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와 급속한 인구 고령화가 30, 40대 금융인들로 하여금 60대 이상 고령자에 대한 연구 열풍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필수 자격증 풍토까지 바꾸고 있다. 잘 알려진 투자상담사 등 금융전문자격증은 신입 행원 지원서에서 기재란이 사라지고 노인을 상담하는 데 필요한 ‘감성’ 자격증이 주목받고 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프라이빗뱅커 등 직원 200명은 금융노년전문가(RFG·Registered Financial Gerontologist) 자격증을 취득했다. KB국민은행도 RFG 교육 과정을 사설교육기관과 제휴를 맺고 행원들의 자격증 취득을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은퇴설계전문가 40명을 양성해 사내강사와 고령자 고객 대상의 은퇴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노년전문가는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자격증으로 미국 AIFG(美금융노년학협회)라는 민간단체에서 주관한다. 국가 공인 단체에서 발급하는 자격증도 아니어서 직업이 될 수도 없다. 취업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최근 은행권 채용에서 자격증 우대가 사라지고 있어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은행권에서 RFG를 획득하도록 유도하는 이유는, 베이비 부머 은퇴와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층의 재무 서비스가 매우 중요해져서다. 은행 수신의 대부분이 50대 이상인 데다, 은퇴설계 등 고령자를 위한 신규 비즈니스도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상대해야 할 은행원은 주로 30~40대들로 고객이 원하는 상담, 서비스, 상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지식을 자격증 공부를 통해 얻어야 한다는 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RFG는 주로 노인들의 은퇴설계는 물론 이후 삶에 필요한 금융상품설계, 상속, 법률 등 재무적 서비스와 노년기 주거, 건강관리 및 일자리까지 상담해준다.
이형일 하나은행 PB본부장은 “노인에 대한 상식적 개념과 실제 생활과는 차이가 커 정확히 이해하고 접근해야지 머릿속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60대 이상은 PB사업부문만 놓고 봐도 은행권의 핵심 고객층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KB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국내 18개 은행의 PB센터 이용자는 75만832명이다. 보통 3억원 이상을 맡긴 이들이 PB 고객이다. 이들이 맡긴 예·적금, 펀드, 신탁 등은 같은 기간 181조9105억원에서 195조9528억원으로 7.7% 증가했다.
이와 달리 대세로 자리 잡던 금융전문자격증은 신입 행원 지원서에서도 기재 항목이 사라졌다. 입행 후에 PB 등은 직무와 관련된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등의 자격증 취득을 유도하고 있다.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에서 국민은행은 지원서에서 자격증 등 스펙 항목을 삭제했다. IBK기업은행도 입사지원서에 어학 점수와 자격증 항목을 아예 없앴다.
대신 국민은행은 서점가 판매량을 토대로 선정한 인문학 권장도서 30권 중 지원자가 읽은 책을 지원서에 표기하면 면접관 2명이 책의 내용과 관련해 질문을 던지며 인성과 가치관, 논리적 사고력을 시험했다.
농협은행은 면접에서 지원자가 창구 직원을 연기하는 ‘롤(역할) 플레이’를 한다. 은행 상품 중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여기는 금융상품을 1∼2개 선정해 고객에게 설명하고 권유하도록 함으로써 자세와 의사소통 능력을 보는 방식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시중은행 모 부행장은 "은행 비즈니스가 IT 발전으로 회계 등 단순업무는 자동화하면서 오히려 고객의 얼굴을 직접 보고 하는 서비스가 더 중요해졌고, 고령자들은 특히 이런 서비스를 중시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