골조각으로 유명한 리처드 세라와 비디오 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 미국을 대표하는 추상미술가 프랭크 스텔라가 유명을 달리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2025년 우리 미술계가 올해 보다 더욱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무엇 보다 큰 걸림돌은 고환율과 한국의 정치사회적 불안정이다. 특히 달러및 유로화의 고공행진으로 해외 미술품을 들여와 유통시켜온 국내 주요 화랑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작품가 폭등및 운임, 보험료 상승으로 큰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해 한국현대미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매출도 올려왔던 화랑들에게는 고환율이 넘기 힘든 허들인 셈이다. K-아트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과 호응은 어느 때 보다 뜨거운데 여러 악재가 도사리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따라서 정교하고도 획기적인 체질개선과 구조조정, 끈질긴 인내와 명민한 투자가 요구되는 한 해가 될 듯하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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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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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다시 불 붙었다…1년새 15.5%↑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가 1년 전보다 15.5% 올랐다. 이는 2021년 11월 이후 5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다.  매맷값은 동북권(강북·도봉·노원·성북·중랑·동대문·성동·광진구)에서 높게 올랐으며 전셋값은 서남권(강서·양천·영등포·구로·금천·동작·관악구)에서 큰 오름폭을 보였다. 반면 동남권은 매맷값과 전셋값이 모두 하락했다.  22일 서울시의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가격동향조사 통계 분석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는 전월 대비 0.72% 상승했다. 권역별로는 서초·강남·송파·강동구가 속한 동남권이 전월 대비 0.29% 하락한 반면 나머지 권역은 모두 올랐다. 특히 동북권은 1.54%, 도심권(종로·중·용산)은 1.06% 오르며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올해 1월과 비교하면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은 8.3% 올랐다. 권역 중에는 동북권이 11.5%, 서남권이 8.4%로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컸다. 면적별로는 모든 구간에서 가격이 올랐다. 특히 전용면적 85㎡ 초과 135㎡ 이하인 중대형 아파트가 전월 대비 1.32%로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다. 8월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는 전월 대비 0.30%, 전년 동월 대비 11.31% 상승했다. 권역별로는 서남권이 1.30%,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이 0.17% 올랐다. 반면 도심권(-0.35%)과 동북권(-0.10%), 동남권(-0.08%)은 하락했다. 면적별로는 135㎡ 초과 대형 아파트가 전월 대비 2.41% 올라 가장 큰 오름폭을 보였다. 중대형 아파트도 1.50% 오르는 등 면적이 큰 아파트가 전셋값 상승을 이끌었다.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감소세를 보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전월 대비 18.3% 감소한 2923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부동산 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인 만큼 9월 계약분 신고는 앞으로 늘어날 수 있다. 아파트 거래량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거래가 몰린 5월(8987건) 이후 대체로 3000~5000건대를 기록하고 있다. 실거래가 구간별로 보면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5월 72.3%에서 8월 79.5%로 확대됐다. 다만 9월에는 78.1%로 소폭 축소됐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가 332건으로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노원구의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99.7%, 도봉·강북·금천구는 100%로 나타나 외곽지역의 중저가 실수요 거래가 두드러졌다. 서울시는 "4~5월 고가주택 절세 거래 증가로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일시 축소됐다"며 "이후 중저가 실수요 유입으로 8월까지 확대가 이어지다 비중이 다소 줄었다"고 분석했다. 9월 아파트 전세거래량은 6454건으로 전월(7862건) 대비 17.9% 줄었다. 월세 거래량도 7750건으로 한 달 전보다 6.4% 감소하며 전월세 거래가 모두 위축됐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전세와 월세 거래량은 각각 46.9%, 19.8% 줄어 가을 이사철에도 거래 위축이 두드러졌다. 전월세 거래 비중은 월세가 54.6%, 전세가 45.4%를 기록했다. 7~8월 전월세 거래 비중이 5대 5 수준을 유지하다 월세 비중이 다시 커졌다. 전세거래 중 갱신계약 비중은 9월 56.7%로 전월(57.9%) 대비 소폭 감소했고,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비중은 52.1%를 기록해 한 달 전(49.8%)보다 늘었다. donglee@newspim.com 2026-10-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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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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