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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의 고백⑩] "판사님, 마약 끊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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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가스→대마초→필로폰..'파멸로 가는 수순'
판사에게 "마약은 혼자서는 끊을 수 없는 괴물" 눈물 호소
"아빠, 제발 사고치지 마세요" 아들 말에..단약 시도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시작은 그저 보잘것없는 본드였다. 홍경훈(가명)씨의 집 옥상은 동네 선후배들의 모임 장소였다. 학교가 끝나면 20명 남짓한 학생들은 옥상에 모여 불량스러운 모의를 했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 싸움도 자주 했고 돈을 뺏다가 경찰서를 들락거리기도 했다. 이 중에는 가출한 선배들도 많았다. 홍 씨는 이들과 어울리며 어릴 적부터 자주 가출을 했다.

동네에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일명 ‘삐딱산’이라고 불리는 산이 하나 있었다. 중학생이 된 후 친구, 선배들과 함께 막걸리와 본드를 가지고 자주 이 산에 올랐다. 선배들은 막걸리를 다 마시면 그 통을 이용해 본드를 마셨다. 알량한 호기심에 홍 씨도 선배들과 어울려 본드를 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친구 한 명이 본드를 흡입한 죄로 경찰서에 들어갔다. 그 뒤로 홍 씨와 선배들은 본드 대신 가스를 불기 시작했다. 한 번은 부탄가스를 살 돈이 없어 이웃집 옥상에 올라가 LPG 가스통의 호스를 끊어 마신 적도 있었다. 홍 씨는 당시 곧바로 기절했다. 그때 기억으로 가스에는 손대지 않았지만 대신 모르핀과 비슷한 약물을 먹기 시작했다. 홍 씨는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약물의 세계에 빠져들게 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홍 씨는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님에게 약물 복용을 들킨 적이 없었다. 부모님은 홍 씨를 그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아들로만 생각했다. 홍 씨가 22살 결혼을 선언했을 때, 부모님은 서울의 작은 아파트를 한 채 마련해줬다. 부모님은 “이제 친구들보다는 아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만 조언했다.

아내와 단란한 가정을 꿈꿨으나, 신혼집에서 아내보다는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입대를 면제받거나 백수인 친구들은 수시로 홍 씨의 집을 찾아왔다. 어릴 적 홍 씨의 집 옥상이 그랬던 것처럼 홍 씨의 신혼집은 곧 새로운 아지트가 됐다. 친구들은 심지어 2~3명씩 찾아와 일주일씩 머물고 돌아갔다.

어느 날, 홍 씨를 찾아온 친구 한 명이 주머니에서 약물과 대마초를 꺼냈다. 이후 친구들은 주말이면 홍 씨의 집에 모여 함께 마약을 했다. 홍 씨의 나이 고작 23살 때였다. 대마초를 처음 접하고 3년 후, 다른 친구가 필로폰을 구해왔다. 친구들과 함께 서로의 팔뚝에 주사기를 꽂아줬다. 홍 씨는 곧 극심한 필로폰 중독에 빠지게 됐다. 하루도 필로폰 없이 살아갈 수 없었던 홍 씨는 선배의 심부름으로 마약을 받으러 가다 잠복하고 있던 경찰에 붙잡혔다.

홍 씨는 태어나 처음으로 교도소에 들어갔다. 수감 중이던 1년 6개월 동안 홍 씨는 마약에 손댄 자신을 탓한 게 아니라 심부름을 시켰던 선배를 원망했다. 단순히 선배를 잘못 만났다고 후회했다. 선배가 앞서 경찰에 붙잡힌 후 홍 씨를 밀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조금 시간이 흐른 뒤였다.

마약은 홍 씨의 정신을 옭아맸다. 인내심과 자제력을 잃은 홍 씨는 필로폰을 구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가리지 않았다.

그 결과는 뻔했다. 홍 씨는 출소한 지 33일 만에 다시 구속됐다. 이번에는 친구의 작전이었다. 마약 투약으로 경찰에 붙잡히고, 다른 투약자를 밀고하고, 함정수사에 협조하는 전형적인 ‘마약중독자의 순환구조’였다. 홍 씨는 이 뒤로도 두 번이나 더 구속됐다. 늘 참아줬던 아내는 더 이상 면회를 오지 않았다. 간간이 편지만 보내 안부만 전할 뿐이었다. 친구에게 전해 들은 얘기로 아내는 생계를 위해 식당을 전전하며 겨우 아들 둘을 키우고 있었다.

홍 씨는 출소하면서 다시는 마약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내를 위해서라도 단약(마약을 끊는 일)에 성공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다른 중독자들이 그랬듯 홍 씨 역시 오래지 않아 다시 마약을 찾았다. 자괴감에 빠진 홍 씨는 아내에게 “다시 마약을 투약하고 있다”고 고백하면서 “이혼해주겠다”고 말했다. 아내는 그런 홍 씨에게 “당신이 나한테 힘을 줘도 모자랄 상황에 그런 헛소리를 하느냐”고 꾸짖었다. 스스로를 포기한 홍 씨를 아내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내는 홍 씨가 마약에 빠져나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럼에도 홍 씨는 필로폰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홍 씨가 한 발 도망가면 필로폰은 두 발 쫓아왔다. 마약의 늪에서 나오려고 허우적댈수록 더 깊이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홍 씨는 다시 경찰에 붙잡혀 네 번째 구속을 맞이했다. 재판정에 선 홍 씨는 판사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홍 씨는 “진심으로 약물을 끊고 싶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끊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죽고 싶을 정도로 끊어지지 않습니다. 마약은 혼자서는 끊을 수 없는 괴물입니다.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판사님께서 제발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사진=뉴스핌 DB]

절박함 덕분인지 홍 씨는 치료감호처분을 받았다. 치료감호소에서 회복에 전념한 홍 씨는 단약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다. 의사는 홍 씨에게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말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 새롭게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홍 씨는 가족들을 데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도망가듯 떠났다.

공사장을 전전하던 홍 씨에게 한 친척이 연락해왔다. 전기기술을 가르쳐 줄 테니 함께 일하자는 제의였다. 홍 씨는 5년 동안 친척 밑에서 착실하게 기술을 배워나갔다. 이제 대마초, 필로폰 등 마약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약물과 완전히 이별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잊고 있었던 마약이 다시 홍 씨를 찾아왔다. 회사 동료들과 떠난 밤낚시 자리에서였다. 동료들은 날이 으슥해지자 각자 대마초를 꺼내 피웠다. 동료들은 교도소에 가본 적도, 전과도 없는 평범한 직장인들이었다. 그들의 권유에 홍 씨는 결국 대마초를 입에 물었다.

한 달에 한 번씩 피우던 대마초는 일주일에 한 번으로 늘었고, 이내 매일 피우게 됐다. 대마초는 곧 필로폰 투약으로 이어졌다. 7년 만이었다. 홍 씨는 필로폰에 다시 손을 댔다는 후회보다, 지금까지 필로폰을 참았다는 사실을 후회했다. 지금 동료들끼리만 즐기면 경찰에 적발될 걱정도 없다고 안심했다.

이들만의 파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동료 중 한 명이 지인에게 필로폰을 건넸다가 경찰에 걸려든 것이다. 홍 씨는 동료들과 함께 구속됐다. 다만 판사는 홍 씨의 오랜 단약 기간을 고려해 보호관찰명령을 내렸다. 실형은 면했지만 홍 씨는 아내와 아이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홍 씨는 스스로 재활센터를 찾아가 입소했다. 입소 전 홍 씨는 큰아들에게 전화해 “아빠가 없는 동안 사고 치지 말고 엄마랑 동생 잘 보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들은 그런 홍 씨에게 “제발 아빠나 사고 치지 마세요”라고 쏘아 붙이고는 전화를 끊었다.

홍 씨는 전화기를 붙들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마약에 취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본 적 없는 아빠였다. 마약에 한창 빠졌던 당시에는 아이들의 얼굴조차 잘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다. 아이들은 이미 홍 씨를 아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홍 씨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겠다는 각오로 재활센터에 들어갔다. 치료는 쉽지 않았다.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고 머릿속에는 마약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한 동료는 그런 홍 씨에게 성경을 한 권 건넸다. 동료는 “무슨 뜻인지, 무슨 내용인지 몰라도 계속해서 읽으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홍 씨는 마약이 생각날 때마다 성경을 들여다 봤다. 홍 씨가 수 천번 읊은 성경책은 곳곳이 헤지고 찢어질 정도였다.

홍 씨는 이곳에서 ‘완전한 단약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약에 한 번 빠진 이상 평생 지고 가야 할 짐이라는 사실. 스스로 완전히 마약에서 해방됐다고 자만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 홍 씨가 마약이라는 거대한 벽을 허물면서 깨달은 교훈이었다.

홍 씨와 마약과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포기’라는 단어가 떠오를 때면 홍 씨는 아내와 아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홍 씨는 마약의 벽 너머에 있을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며 끝나지 않을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 마약에 중독됐을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국립부곡병원 △시립은평병원 △중독재활센터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imb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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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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