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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화산처럼 강렬하면서도 애잔한 안창홍의 '예술 50년'

기사입력 : 2022년11월22일 19:28

최종수정 : 2022년11월23일 11:41

대구 우손갤러리, 화업 50년 돌아보는 기획전
정주를 거부하는 '노마드 작가'의 남다른 시선
지칠줄 모르는 상상력으로 변주한 다양한 작업 출품

[대구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화업 50년을 결산하는 자리이나 전시타이틀은 '미완의 리허설'이다. 반세기를 정리하는데 미완에, 본(本)공연이 아니라 리허설이란다. 도대체 왜일까. 누구의 전시일까?

[서울 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대구 우손갤러리가 기획한 '안창홍:미완의 리허설'에 출품된 환조 작품 '화가의 심장'. 오른쪽에 아마란스를 그린 대형 회화 '폭풍이 지나간 후'가 보인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2.11.22 art29@newspim.com

여기 아직 끝나지 않은, 아니 끝날 수 없는 '예술의 길'을 피를 토하듯 고집스럽게 달리는 작가가 있다. 안창홍(69)이다. 안창홍은 지칠줄 모르는 상상력과 끝없는 실험정신으로 인간과 욕망, 자연과 인공, 참과 거짓, 현실과 꿈을 그리고, 쌓고, 녹이고, 직조해왔다. 그런 그가 대구 우손갤러리에서 50년 예술인생을 중간결산하는 '안창홍:미완의 리허설(Unfinished Rehearsal)'전을 열고 있다.

이번 초대전에 안창홍은 고교를 졸업하며 그린 초기작품에서부터 근작까지 60여 점을 풀어놓았다. 따라서 '대구시민을 위한 회고전'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듯하나 작가와 기획자는 하나의 시놉시스이자 영화의 트레일러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작품 배열도 연대기별이 아닌, 주제와 경향에 따라 짜여졌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안창홍 '여행 떠나는 이무기'. 혼합재료,콜라주.1992. 79x56cm. [사진=우손갤러리] 2022.11.22 art29@newspim.com

전시를 기획한 장동광 큐레이터(한국도자재단 상임이사)는 "안창홍의 전환기적 작품을 중심으로 주제의식의 변천사를 조망하는 작은 회고전 형식"이라며 "작가의 작품세계를 관류하고 있는 변화무쌍한 주제의식, 환상과 무의식의 영토에서 캐낸 일탈적 시선, 인간 세태에 관한 통렬한 발언, 허구와 비극미 사이에 전율할듯 흐르고있는 인간의 에로스적 욕망, 그러면서도 버리지않는 자연과 식물에 대한 애잔한 경외심 등을 재조명했다"고 밝혔다.

우손갤러리의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금박을 입혀 번쩍이는 '화가의 손4'와 300호 크기의 부조작품 '화가의 손1'이 눈길을 끈다. 안창홍은 어느 날 경기도 양평의 작업실에서 물감을 버리는 쓰레기통 속에 백골이 된 자신의 손이 '붓을 잡고 있는 환상'을 목도했다. 환각이었다. 죽어서도 붓을 잡고 있는 삶의 굴레와 그 열망에 전율하며 작가는 환각을 재현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자신의 입체작품 '화가의 손4'(2019) 앞에 선 작가 안창홍. [사진=서진수교수] 2022.11.22 art29@newspim.com

붓을 움켜쥔 백골의 손 주위로, 쓰레기통 속에 있던 물감튜브와 물감찌꺼기, 골동품, 인형, 꽃을 곁들였더니 작품두께가 자그만치 45cm, 무게 또한 300kg을 넘어섰다. 버려진 사물들을 아상블라주 기법으로 화폭에 꽉 채운 이 작품은 작가 자신 뿐 아니라, 엄혹한 세상을 살아가는 소시민의 굴곡진 삶을 위무하는 작품이다.

'화가의 손' 맞은 편에는 선홍색의 환조작품 '화가의 심장'이 매달려 있다. 핏빛으로 물든 심장에 굵은 가시가 칭칭 감겨진 이 조각은 인간의 삶이 무릇 고통에 기반하며, 나아가 그 고통은 삶에 또다른 의지를 불어넣는 것임을 은유한다. 마치 순교자를 보듯 숭고함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작품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안창홍 '얼굴들'. 시멘트,혼합재료. [사진=우손갤러리] 2022.11.22 art29@newspim.com

1층 전시장에는 회화 '폭풍이 지나간 후'와 오브제 작업인 '마스크-눈먼 자들' '인간들' 연작이 내걸렸다. 양평 작업실 뜰에 핀 아마란스와 잡초들이 태풍에 쓸린 뒤의 모습을 그린 '폭풍이 지나간 후'는 생존을 향한 야생식물의 생명력이 압도적으로 표현됐다. 가로 3.5m, 3.8m 두폭의 그림을 이어붙인 이 작품은 개인 소장자로부터 빌려와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되고 있다.  

2층 1전시장에는 안창홍이 고교시절 그린 습작과, 이후의 암울하고 염세적 세계관을 드러낸 작품, 외국 곳곳을 여행하며 스케치한 드로잉 등 다양한 시기 작품이 나왔다. 밀양 출신으로 부산서 고교를 다니던 안창홍은 뛰어난 재능을 알아본 교사가 미대 입학을 권했지만 제도권 교육을 거부하고, 독학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그런데 미술대학 출신이 아닌 까닭에 아카데미즘에 얽매이지 않고, 비범성과 독자성을 마음껏 밀어붙이며 '안창홍표 예술'을 일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안창홍 '유령패션'. 유화. 162x112cm [사진=우손갤러리] 2022.11.22 art29@newspim.com

마지막 2전시장은 작가가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시작한 디지털펜화에서 비롯돼 회화, 설치, 영상으로 확장된 '유령패션' 연작이 한데 모였다. 흥미로운 것은 '유령패션'이 1979년 작 '인간 이후'의 한 부분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안창홍은 "40년 전 작품인 '인간 이후' 속 과소비와 부의 계급성을 드러냈던 '패션'을, 인간은 사라지게 하고 패션만 부각시켜 재탄생시킨 게 요즘의 유령패션"이라며 "옛 작품 속 잠복해있던 모티프들이 시간이 흐르며 시대를 관통하는 또다른 작품의 단초가 됐다"고 말했다.

안창홍은 데뷔이래 수많은 인물상을 그려왔다. 물질만능 시대와 적자생존 사회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는 인물들과 역사 속에 희생된 이들에 주목하며 그들의 모습을 끈질기게 담아왔다. 이같은 주제의식과 1980년대 '현실과 발언' 활동이력으로 안창홍을 민중미술작가로 분류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그러나 작가 자신은 '삶의 미술'이자 '현실주의 미술'이라 말한다.

[서울 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인간은 결국 고독한 존재임을 암시하는 듯한 안창홍의 드로잉(부분). [사진=이영란 기자] 2022.11.22 art29@newspim.com

안창홍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남다른 표현력을 바탕으로, 비뚤어진 현실을 비판하며 특유의 성향을 드러내왔다. 초기 청색조의 우울한 유화를 그리던 작가는 1979년부터 산업화 사회에서 와해된 가족사를 다룬 '가족사진'연작과 시퍼렇게 날선 시리즈인 '인간 이후'를 발표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눈동자를 제거함으로써 '존재의 부재'를 강조하거나, 죽음을 암시한 그로테스크한 작업들은 일평생 마이너리티를 자임해온 안창홍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마이너적 세계관과 미의식을 살펴볼 수 있는, 아름다우나 비극적인 작품들이 넘실댄다. 죽음을 과감하게 표현한 작업, 밝음 보다는 시대의 이면과 절망에 귀기울이며 그 심면을 표출한 작업은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성을 더욱 도드라지게 드러내고 있다.

스스로를 '가내수공업체 직원이자 사장'이라 칭하는 작가는 1970년대이래 현실과 시대를 직시하며 다양한 시리즈를 선보여왔다. 그 밑바탕에는 적자생존 사회에서 벼랑 끝으로 밀려나는 이들과 희생된 이들을 보듬어 안고자 하는 뚝심과 성찰이 깔려 있다. 프랑스 생테티엔미술관 관장을 역임한 미술사학자이자 큐레이터 로랑 헤기는 안창홍의 이같은 작업의지를 '바위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안창홍 작가는 2023아트바젤 홍콩(3월23-25일)에 참가하는 우손갤러리(인사이트 섹션) 부스에서 최근 작업한 아마란스 연작 등을 '이름 없는'이란 타이틀 아래 솔로쇼 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우손갤러리에서의 안창홍 초대전은 12월 23일까지 계속된다. 일요일 휴관.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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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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