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및 러시아부터 유럽 증시 전반 파장 확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터키가 영공을 침해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데 따른 파장이 금융시장을 덮쳤다. 양측의 긴장감이 크게 고조된 가운데 터키와 러시아의 주식과 채권이 동반 폭락한 한편 항공주를 필두로 유럽 증시의 관련 섹터가 강한 하락 압박을 받았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선진국 국채가 상승 탄력을 받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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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루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터키의 신용 리스크가 크게 고조된 한편 채권 가격이 하락 압박을 받았다. 터키 5년물 국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왑(CDS)의 프리미엄이 8bp 오른 253bp까지 뛴 가운데 2년물 국채 수익률이 10.38%까지 치솟았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로사나 훌리아 외환 전략가는 “터키는 최근 또 하나의 군사 세력을 자처하고 나선 상황”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른 어떤 증시 변수보다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은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터키의 전투기 격추를 범죄 행위로 지칭한 가운데 달러화 표시 RTS 지수가 3% 이상 떨어졌다.
MICEX 지수 역시 4% 급락했고, 상승 종목 대비 하락 종목의 비율이 1 대 15에 달했다. 터키 수출 비중이 17%에 이르는 가즈프롬의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등 관련 종목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런던 BCS의 조셉 다이안 시장 헤드는 “양국의 평화 관계가 깨진 데 따라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FIM 애셋 매니지먼트의 허타 알라바 이머징마켓 헤드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차 악화되는 동시에 복잡하게 꼬이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주가 약세는 여행 및 항공 섹터를 필두로 유럽 증시 전반에 번졌다. 호텔 업체인 아코르와 항공사 에어 프랑스-KLM, 도이체 루프트한자 등 관련 종목이 일제히 4% 내외로 하락했다.
파리 테러 공격 이후 증시가 강한 저항력을 보인 것과 달리 이번 터키와 러시아의 충돌은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오프’ 심리를 크게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CMC 마켓의 자스퍼 롤러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강한 리스크 회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증시가 주가 조정 빌미를 찾던 시점에 맞춰 악재가 돌발한 셈”이라고 말했다.
크고 작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맞았던 러시아 증시의 트레이더들은 ‘이번이 최악’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단스케방크의 블라디미르 미클라셰프스키 전략가는 “과거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 자산시장이 비교적 빠른 반등을 나타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며 “불확실성이 걷히고 양측의 긴장감이 해소되는 가시적인 움직임이 포착될 때까지 투자심리가 마비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주식시장이 강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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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유 저장 시설 <출처=블룸버그통신> |
러시아 루블화의 급등락은 이미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연초 이후 루블화는 이머징마켓 통화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르네상스 캐피탈의 찰스 로버트슨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여행 수요가 위축될 경우 터키의 관련 업계가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터키를 찾은 여행객 가운데 러시아인의 비중이 1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전투기 격추 사태로 인해 국제 유가는 상승 탄력을 받았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3% 뛰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