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정상호 기자]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28일 저녁 7시35분 제279회 ‘한치 앞은 몰라도 제주 한치 맛은 안다’ 편을 방송한다.
이날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제주의 여름을 담은 한치로 차린 여름 별미 밥상을 소개한다.
제주 바다의 짙은 물안개 틈 사이 한치잡이 어선들의 존재감은 빛을 발한다. 밝은 빛을 따라 헤엄치는 한치를 잡기 위해 커다란 전구를 주렁주렁 달고, 낚싯줄에는 형광 인공 미끼를 단다. 다리 길이가 한 치(寸)라서 ‘한치’라고 불린다지만, 식감이 부드럽고 맛이 고소해서 밥상 위에 올라가기만 하면 다들 젓가락으로 눈치싸움하기 일쑤다.
물회는 전국 어디든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제주의 물회는 조금 특별하다. 데친 문어부터 전복까지 각종 해산물이 아낌없이 들어가서 제주 사람들의 인심을 느낄 수도 있지만, 진정한 차별점은 바로 된장과 제피에서 온다.
바다와 멀어 한치는커녕 자리돔도 먹기 힘들었다는 애월 납읍리 마을 사람들에게 된장으로 양념하고 집 앞 제피나무에서 뜯은 이파리를 송송 썰어 넣은 물회는 얼마 되지 않는 여름 별식이다. 사실 거친 곡물을 먹기 위해 국이 발달했다는 제주에서 이들이 자주 먹은 것은 고사리돼지육개장이다.
농사에 지쳐 냉수에 된장만 풀어 마시면 그렇게 고소하고 청량할 수가 없다고 하니 이들에게 된장은 단순한 양념장이 아니다.
작을수록 연하고 맛이 좋다는 자리돔을 뼈째 썰어 된장으로 간한 자리된장물회부터 더운 여름 고생해서 재배한 콩과 맞바꿔 먹기도 힘들었다던 귀한 한치된장물회, 대식구가 함께 숟가락을 맞부딪히며 먹은 낭푼밥(양푼밥)까지 제주 웃뜨르(중산간) 마을에서 엿볼 수 있는 ‘진짜’ 제주 국물음식을 소개한다.
◆한치, 어디까지 먹어봤니? 한치로 차려낸 토속 별미밥상
한치잡이가 한창인 지금, 해안마을로 가면 집집마다 한치 말리는 줄이 내걸린다. 한치는 날것으로만 먹지 않는다. 청량한 제주 바람을 맞아 수분기가 알맞게 빠진 한치는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데쳐서 먹기도 하고, 제사상에 산적으로 조리되어 올라간다.
한림 협재리 마을의 김경순 씨는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식당 일을 할 정도로 음식 솜씨가 좋다. 그는 금채기가 오면 갯벌을 밭 삼아 구쟁이(뿔소라), 깅이(게), 보말(고둥) 등 한참 살이 오른 각종 해산물을 채취해 한치와 함께 밥상에 올린다.
내장과 먹물을 손질하지 않고 통째로 쪄내 만드는 한치통찜과 제삿날이면 어린 아이도 으스대게 했다던 한치산적이 끝이 아니다. 먹보말(각시고둥)을 푹 삶아 속살을 묘기 부리듯 꺼내 만든 보말죽도 먹음직스럽다.

◆중산간 오지마을 사람들의 한치와 메밀로 차린 옛 음식
한치가 제주 바다를 평정할 무렵 웃뜨르(중산간) 지역에는 메밀을 한 차례 수확하고 새로운 씨를 뿌린다. 구좌 송당리, 산속 깊은 오지마을 사람들에게 메밀은 거친 화산섬이 허락한 얼마 안 되는 곡식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4.3 항쟁과 한국전쟁까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작고 여린 몸으로 중심을 잡고 버틴 여든여덟의 채계추 할머니. 한 집 걸러 한 집씩 제사를 지낸다는 4월이면 새벽부터 메밀묵을 쑤고 숯불에 굽느라 아궁이 앞을 떠나지 못했다.
할머니는 평소 한치는 엄두도 못 냈다. 유일하게 한치 맛을 보게 해준 건 소금에 절여두고 먹는 한치젓갈이었다. 그나마도 귀한 손님이 와야 상에 올릴 수 있었다.
아이를 낳으면 먹을 수 있었다는 메밀조배기, 여름 보신용으로 얻은 말고기에 메밀가루를 풀어 넣고 걸쭉하게 끓인 말고기국에는 거친 자연과 모질고 고단했던 세월을 견뎌낸 제주 여자들의 삶이 담겼다.
오늘(28일)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제주 할머니의 제철 한치로 만든 여름 별미와 메일 음식이야기를 마주한다.
[뉴스핌 Newspim] 정상호 기자 (newmedia@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