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태희 기자] 올 여름 서울 남대문 시장 상인들은 부채와 작은 선풍기를 끼고 산다. 가게 안에 에어컨을 들여놓고도 시원한 바람을 쐬지 못한다. 가게 안에만 있을 수 없다. 시장 골목을 오가는 사람에게 옷이나 신발, 시계를 팔려면 문 밖에 서 있어야 한다.
옷 장사를 하는 김 모씨도 남대문 시장 골목에 앉아 있다. 의자에 앉은 그는 부채를 쥐고 있다. 땀에 젖은 옷을 등에서 떼어내려는 듯 옆구리와 등 뒤에 연신 부채질을 한다. "안에 들어갈 수가 없지. 덥다고 가게 안에 들어가 있으면 손님이 그냥 가버리는 걸. 더워도 이렇게 버티는 거지." 김 씨는 더 세차게 부채질하며 말했다.

19일 점심 무렵 찾은 서울 남대문의 시장 소상공인들은 폭염과 매출 감소란 이중고에 여름을 보내는 중이다. 남대문 시장은 약 1만712개 점포가 밀집해 있는 종합 시장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만 5만명. 이들은 폭염 속에도 시장 골목을 지키고 있다.
가방과 모자를 파는 상인 이 모씨도 하루 종일 가게 밖을 서성인다. 가는 사람은 붙잡고 오는 사람에게 물건을 팔려면 호객행위를 해야 한다. 문을 여는 오전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꼬박 길거리를 헤맨다. 점심은 길거리에 세운 가방 진열대 뒤에서 잽싸게 해치운다.
선풍기 바람 앞에선 그는 "이렇게 해야 겨우 몇 개 판다"며 "땀 식혀려고 잠깐 에어컨 틀지 계속 밖에 있다"고 말했다.
수산물 시장 상인은 '지옥 같은' 여름을 통과하는 중이다. 생선이 상할까 찬물을 끼얹고 얼음을 채운다. 소용이 없다. 얼음에서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한 시간이 지나면 얼음이 사라진다. "생선은 신선도가 중요한데…." 남대문 시장에서 갈치 등 생선을 파는 상인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매상 급감. 폭염과 싸우는 시장 상인들의 공통된 걱정이다. 날이 더우니까 사람들이 밖에 나다니지 않는다. 사방이 탁 트인 시장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 사람이 몰린다. 하루 유동인구가 40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시장이지만 남대문시장도 폭염 앞에서 맥 목춘다.
시계를 파는 한 상인은 "작년 여름보다 매출이 절반 정도 줄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민호 서울남대문시장주식회사 총괄본부장은 "날이 더우니까 손님이 없다"며 "올 여름 매출이 지난해 여름보다 평균 30~40% 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음식점 타격이 크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1일부터 서울에서 폭염이 발생한 날은 이날까지 18일. 지난 1994년(29일) 이후 가장 길다. 기상청은 오는 23일이 지나면 폭염이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한다. 남대문 시장 상인들은 폭염이 빨리 끝나길 바라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