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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의 고백⑫]"나는 아버지 기일에도 필로폰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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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심부름으로 마약 배달하던 김 씨..호기심에 손 댄 필로폰 '재앙'
반려자와 떠난 제주도..금단증상으로 환영에 시달리다 자해
처절한 후회 속 단약 시도.."그래도 희망은 있다"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초겨울 어느 날. 강민수(가명)씨는 선배의 호출을 받고 동네의 한 창고로 향했다. 창고는 시장 골목 안쪽에 자리한 허름한 2층짜리 조립식 건물이었다. 강 씨는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피해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자욱한 담배연기 사이로 상인들은 도박판을 벌이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나온 선배는 강 씨에게 작은 화장품 박스를 건네주며 “사거리에 차를 세우고 비상등을 켜놓으면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다가오는데, 그 여자한테 물건을 전달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친구들과 술 한 잔 마시라며 거액의 용돈도 쥐어줬다. 선배의 심부름은 그 뒤로도 계속됐다.

화장품 박스를 열어보지 말아야 했다. 며칠에 한 번씩 화장품을 받는 의문의 여성. 간단한 심부름이라고 하기에는 두둑한 용돈. 강 씨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화장품 박스를 열어본 강 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박스 안에는 은백색 가루와 주사기가 놓여 있었다. 강 씨는 그것이 필로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얼마 전 마약 중독으로 환청에 시달리다 4층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선배의 49제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검찰청 본관. 2019.01.22 mironj19@newspim.com

호기심과 두려움 속에 지내던 어느 날, 강 씨는 평소처럼 '의문의 여성'에게 ‘화장품 박스’를 전달하기 위해 비상등을 켜고 대기하고 있었다.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나타난 여성은 잔뜩 술에 취해 있었다.

여성은 “내일부터 일주일 간 휴가니 같이 술이나 한 잔 하자”고 말했다. 강 씨는 여성의 집에서 한 병, 두 병 양주를 마시면서 거하게 취기가 올랐다. 눈의 초점이 흐려진 여성은 갑자기 주방으로 가 무언가를 꺼내왔다. 필로폰과 주사기였다.

강 씨는 여성의 권유와 호기심에 처음 필로폰을 투약했다. 강 씨는 그 뒤로 여성과 자주 주사기 파트너로 지냈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을 밟듯 강 씨와 여성은 마약 투약 혐의로 차가운 수갑을 차게 된다.

출소한 강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된다. 피아노 강사였던 A씨는 강 씨의 오랜 노력 끝에 마음을 받아주고 사랑을 키워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 씨는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한 선배의 죽음 소식을 듣게 됐다. 며칠 전까지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각별한 선배였다.

사인은 ‘약물 과다복용’이었다. 강 씨에게는 형제의 죽음과 다름 없었다. 문득 삶이 허망하다고 느꼈던 강 씨는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필로폰에 의존했다. 선배들 데려간 필로폰은 그렇게 다음 먹잇감인 강 씨에게 다가갔다.

마약에 찌들수록 A씨와 애정전선에도 이상이 생겼다.

어느 날, A씨가 마약에 취한 강 씨의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필로폰의 부작용으로 며칠동안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던 강 씨였다. 몰골은 이미 산 송장과 다름 없었다. A씨는 처음 보는 강 씨의 모습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충고와 질책이 아닌 안타까운 눈으로 강 씨를 쳐다봤다. 강 씨는 그 눈빛에 지레 겁 먹고 마음에 있지도 않은 욕설을 쏟아냈다. 약에 취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까지 뱉어냈다. 강 씨는 결국 8년만에 다시 경찰에 붙잡혀 교도소로 들어가게 된다.

강 씨는 필로폰에 손 댄 이후로 건강이 점차 좋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아직 젊다’는 자기 위안으로 애써 무시했고 결국 신장이 망가지는 지경까지 왔다. 후유증으로 기억력이 크게 떨어졌고 다른 장기들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친구와 선배들 사이에서도 일명 ‘약쟁이’로 전락해 있었다. 마약을 사기 위해 돈을 빌렸던 주변 사람들에게 모든 신용을 잃었다. 친구들과의 의리, 선후배들과 신임도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심지어는 약에 취해 아버지의 기일에 참석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인생의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졌던 강 씨를 A씨는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곁을 지키며 “마약 중독을 치료하자”고 강 씨를 다독였다.

A씨는 출소한 강 씨에게 여행을 제안했다. 제주도로 가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오자는 이유에서였다. 돌아올 날짜 따위는 정해놓지 않은 여행이었다. 도화지에 그려놓은 듯한 하늘과 바다 냄새, 강 씨는 모처럼 ‘향기’를 느꼈다.

강 씨와 A씨는 바닷길을 따라 걸으며 서로 하지 못했던 속 깊은 얘기를 나눴다. 상처를 보듬었고 사랑은 더 깊어졌다. A씨는 강 씨가 없는 동안 ‘오카리나’를 배웠다며 악기를 꺼냈다. 주먹만한 악기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왔다. 노래는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곡인 ‘My heart will go on’이었다. 

평온했던 제주도의 생활도 잠시, 마약이 다시 강 씨를 덮쳐왔다. 금단 증상으로 강씨는 갑자기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었고 누군가 망치로 내려친 듯 두통이 밀려왔다. 걷지 못할 정도의 고통이었다. 강 씨는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누군가가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했다.

고통에 시달리던 강 씨는 눈 앞에 서 있는 환영을 봤다. 공포스러운 모습에 강 씨는 흉기로 자신을 자해했다. 결국 의식을 잃은 강 씨는 곧 집으로 돌아온 A씨에게 발견돼 응급실로 실려갔다. 정신을 차린 강 씨는 A씨에게 다시 한 번 비참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자책했다.

강 씨는 결국 필로폰과 싸움에서 졌다. 이제는 창살 안에서 지난 날을 후회하고 있다. 그럼에도 강 씨는 삶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가면을 쓰고 살던 강 씨에게 사랑을 가르쳐줬던 A씨 덕분이었다.

강 씨는 그런 A씨에게 더 이상 고개 숙이지 않고 용서를 빌기 위해 단약을 다짐했다. A씨는 강 씨에게 출소하면 병원에 입원할 것을 권유했다. 강 씨가 치료에 성공할 때까지 옆에 있겠다는 약속도 했다. 강 씨는 그런 A씨에게 마약 치료가 끝나면 다시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했다.

A씨도 “돌아올 날짜 따위는 정하지 말고 떠나자”고 화답했다. 창살 안에서 작은 햇빛만 바라보는 강 씨는 그래도 희망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imb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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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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