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나래 기자] "거래소 주주들의 상장차익 처리문제는 별도 논의기구를 만들어 규모, 재단설립 등 방안을 도출하겠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앞서 공익기금을 만든 사례가 있으니 이를 참고하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일 한국거래소 기업공개(IPO)시 상장차익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이 같이 답했다. 상장차익 활용 문제는 거래소의 지주회사 후 IPO시 본격화될 이슈지만 거래소와 주주인 증권사들, 금융위와 학계간 워낙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이다.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미리 공론의 장에서 논의하고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더욱이 금융위와 박대동 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사례조사는 앞서 거래소 상장이 추진됐던 2007년 이미 조사가 한차례 이뤄졌던 사안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로부터 8년여. 이 해외사례 조사에는 어느 정도의 진척이 있었을까.
두 가지 해외사례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어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거래소 IPO 프로세스가 시작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거래소의 상장차익 기금규모와 비율, 기금활용 방안 등이 확인되면 국가별 상황은 다르지만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번 이슈에 대한 기준점, 최소한의 잣대가 될 수 있다. 금융위원장의 강한 의지대로 연내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을 완료하고 IPO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려면 오픈테이블에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조언한다.
2007년 관련 공청회에 참여했던 윤창현 전 금융연구원장은 "2007년 당시 공동기금이 2600억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했는데 지금은 훨씬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상장 차익 관련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재논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사실 공익기금이라 말이 '공익'자가 붙어 쉽게 반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익을 위해 사용된다는 보장도 어렵고, 수십개 증권사들 빈사 상태인데 굳이 공익기금을 만들어야 할까란 생각이 든다"는 견해를 전했다. 공익을 빙자해서 눈먼 돈을 만드는 것일 수 있다는 우려다.
한때 나오던 상장차익 이슈에 대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요즘은 뜸하다.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언급하길 꺼리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금융위. 얼마나 중요한 해외사례이기에 그토록 감추는 걸까.
박 의원이 최근 관련 해외사례에 대해 금융위에 요구해 받은 답변서를 확인한 결과, 금융위는 2007년 이후 관련 정보수집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서 "세부내용은 보다 정확한 확인이 필요한 만큼 관련 자료가 준비되는 대로 추후 전달하겠다. 상장 차익 처리에 관한 세부방안은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관련 법안이 처리되는 시점부터 준비하겠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두 사례 외에 다른 해외사례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알아보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실 관계자는 "2007년 거래소 상장 추진 당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사례를 알게됐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보도자료에 넣었다고 들었다"며 "8년전에 비해 추가된 내용은 전혀 없다"고 확인했다.
지난 2일 기자들의 질의에 대해 금융위가 즉답을 피하며 들었던 '적절치 못한 시점, 시장 혼란 우려'라는 이유와는 전혀 다른 답변이다. 결국 2007년 자료에 깊은 이해도 없이 슬쩍 붙여둔 해외사례 두 개를 8년만에 서랍에서 꺼내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그리고 IPO.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하게 엇갈리는 의견을 조율하고 국회를 설득해야 할 막중한 역할의 금융위 공무원. 준비가 덜 돼도 너무 덜 됐고, 성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건 아닐까.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