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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예술가 이야기]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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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15)

“어떤 이는 그를 마법사라 했고, 또 다른 이는 악마라 했으며, 그나마 정상적인 이들은 그를 유령이라고 불렀다.”
영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Paganini: The Devil's Violinist)》의 도입부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영화는 베토벤의 생애를 그린 영화 《불멸의 연인》을 만든 거장 버나드 로즈 감독이 2013년에 만든 작품으로, 파가니니의 신비스러운 매력을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가니니는 바이올린을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현란하게 연주한 대가였다. 파가니니는 4옥타브에 걸치는 넓은 음역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음을 하나하나 끊어 연주하는 스타카토 주법, 현을 손끝으로 튕겨서 소리를 내는 피치카토 주법, 현에 손가락을 가만히 둠으로써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는 하모닉스 등의 화려한 연주기법을 창안해 냈다. 고난이도로 유명한 그의 《24개 카프리치오》의 악보를 본 당대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이건 연주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가 혁신적으로 바꾸어놓은 바이올린 연주기법은 후대 거장들, 특히 파블로 사라사테와 외젠 이자이 등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가 일으킨 기법상의 영향은 바이올린 음악뿐만 아니라 관현악에도 미쳤는데, 특히 리스트에게 끼친 영향은 매우 컸다.
파가니니는 작곡가로서도 명성을 얻었다. 대표작으로는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무반주 《24개 카프리치오》를 들 수가 있다. 파가니니의 초절적인 연주기교에 자극된 리스트,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등은 파가니니의 멜로디를 차용하여 많은 피아노곡을 작곡했다.

니콜로 파가니니(Niccolò Paganini, 1782~ 1840)는 이탈리아의 제노바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무렵부터 만돌린과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음악 교습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어디서나 반년이면 스승의 실력을 따라잡는 놀라운 재능을 선보였다.
아들의 재능을 간파한 아버지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한 연습을 시켰다. 그 결과 파가니니는 14세인 1795년에 처음 바이올린 연주회를 열어 고향 제노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급속한 성공으로 자만에 빠진 청년 파가니니는 방탕한 생활과 도박으로 건강을 해치고 거액의 빚을 지기도 했다. 한번은 빚 때문에 바이올린이 저당 잡혀 있어 연주회를 앞둔 파가니니가 어려움에 빠졌다. 그 소식을 들은 한 프랑스의 악기상인은 파가니니에게 바이올린을 빌려주었고, 덕분에 겨우 연주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파가니니의 연주를 들은 상인은 빌려주었던 그 바이올린을 파가니니에게 영원히 주었다고 한다.

1801년 고향을 떠난 파가니니는 1804년까지 토스카나 지방에 있는 한 귀부인의 성에 머물렀는데, 이 기간 동안에는 연주 활동을 하지 않고 하모닉스나 중음주법, 스타카토 등의 새로운 주법을 연마하였다. 22세가 되던 1804년, 그는 출생지인 제노바로 돌아와 다시 연주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이전보다 더한 명성을 얻었다. 이듬해인 1805년부터 3년간은, 프랑스에 의해 점령당해 나폴레옹의 여동생 소유가 된 이탈리아 루카의 궁정 오페라극장에서 바이올린 연주자와 지휘자로서 생활하였다.
독주 연주가로서 성공하고자 했던 그는 26세가 되던 1808년 루카 궁정 극장을 나와 연주여행을 시작하였다. 20년에 걸친 이탈리아 각지에서의 연주여행을 통해 그가 보여준 초절기교적인 바이올린 기법은 청중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그 소문은 이탈리아를 넘어 전 유럽에 퍼져나갔고 파가니니는 음악애호가들로부터 찬사와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의 한 장면 <사진=이철환>

파가니니가 46세가 되던 1828년, 그는 처음으로 국외 연주 여행을 떠났다. 그해 3월 빈에서 있었던 연주회는 미증유의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 후 ‘파가니니 스타일‘이라고 이름 붙인 양복· 모자· 장갑· 구두 등이 상점마다 넘쳐흘렀다. 이듬해부터는 독일, 폴란드, 프랑스, 영국 등을 돌아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열광적인 박수로 환영을 받았다.
만년에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왕복하면서 연주 활동을 하며 지냈는데, 이 시기에 파가니니는 신진 작곡가로 세상의 주목을 끌기 시작하던 베를리오즈를 파리에서 만나게 된다. 당시 파가니니는 베를리오즈를 높이 평가하여 그에게 2만 프랑의 격려금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 무렵부터 파가니니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연주활동도 뜸해졌고 얼마 후에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파가니니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불리고 있지만 이처럼 좋은 일도 많이 하였다. 또 다른 파가니니의 선행 일화를 소개 하겠다. 어느 날, 영국 런던의 템즈 강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구석진 모퉁이에서는 한 거지 노인이 낡아빠진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이올린에서 나오는 소리는 신통치 않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파가니니는 거지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 죄송하지만 지금 제 수중에는 준비된 돈이 없습니다. 그러나 바이올린을 좀 다룰 줄 아는데 제가 할아버지를 대신하여 몇 곡을 연주해 드리면 안 될까요?” 거지노인은 잠시 쉬기도 할 겸해서 바이올린을 건넸다. 건네받은 그 낡아빠진 바이올린을 파가니니가 연주하자 놀랍도록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왔다. 그 소리에 매료되어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거지가 벗어놓은 모자에는 사람들이 건넨 돈들이 수북이 쌓였다.

파가니니의 놀라운 바이올린 연주를 들은 관객들 중에는 감동한 나머지 까무러치는 사람도 많았다. 파가니니가 바이올린의 현을 두 개만 사용하는 곡을 선보이자, 나폴레옹의 누이동생인 엘리자 보나파르트는 “그러면 현 하나로만 연주할 수도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영감을 얻은 파가니니는 진짜 G현 하나로만 연주하는 곡을 만들어냈다.
이후 파가니니에 대해서 기괴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졌고, 그 이상한 소문들은 한평생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파가니니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G현의 줄은 젊은 시절 그가 목 졸라 죽인 여인의 창자를 꼬아 만든 것이라거나, 파가니니의 신비한 연주 실력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얻은 것이라든지, 바이올린 활을 움직이는 것은 그가 아니라 바로 사탄이라는 등등의 소문이 그것이었다.
관습과 권위를 무시하는 특유의 괴팍함과 자유분방함, 깡마른 체구에 치렁치렁한 머리카락, 두드러진 매부리코와 광대뼈를 지닌 파가니니의 외모도 악의적인 헛소문이 만들어지는 또 다른 요인이 되었다. 소설가 스탕달이 자신의 작품에 이 괴담이 사실인 것처럼 서술한 것을 비롯하여 작곡가 리스트와 시인 하이네도 이러한 괴 소문이 사실인양 언급함으로써 그 소문을 더욱 키우는 데 일조를 하였다. 그러자 교회를 중심으로 파가니니를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세력이 생겨났다. 공연 때마다 관객들은 무대 어딘가에 정말 악마가 숨어 있는지 보려고 눈을 두리번거렸고, 파가니니가 악마 특유의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걷는지 시선을 집중하기도 했다.

파가니니가 지중해 연안의 프랑스도시 니스에서 임종을 목전에 두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그의 경이적인 비이올린 연주 실력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대가로 얻은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카파렐리라는 이름의 사제는 파가니니가 죽기 전 그의 영혼을 악마에게서 구하여 온전히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파가니니의 병상을 찾았다.
후두 결핵을 앓고 있던 환자 파가니니는 목소리조차 잘 나오지 않아 침대에 누워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파가니니의 고백과 참회를 그가 죽기 전 끌어내야 한다는 지나친 부담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사제는 마음이 다급하여 병상에 들어서자마자 환자에게 물었다. “도대체 당신의 바이올린에는 어떤 비밀이 있기에 그토록 놀라운 선율을 내는 것이오?”
한발 한발 찾아오는 죽음의 고통에 시달리던 파가니니는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손짓만 했다. 그래도 사제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고 파가니니는 이에 짜증이 났다. 그래서 들릴까 말까 하는 목소리로 “그 속에는 악마가 숨어 있소”라고 속삭였다. 그러고는 얼마 후 숨을 거두었다. 그의 나이 57세이던 1840년 5월 의 어느 날이었다. 그의 곁에는 14세 된 아들이 혼자 임종을 지키고 있었다.
한편, 모두가 듣고 싶어 했던 바로 그 증언을 파가니니에게서 억지로 끌어낸 사제는 곧장 니스의 주교를 찾아가 자신이 들은 사실을 전했다. 그러자 파가니니가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일 것이라는 그간의 구구한 억측이 이제 확증으로 굳어졌고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래서 교회 측에서는 이 유명한 음악가에게 조의를 표하기 위해 치던 조종을 중도에 모두 멈추도록 지시했다.

파가니니는 임종 시 자신의 고향인 제노바에 묻히고 싶다고 유언했다. 그러나 교회 측의 반대로 파가니니의 시신은 제노바로 가지 못하고 수년간 타향에 머물러 있었다. 그동안 그의 후원자인 디 체솔레 백작은 그의 유해를 방부처리 해 어느 작은 섬의 동굴에 숨겨 놓았다.
파가니니가 죽은 지 4년의 세월이 흐른 1844년에야 그의 시신은 니스를 떠나 제노바로 돌아갈 수가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교회 측의 반대로 그의 시신은 묘지에 묻히지 못하고 지하 납골당에 임시로 안치될 수밖에 없었다.
파가니니의 시신이 영구 거처를 얻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1876년의 일이었다. 부친의 임종을 지켜보던 14세의 소년은 이미 50세의 중년이 되어 있었다. 사망한 지 무려 36년이 지난 뒤에야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는 비로소 대지의 품에서 안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철환 객원 편집위원 mofelee@hanmail.net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문화와 경제의 행복한 만남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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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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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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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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