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종교가 여성 억압…바티칸 사건은 복수"
"미투·페멘 운동가, 여성의 수동성·침묵 깼다"
[뉴스핌=김성수 기자] '상의 탈의(Topless)' 시위로 유명한 여성 인권단체 '페멘'(Femen)을 이끄는 우크라이나 활동가 인나 셰브첸코가 인권운동으로서의 단체의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인나 셰브첸코는 26일(현지시각) 허핑턴포스트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페멘의 활동들은 힘 있는 자의 성추행을 폭로하는 '미투(#MeToo)' 운동과 연대하기 위해서 이뤄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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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나 셰브첸코 트위터 |
셰브첸코는 "여성 인권단체로서 페멘은 조직과 지도부를 갖춘 기성 종교가 오랜 옛날부터 여성에 억압을 가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바티칸에서 있었던 일은 복수심에서 나온 행동"이라며 "역사적으로 피해자였던 여성이 역사적인 억압자에 대항해서 들고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페멘' 소속 활동가 알리사 비노그라도바는 전날 상반신을 탈의하고 "신은 여자"라고 외치며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 설치된 아기 예수 조각상을 훔치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번 사건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성탄절 공식 메시지 '우르비 에트 오르비'(라틴어로 '로마와 온 세계에')를 발표하기 2시간여 전 벌어졌다.
이에 앞서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두 명의 다른 페멘 활동가들이 바티칸에 설치된 아기 예수 탄생 관련 조각상(nativity scene)에 잠입했다. 이들 활동가의 몸에는 '#미투(MeToo)'와 '교회로부터 폭행 당했다(Assaulted by church)'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셰브첸코는 페멘 운동가들을 '현대적이고 자유로운 성모 마리아'라고 비유했다. 성모 마리아는 카톨릭교의 주요 여성 인물이면서도 조용하고 수동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고 셰브첸코는 주장했다. 이에 따라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도 똑같이 수동성을 강요받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셰브첸코는 "성모 마리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순결, 모성, 수동성을 상징하고 있다"며 "이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에게 기대되는 성품들이다"고 말했다.
이어 "미투(MeToo) 운동에서 나타나듯 많은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수년동안 억압과 공포와 불안감 속에서 침묵을 지켜왔다"며 "그러나 이 여성들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고 기존의 지배 시스템을 뒤흔들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 마리아(페멘 운동가)도 수동적이고 조용히 있을 것을 강요받았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침묵을 깨고, 교회에서 여성에 가하는 폭력을 지적하고 나섰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